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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실, 이다. 나는 네이버 오기사의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놨다. 이 책을 읽기 훨씬 전부터. 가끔씩, 아니다. 자주, 종종 그의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나도 모르게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담백한 그의 그림과 글을 보는 게 즐거웠다. 무엇보다 과장되지 않고 직접적이지 않은 은근한 그의 글이 좋았다. 짧게 한두 문장씩 스케치 아래 적어놓은 것들. 아마도 이런 좋은 느낌은 '오기사'라는 개인이 갖는 매력과도 무관하지는 않을듯 싶다.
그의 블로그를 통해 본 그는 인상 좋고 여유있어 보이며 분위기까지 좋은 '훈남'이었고, 나 같은 월급쟁이들에게 그는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꿈과 희망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용기'까지 갖춘, 그야말로 로망과 같은 사람이다. 게다가 그림 실력도 좋고, 문장력까지 있다니. 블로그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취향들, 음악이나 영화 등... 아,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나랑 비슷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지는, 쿨럭)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은 상당히 주관적이며 편향되기 마련이다. 나는 절!대! 훈남 작가의 책을 보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 기준으로 리뷰를 쓸만큼 독하지 못하단 말이다. 먼저 그의 그림은 너무나 보기 편하다. (그리기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안전모를 쓴 오기사가 바르셀로나에서 체류하면서,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라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자의 마음에 충실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재밌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느낀 건 아마 나 같은 여성독자들이 이 책을 많이 좋아할 것이라는 것. 아마도 나 같은 흑심을 가득 품은 채 말이다.
가끔씩 타인의 삶을 블로그를 통하든, 책을 통하든 훔쳐보는(?) 것으로도 묘한 즐거움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내가 마치 이상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내가 못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하지만 주관있고, 자기 뜻대로 성실히 열심히, 참 잘 산다는 감탄이 나오는 타인의 삶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그렇다고 내가 내일 당장 바르셀로나로 떠나겠단 것은 아니니깐. 어른이 되어가는 기로에서, 느끼는 건. 어느 순간 나는 나랑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나를 무난(?)하게 생각하는 사람만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랑 너무도 다른 길을 가며,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만나기도 불편할뿐 아니라, 만나는 자체도 힘들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자기합리화에 빠진다. 나는 잘 살고 있다. 이만하면 된거야....점점 자기기만으로 빠져든다.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일상과 내 생각들을. 하지만 울 엄마의 명언처럼 인생은 그냥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가끔 앉아서 쉬기도 하고, 뒤로도 달려보고, 같이 가기도 하고, 그런 거다. 이렇게 멋지고, 젊고, 재주많은 남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가슴 두근거린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퐁퐁 솟아나는 그의 그림보따리와 이야기보따리를 계속 만나고 싶다. 흑심 가득한 마음으로. 흐흐.미안해요, 사랑해요. 오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