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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우편으로 주문하는 신부라니. 어쩐지. 소도시만 가도 이젠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 떠오른다. "도망가지 않는, 착한, 순종적인...베트남 신부랑 결혼하세요." 이제 국제결혼은 특별할 것도 없이 흔하고, 말 그대로 글로벌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아직도 국제결혼에 대한 선입견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캐나다 소도시에 붙어있는 한국인 신부 소개를 보면, "근면하고, 충실하고, 순종적이고, 귀엽고, 이색적이고, 가정적이고, 순진한 소녀들"이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말이다.
캐나다에 사는 노총각, 몬티는 이 소개들을 보고 한국인 아내를 맞이한다. 카탈로그를 보고 고른 아내가 바로 경이다. 몬티는 괴짜(?)인데, 장난감과 만화책을 모으는 오타쿠로 아직도 철이 들지 않고 살아간다. 아내 경은 그가 원하는 환타지를 충족시키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이국적인 여자다. 하지만 몬티의 기대와는 다르게 경은 영어도 잘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의견이 분명하다. 그는 동양인형 같은 아내를 원했던 셈인데, 사실 이건 그의 환타지일 뿐, 경은 변화를 찾아 캐나다까지 온, 어찌 보면 용기 있는 여성이다.
사실 결혼이란 게 사회적인 제도다 보니, 사회적으로(경제적으로) 최상계층의 여자와 최하계층의 남자가 짝을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농촌 노총각들이 신부를 찾지 못하는 이유나 골드미스가 넘쳐나는 세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이 책을 보면서 그저 남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이건 우리나라에 시집 온 많은 이주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들은 잘 사는 한국에 시집와서, 친정에 보탬이 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꺼란 기대로 이 먼 곳까지 왔지만, 과연 이중에 정말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여자들은 얼마나 될까. 그런 넓은 이해심과 문화적 포용력을 가진 남자들이 많진 않을 거라 생각된다.
아직도 글로벌화를 외치고, 영어가 중요하니, 세계화가 어쩌니 떠들어대면서도 한편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을 무시하고, 백인을 동경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존재하는 우리들. 박노자 선생이 GDP 인종학이라고 불렀던, 잘사는 나라 국민들만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순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는 사실 충격 그 자체일 수 있다.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현실에 너무나 무지하거나 남녀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관 없이 그저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환상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난 사실 무섭다. 성적 환타지와 결혼관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하는 것인데, 평생의 동반자를 찾는 의식이 아니라 마치 장난감을 고르듯 결혼을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국 여자들은 된장녀에 조건만 따진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여자가 예쁘니, 러시아 여자가 예쁘니 외쳐대는 몇몇 찌질남들이 이 책을 꼭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