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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거리에 차 한잔 하자는 남자들이 사라졌단다. 다들 사랑이니, 연애 같은 뜨거운 마음을 품기보단, 스펙이나 돈이나 취직에 목숨을 걸기 때문일지 모른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이성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식은지 오래고, 다들 그저 뒤에서 성을 사거나 팔면서 모든 것이 경제적인 가치에 환원되는 세상을 살고 있단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손 잡고 거리를 걷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다만 세상이 변하고, 방법이 변했을 뿐. 거리에서 말 거는 남자가 사라진 건, 아마도 흉흉한 세상 탓이 크지 않나 싶은데, 아마도 여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방어의 감각을 최대한 세우고, 초식동물마냥 주위를 넓게 살피며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 한잔 하자는 남자의 요청은 줄었어도, 휴대전화 번호를 찍어달란 넉살을 부르는 남자는 생기지 않았을까.
전에, 목수정이 쓴 다른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보면, 대학시절 그녀는 '연애만 했다고 한다.' 이는 운동권이 아니었다는 반증인 셈인데, 그녀가 프랑스 유학을 떠난 계기도 사랑하던 남자와의 파국적인 끝이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런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야성의 사랑학은 그래서인지 분명하고 강한 어조인데, 이런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도 꽤 많은 것 같다. 나는 일단 자신만만 시원시원한 그녀의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최근의 20대에 대한 담론의 연장선에 이 책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스펙쌓기에만 집중하고, 정작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뜨겁게 분노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에 사랑이 있다. 전에 한겨레21을 보니까, 88만원 세대의 슬픈(?) 사랑에 대한 기사가 났었는데, 정말 엄청난 등록금에 학점 관리에 아르바이트에 토익공부에, 젊은이들에게 사랑은 사치일 뿐이고, 여유가 없단 슬픈 이야기. 그 이야기가 어찌나 슬프던지 마음이 아팠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정의 사랑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에너지가 될꺼라고 주장하지만, 어쩐지 크게 공감되진 않는다. 역시나 세대가 다른 탓일 수도 있고, 그녀의 사랑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과 만족이 어쩐지 불편한 느낌이랄까.
암튼, 사랑하기도 어려운 세상, 마음의 여유가 없는 세상. 젊은이들의 열정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느낌. 과연 이 꼬이고 얽힌 문제의 실타래는 어디서 풀 수 있을지. 연애란 기본적으로 소비적인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극과 극을 오고가는 감정의 소비는 물론, 시간과 돈을 쓰는 활동이다. 그 과정에서 행복하고, 나를 알아가고, 남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건 멋진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걸 강요하거나 독려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