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 홍승희 에세이
홍승희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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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북토크 행사로 알게 된 그녀 홍승희는 화제의 중심에 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새책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의 소개글을  얼핏 읽었을때는 의식있는 페미니스트 정도로만 여겼다. 책도 읽지 않은 채 북토크에 참여했었고 그녀의 언어와 몸짓 그리고 외모로 먼저 그녀와 마주했다. 그래서 그 이후 내가 알게된 그녀의 많은 이야기들이 북토크에서의 그녀와 동일인물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너무 다른 이미지였고 언론에 보여지는 그녀의 아웃핏과 실제 그녀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했다. 적어도 나에게 그 둘은 동일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은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것이고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납작해진 모습을 본 것이다.

 

홍승희는 책 속에서 그녀의 불행했던 유년시절, 자살을 여러 번 시도했던 이야기, 살면서 순간순간마다 위태로왔던 그 마디 마디를 건조하게 툭툭 던지듯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삶임에도 이인증 때문인지 그녀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사유했고 남들의 시선에 굴복되기 보다는 반대로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 이상한 사회, 모두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며 정상의 경계를 부수고 있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경계를 부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녀 자신이 언론에 의해 또는 대중에 의해 납작해지고 파편화되어 소비되는 이 사회에 미련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취약함이 오히려 나를 존재하게 만든다'는 그녀의 말에 어렵게 공감을 했다. 그녀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성소수자들인 폴리아모리 역시 나에겐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녀의 책을 읽으며 애쓴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사상과 이념과 취향을 가지고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그녀는 그녀만의 삶의 진통제로 글과 그림를 선택했다. 그녀만의 언어와 그림으로 대중화되지 못하는 비주류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그녀를 비난하고 질책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조곤조곤 말한다.
"당신에게 의미를 부여할 권리는 오직 당신에게만 있다"
금기를 없애자고 말하면서 금기를 욕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면서 아무거나 하고 있으며 별로 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열심히 쓰고 그리는 그녀는 모순 투성이다. 단지 그녀가 다른 모순들과 다른 점은 타인에게 강요받지 않으며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너무 솔직하게 다 말해주어 듣는 이가 부담스러웠던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에서 그녀를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많은 일을 경험한 그녀, 그래서 분명 일반적이지 않을 삶을 살아가는 그녀이기에 수많은 모순들 가운데서도 본연의 그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책 속은 한번도 가본적 없는 낯선 땅에 발을 디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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