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태주 작가의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은 관계와 사이에 대해 깊게 사유하는 시간을 허락했다. 제목은 묵직했지만 내용은 간결하게 마음의 모서리를 건드렸다. 서평노트 빼곡히 정리된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교집합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인간이라면 평생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때론 관계로 힘을 얻고 그것으로 눈물 흘리며 힘겨워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관계에 집착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서점에 가면 인간관계에 대한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배려와 양보, 이해와 공감이라는 아이콘으로 접근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해야할 숙제리스트가 빼곡하게 쌓여진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림태주 작가의 [관계의 물리학]은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인증하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인생의 매순간, 우리는 관계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관계의 힘듦은 인생의 본질까지 뒤흔들며 스트레스를 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음을 삶의 구비구비 깨닫게 된다.
"좋은 관계란 반복적인 일상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차지다"라는 말에서처럼 무언가를 남에게 해주려고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소소하고 분명하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일상의 행복은 생활이라는 적금에 붙는 이자'라는 너무나 와닿는 표현으로 이자와도 같은 행복을 언급했다. 행복이 이자라면 잘 굴리는 사람은 많이 붙을 것이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이자 역시 붙지 않게 된다는 것임을 생각해본다.
어느 정도의 감정의 거리, 그와 나의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의 사이에 존재"한다며 타인과의 간격을 잘 맞추는것의 중요성을 언급해준다. 때로는 너무 사이가 지나치게 붙어 버려서 망가지는 관계가 생기는가 하면, 또 너무 멀어져서 다가갈 수 없는 거리일 때도 많다.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리만큼은 꼭 챙겨야 한다.
삶은 관계의 총합이고 관계는 입장들의 교집합임에도 우리는 늘 관계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관계로 인해 복잡해한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내가 바라는듯이'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다른 사람이 나의 존재근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타인과의 평범한 일상의 어울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의 존재가치를 느끼고 사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고, 헤어져도 금방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관계란 종잡을 수 없는 것임엔 틀림없다.
에세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고, 에세이라서 관계의 물리학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았던 이책은 그런 면에서 주제에 편안하게 접근해 나갔다. 나이가 어려도 나이가 들어도 타인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모두가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고 고백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을 읽으며 내가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되고 내가 가볍게 여겼던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유의미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