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8집 - Atomos Part Moai [1st Single]
서태지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그가 돌아왔다. 'Atomos Part Moai'란 이름도 생소해서 어쩐지 발음을 할 때 입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질 것 같은 앨범을 들고서. 그가 돌아왔다.

"내가 돌아갔을 땐 너는 맨발로 날 기다리겠지" 라는 그의 노래 가사처럼 나는 맨날로 뛰어나갈 정도로 극성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태연한 척을 하면서 조바심 나는 티를 안 내려고 애 쓰면서 그를 기다렸다. 다만 예전에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태지오빠라고 부르던 그를 이제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라서 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는 영원한 오빠지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폭삭 삭아버린 내가 그를 오빠라고 부른다는 것이 많이 어색하다. 그렇다고 태지씨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는 그냥 이렇게 태지,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음은 물론 용납도 하지 않겠단 포스로 그저 서.태.지.였다.

첫 번째 트랙을 들으면서 나는 조금 안도했고, 두 번째 트랙을 들으면서 웃었다. 새로운 음악 장르, 정의내리기 힘든 새로운 시도들..사실 그건 내 관심 밖이다. 난 그저 그의 음반을 듣고 있으면 행복하다. 그뿐이다. 변하지 않은 목소리, 아, 여전히 지금 당장이라도 웃으면서 "태지에요'라며 나타날 것 같은 그. 살면서 한 명의, 적어도 한 명의 우상 같은 가수가 필요하다면, 변치 않게 빛나줄 스타가 필요하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를 꼽을 것이기 때문에.

"난 더 이상은 못 불러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표정으론 두 번 다시..." 고마워요, 태지. 용기있는 결정을 내려줘서. 음악인으로서, 당신의 전부인 음악을 하면서 버텨낼 수 있는 길을, 그 길을 가줘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줘서, 고독하고 힘든 길을 가줘서. 또 다시 이렇게 돌아와줘서. 계속 건재해줘서. 계속 살아 남아줘서. 계속 버텨줘서.

"이 맑은 산소와 태양, 바람 모두 충분한데 대체 왜 너는 왜 어째서 이렇게도 외로운 걸까 Destroy the world 네 술책, 비호로 집어 쓴 너의 감투로 네가 넘어야 할 문턱" 그 문턱을 넘으려고 당신의 팬 중의 한 명이 외로워하고 있어요. 그 힘겨운 문턱을 넘어선 당신,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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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geti (세렝게티) - Afro Afro
세렝게티 (Serengeti)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굉장히 뜨끔한 이야긴데, 사실 나는 세렝게티의 1집 음반을 구입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다운을 받아서 들었는데, 그나마 그 모모사이트가 '유료'라는 사실을 강조하면, 좀 덜 뜨끔할 거 같기도 한데... 암튼 나는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 계속 다운받아서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는 아주 나쁜 팬인 셈이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순간 든 의문 하나. 책은 굳이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주위에서 빌려 읽고, 하다못해 동네책대여점에서 빌려 읽는 게 뜨끔한 일은 커녕, 자연스럽다 못해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는데, 왜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 건, 이토록 내 양심을 찌르는 걸까. 음반 시장이 얼어붙다 못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암튼 이런 불경기를 조장하고 다운로드를 일삼는 나도 공범은 공범이다.

세렝게티라는 이름을 듣고 밴드 이름을 떠올리게 된 것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에 홍대 클럽에서 세렝게티의 공연을 보고서야 뒤늦게 음반을 찾아서 들었으니까. 찾아보니까 엄청 유명한 밴드였는데, 나는 제대로 뒷북을 친 셈이다. 원래 브로콜리너마저 공연을 보려고 간 공연이었는데 공연 후의 여운은 이 밴드에게 남아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공연을 볼 때는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한 밴드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조용히 음반 전체를 들어보니 세련되고 깔끔한 연주 실력에 보컬의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다.

정말 아프리카 초원에 서 있는 것같이, 편안하고 자연의 느낌이 난다. 얼핏 들으면 윈디시티의 김반장 목소리 같은데, 음악 성격 자체가 비슷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역시 음악은 직접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듣는 게 최고로 멋진 거 같다. 야구는 야구장에서 볼 때 제일 재밌고, 영화도 극장에서 볼 때가 제일 재밌는 것처럼.

사파리 투어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번 더 그들의 무대를 만끽하고 싶다. 무대 위에 선 그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음악을 하는 사람이여서 너무나 멋졌다. 개인적으로 정수완씨의 울림있는 저음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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