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은, 내가 유머를 이해하는, 매우 드문 몇 안되는 미국 작가이다. 나는 영어 원서를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실력이 안 되지만, '번역'을 그닥 믿지 않는 편이고, 아무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하더라도 모국어의 느낌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소설도 아닌 외국 에세이에게는 언제나 물음표 가득한 눈초리를 날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역자의 글이 내 마음을 더 움직였다. 당장 나도 베낭을 꾸려서 운동화 신고 산으로 떠나야할 것만 같은 충동을 부채 백 개로 부친다고 할까나. 더 세상에 얽매이기 전에, 더 현실적인 근심 걱정들이 늘어나기 전에 대자연과 만나고, 그 안에서 내 한계와 가능성을 느끼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느끼는 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도대체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내 인생의 6개월, 6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지만, 내 전체 인생에서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 60년을 품고갈 시간을 만드는 것, 그건 얼마나 소중한 일이던가. 나름 대학교 때부터 남부럽지 않게 걷고, 산에 가고, 활동적으로 살아왔다고 믿어왔는데, 지금까지 내가 걸은 건, 그건 보행기 타고 헛발질한 것에 불과했던 것만 같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의 발칙한 유럽 여행기를 사놓고 아직 읽진 않았는데, 아마도 분명 이 책을 읽고 나면 유럽으로 떠나고파 안달이 날 거 같다. 내 삶의 새로운 욕망을 주는, 새로운 숨통을 주는 그의 책이 너무 기대된다. 어여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