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띠지에 써 있는, "울면서 읽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책이었다. 정말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슬프다, 딱하다, 마음이 아프다 정도에서 우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기에 울지 않고, 똑똑히 정독하겠단 마음으로 독하게 읽었다.
사실, 소외된 노동 현장 속으로 기자들이 직접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들의 고충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직접 현장 속에서 고생한 기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사실 한 달 동안 기사를 쓰기 위한 '시한부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노동이 현실이고 생계인 사람들의 고통을 십분의 일이나 담아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사실 현실이 이보다 훨씬 더 우울할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현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어쩜 그나마 나은 상황일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가장 절박한 문제고, 급박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구질구질할지도 모른다. 배고픈 사람, 춥고 갈 곳 없는 사람은 사실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혀를 쯧쯧 차며 냉소를 보낼 수도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마음이 공존하는데, 특히 요즘과 같은 사회에서 가난은 무능력한 개인의 문제로 보여지기 쉽고, 얼마나 게으르고 못났기에 저렇게밖에 못 사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 공장에서, 마트에서, 곳곳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무능력한 사람들이니까 저런 대우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심심치않게 접하게 될 때마다 정말 사람이 제일 무섭단 생각과 함께 나도 포함해서,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소외과 차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여겨지는 식당 여성 노동자의 얘기를 보면서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한번도 유심히 보지 않았던 우리들 엄마들의 이야기에 내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저 부끄럽고 미안함을 느끼기엔, 그건 아니다 싶다. 인식의 변화가 진짜 제도적 변화의 시작이 될 순 있겠지만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에도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내 탓도 크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전문직도 아니고, 대기업 직장인도 아니고, 고액 연봉자도 아니고, 한 달 벌어서 겨우 살아가는, 그나마 혼자라서 빠듯하지 않게 살아가는 내가, 서울이란 거대한 도시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일개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말처럼, 꿈을 찾아서 왔건만 어찌 된 일인지 점점 꿈을 잃어가고 있고. 바쁘고 피곤하단 핑계로 사실, 사회나 제도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 자체를 안 하고 그냥 혼자 푸념과 불평을 하는 게 아닐까.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최소한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위한 필요성을 많은 독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정도의 차이, 상황적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