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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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었다. 책장을 휙휙 넘기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여러 번, 길고 깊은 고민이 담긴 책이라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지만 어쩐지 읽을수록 착찹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과연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나도 작년 고려대에 붙었던 김예슬양의 대자보에 관한 기사를 기억하고 있다. 사실 그걸 보면서도, 김예슬양이 쓴 문장에 구구절절 동감했고, 마지막 부분이던가, 자신은 앞으로 상처받고 쓰러질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나, 암튼 거기서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은 사실 등록금 장사를 하는 곳으로 변한지 오래란 건 다 알고 있는 거지만. 대학생이 넘치고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대학교 졸업장이 무슨 벼슬이 되지도 못한다. 이젠 토익에 학점에 어학연수에 자격증에 스펙을 얻기 위한 처절한 전쟁터로 변한 곳이 대학이고, 이런 냉철한 싸움에 방관하거나 한발 벗어나 있는 이들에겐 잉여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대학을 졸업한지 몇 해가 흘렀지만, 나는 얼마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 <졸업>을 듣다가 눈물을 왈칵 쏟을 뻔 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널 잊지 않을게, 라는 후렴구를 듣다가 얼어붙은 느낌. 나는 이제 그 시절의 고민이나 아픔이나 방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어른 비슷한 것이 된 줄 알았는데, 그건 전부 다 착각이었단 생각. 내가 겪었던, 아니 겪고 있는, 갖고 있는 상처에서 나는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청춘의 아픔은 생각보다 오래, 깊은 상처를 남겨서 때때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판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게다가 나는 이제 월급도 꼬박꼬박 받는 직장인인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마음이 스산한 것처럼. 

뭔가 너무 어렵고, 답답한 문제라서 쉽게 얘기할 순 없지만, 고민을 하고, 아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다가 포기했다가 다들 그렇게 조금씩 자라는 것이라 믿고 싶다. 내 아픔이, 내 상처를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고 믿진 않지만, 삶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고 또 각각의 입장이 상황이 다르지만 아픔은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잔혹하고 무서운 세상, 어른들의 리그는 언제나 청춘들을 이용하거나 야단 치거나 평가할 뿐이지만, 청춘은 언제나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진 않길 빈다.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각자의 꽃을 피워나가길. 그게 어떤 향기, 어떤 색깔, 어떤 모양이든, 그저 각자 어디에서든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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