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 보육원 의무 교육화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선언의 제목이 무척 맘에 들었다.
예전에 어떤 선배가 연애를 잘(오래) 하는 비결 중의 하나가 남자와의 소통에 있어서,
반드시 '선언'을 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데이트 중에 다리가 아파 쉬고 싶다면,
우리 좀 앉았다 갈까? 목 마르지 않아?라고 돌려 말할 것이 아니라,
"(콕 찍어)카페 들어가서 좀 쉬자."라고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데서도 응용 가능하다.
이 제목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돌려서 말해도, 우아하고 지적으로 말해도 듣지 않으니까.
제대로 선언해야 한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키워줄래도 아니고, 키우는 게 좋다도 아니고 그냥 키워라! 이거다.
일본의 경우를 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현실과 별반 큰 차이는 없다. 말로는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지만 실상 한 자녀를 낳아 조부모의 도움이나 시터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키우거나, 여성 스스로 전업주부가 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일부러 구축애 온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젊은 학자답게 명쾌하고 발랄하며 간단 명료하게 핵심을 설명하고 있기에 읽기에 부담도 없다. 장마다 핵심을 요약해준 것도 좋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강조하는 '비인지 능력'이었다. 비인지 능력은 의욕, 인내력, 자립심, 상상력 등을 말하는데,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말한다. 즉 이 비인지 능력은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하며, 이런 능력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갈고닦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비인지 능력은 집단 안에서만 기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육아는 집에서 홀로 조용히 하는 거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편이 좋다고 강조하며 '보육원 의무 교육화'를 주장한다.
본문에서 인용한 출산한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도 노후를 쾌적하게 보낼 수 있으며, 아이는 꿈을 향해 열심히 분발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환경이야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소박하지만 천국 같은 곳 아닐까. 저자가 강조하듯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나라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도 무척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다소 뻔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짧게 한 권으로 정리해주니 핵심 노트를 본 기분이다. 현실의 답답함이야 뭐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다시 한번 외쳐주고 싶다. 제발 세금으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상한 거 사지 말고.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