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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맨 1
김수박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가끔씩 나 스스로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비루한 일상에 눈물이 날 지경일 때가 있다. 괜히 정말 괜히, 늘 그렇게 당연하게 살아왔는데.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탁 하고 무너지는 그 순간. 그 아득한 순간들.
그 순간에, 정말 그 찰나에 이 만화책을 보면 어떨까 싶다. 약은 수법인지는 몰라도 가끔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의 따뜻한 위로보단 그들의 구질구질한 삶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하루하루 막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각자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 주인공은 만화를 그리는 젊은인데, 잘 모르지만 실제 작가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종종 등장하는 대구와 왜관 등의 지역을 보면 아주 무관하진 않을듯 싶다.
나는 알고 있다.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지시할 수 없으며 평가도 할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우리는 '남'과 비교하면서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의 이분법을 적용하며 사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삶. 몸을 움직여, 힘을 쓰고, 밥을 먹고, 신성한 노동으로 벌어먹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든 모두다 건강하고 아름답다. 이 만화책을 보는내내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담는 것이 취지라는 KBS '동행'이란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이들은 모두 자신을 불쌍하거나 딱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당하다. 언제나. 그리고 그곳에 웃음이 있고 정이 있고 사람들 간 관계가 있다. 2탄이 얼른 나오길 재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