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민감해야 한다. 예민하게 행동하자' 등의 메시지가 주류였다. 남들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키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붐업시키는 동기유발의 서적이 넘쳐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상처받고 외로와하는 현대인을 위안하고 토닥여주는 책들로 그 자리는 채워졌다. 현대인의 번아웃 증후군은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일까? 훗카이도 출신의 정형외과 의사 와타나베 준이치는 소설가로 활동하며 큰 상과 베스트셀러로 다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람이다.  

 

 

 

100편이 넘는 다작을 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가 그의 생각과 사상, 지혜를 담은 책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로 한국독자의 감성을 두드렸다. 이 책은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이란 부제로 일본에서는 100만 부가 판매가 되었고 올해의 단어로 '둔감력'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일본인들이 왜 이 책에 심취하고 열광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숨가쁘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발전을 위해 삶을 견뎌왔던 그들의 고단함이 '둔감력'이라는 단어로 위안받았던 것이다.

우리에게 '둔감력'이란 부정적이면서도 왠지 주류에서 벗어난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둔해 보이고 멍청하기까지한 이미지로 단어는 느껴졌다.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분명하게 둔감력의 정의를 밝히고 있다.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이다"

예민한 사람에게 둔감력을 가지라는 것은 쉬운 주문은 아니다. 그래서 와타나베는 둔감력을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애쓴다고 쉽게 내것으로 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무례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둔감할 줄 알아야 하고, 정신건강을 위해 훌훌 털어버리는 능력 등은 누구나 가져야할 것들이다. 둔감력은 정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혈관도, 눈도 코도 입도 피부도 예민하지 않고 둔감하게 두면 둘수록 건강에 좋단다. 오감에 이어 잠까지 둔감력이 지배하면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해되는 것이 불면증이 심할수록 건강도 안좋지만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남보다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수면 습관은 결국 가장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둔감력은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사랑에도 둔감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성의 매력을 사로잡는 것은 둔감한 매력이라는데, 이 부분은 작가에게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는 사랑에는 둔감한 사람보다는 촉을 세우는 사람이 좋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알아차리는 매력 말이다.
 
 

둔감력은 결혼생활에도 필요하다. 남녀가 하나되어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때로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야 잘 굴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소한 것에 날카롭게 서로의 의견을 곤두세우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음을 기혼자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 호되게 내것으로 삼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암환자에게도 필요한 둔감력, 몸의 피가 절반이나 빠져 나간 상태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생존율이 높다는 이야기 등은 매우 흥미로왔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떤 일이든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 밝고 생산적인 생각의 원동력이 바로 둔감력입니다."(p200)
"당당함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빈정거림 따위는 통하지 않는, 또는 빈정거림 따위는 무시해버리는 둔감한 마음의 힘, 바로 둔감력입니다."(p204)

책을 읽는 시종일관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혀놓고 인생을 살아온 연륜을 가득 담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와타나베가 전하는 건강한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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