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꿀색 - 한 해외 입양인의 이야기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엮음 / 길찾기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살색이란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하는 단어로 꼽히게 되었다. 사람마다 피부색은 저마다 다른데 그걸 하나로 살색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인종 차별주의적 단어라서 그런 거 같은데,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피부색을 살색이라고 하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인 거 같다. 우리 모두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 다 안 그런 척 할뿐, 내면에 심어진 선입견들,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무척이나 드물 것이다. 나또한 마찬가지고.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작가는 당시 입양 서류를 발견한다. 배설을 잘하고, 사교성이 좋으며.. 기타 등등 간단한 기록이 쓰여진 서류에서 "피부색깔 = 꿀색"이란 문구를 발견한다. 얼마나 다행이냐고 작가 스스로도 밝힐 만큼, 피부 색깔이 꿀색이란 표현은 우리 피부색은 살색이었다, 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온 우리에게 놀랄 만큼, 생소할 만큼 신선한 시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피부색이 꿀색인 어린 작가는 벨기에로 떠나 그곳에서 만난 부모님, 형제 자매들,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덤덤하지만 재치있게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성장 과정은 또래의 남자아이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부분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 혼자 다르다는 생각과 근원을 찾아가는 힘겹고 외로운 여정이다. 또 자신도 모르게 '아시아적인' 것들에 자신의 감성과 관심이 향하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가 미국인이고 골프를 잘 하는 어린 여자선수는 한국의 자랑이고, 혼혈아로 자라 한국인 어머니를 둔 뛰어난 미식축구선수는 우리의 자랑이다. 사실 한국에 와본 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한국계 누구누구는, 만약 그가 그들이 사는 나라에서 성공하고, 요직을 맡고, 능력을 인정 받게 되면, 갑자기 우리나라의 자랑이 된다. 이렇게 한국 핏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못해 집요한 사람들이, 지금껏 수없이 많이 외국으로 입양된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아니, 혹시 그중에 성공해서 이름을 날린 경우가 있다면 예외일까,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들은 다 묻혀간다. 잊혀져간다. 그들은 철저히 외국인이며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 

작가는 부모님과 많은 형제 자매 속에서 건강히 잘 자라서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그리면서 성장했지만, 이 책에는 자살을 하거나 마약을 하고, 교통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는 등 불행한 입양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우리는 몰랐던 가슴 아픈 진실들이다. 안타깝고 슬프다. 

예전에 육아 관련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든지, 자신이 미운 얼굴이든 이쁜 얼굴이든, 아무 이유없이, 부모나 자신을 키워주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제대로된 자아를 형성하고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입양한 양부모가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지만, 어쨌든 한번 버림 받았던 상처에서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한쪽에서는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지만, 미혼모를 비롯한, 저소득 계층의 육아에는 무책임하고 냉담한 정부를 가진 우리. 절대빈곤과 전쟁이 아니라도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보낼 수밖에 없는, 다른 선택이 없는 우리, 이 만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가슴이 아플지라도, 진실이니까. 우리도 알아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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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존잘 2012-05-2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블로그 정말 잘 봤습니다. 저도 이 책 팬이거든요. ^^ 이번에 오픈 캐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 읽을 수 있게 링크시켜 두겠습니당.
http://opencast.naver.com/HW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