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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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만화와도 같은 사랑이야기를 만났다. 소설을 만나기도 전에 영화로 먼저 나온 [셰이프 오브 워터]는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4개의 상을 거머쥐며 세상에 그 존재가치를 드러냈다. 아카데미 상 이전에도 이미 여러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다.  판타지 중에서도 다크 판타지를 다루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누구에게도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여인과 과학적 상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괴생명체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60년대가 배경인 이 소설은 오컴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일하는 엘라이자와 그 연구소로 호송된 괴생명체 데우스 브랑퀴아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데우스 브랑퀴아를 해부해 우주개발에 이용하려는 자와 그 존재르 사랑하며 지키려 하는 자가 대립하면서 그 둘의 사랑은 더욱 애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존재의 근원이 다르기에 사랑이라는 본질적 접근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어떤 로멘스에서보다 진정한 사랑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청소부가 직업인 33세의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백인이어서 더 슬픈 운명을 지닌 엘라이자는 언제나 외로왔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진정으로 여겨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 그녀는 돈이 많았고, 장사꾼들이 그녀에게 형형색색의 구두를 잔뜩 신겼다 벗겼다 하며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라고 아첨했다. 이런 구두와 함께라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이면서,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녀가 아니라 세상이 그녀를 지배했다' (p16)

'단 한 명도 진정으로 그녀와 소통하려는 남자는 없었고, 오로지 그녀가 소리 내지 못하는 짐승인 것처럼 붙잡아서 그저 몸을 취할 뿐이었다'

 

 


사람에게 상처받으며 살아왔던 그녀는 구두에 집착하게 된다. 이웃에 사는 화가 자일스가 오컴 면접에 데려다 주면서 한 말 때문이었을까?
"어디를 가든 행운이 있기를, 그녀의 낡은 구두를 내던지리라"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듣고 엘라이자는
구두에 집착하게 되고, 그녀의 인생과는 대조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구두를 신고 다닌다.  구두란 존재는 그녀의 삶 속에서 유일하게 반란을 일으키는 수단이었다.

괴생명체 데우스 브랑퀴아는 숨 쉬는 물고기 인간으로 수세대에 걸쳐 계절마다 이동한다. 예전엔 개체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하나의 존재밖에 없었고, 남아메리카 정글에서 17개월을 보내며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를 포획하는데 열중하게 된다. 무수한 고생과 역경을 견뎌내고 포획한 데우스 브랑퀴아는  오컴 항공우주연구소로 호송되어 연구를 위한 해부를 기다리는 운명을 맞이한다.

데우스 브랑퀴아가 있는 곳을 청소하는 엘라이자는 그 존재가 궁금했다. 위험한 존재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녀에게 인간만큼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늘 식사로 먹는 삶은 달걀은 이 두 존재의 간극을 좁혀주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달걀을 괴생명체에게 내미는 엘라이자는 그가 수컷이라고 생각했고 자신보다 힘 없는 남자라는 것에 지켜줘야 하는 존재임을 직감한다.  엘라이자는 달걀을 건네주면서 그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처음으로  괴생명체와 교감했던 그 순간을  그녀는 이렇게 되뇌었다.
"너무 행복해서 다음 날 멍이 들 정도로 심장이 심하게 망치질을 했다"(p139)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한다. 그 존재들이 데우스 브랑퀴아의 순수함을 더욱 더 도드라지게 해주며 인간이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스토리는 독자가 몰입하도록 흥미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를 더해주었다. 어느새 독자의 대부분은 엘라이자의 입장이 되어 데우스 브랑퀴아를 지켜내리란 확고한 의지를 가지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 이 둘의 사랑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이 둘은 서로를 붙잡았다. 모든 것은 어둠이었고, 모든 것은 빛이었다. 모든 것은 추하고 모든 것은 아름다왔다. 모든 것은 고통이고 모든 것은 슬픔이었다.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은 영원했다.(p446)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멸시받았던 그녀의 모든 것들이 데우스 브랑퀴아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닷속으로 사라진 이 순수한 두 생명체의 이야기에 신비로움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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