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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죽을 만큼 목마르다면
장자영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문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여자 나이, 스물 여섯 이후인가? 그럼 여자는 나누어진다고. 시집가는 여자와 여행가는 여자 두 종류로. 그래서 저자는 떠났단다, 여행을.
음, 반면 나는 시집도 여행도 안 가고 스물일곱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딱히 건설적인 일을 하거나 원대한 포부를 펼치지 않아도 시간은 잘도 가고 나이는 꾸역꾸역 먹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오 맙소사.
저자가 여행한 길들, 그녀는 정말 배낭 하나를 매고서 부지런히 잘도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유럽이나 미국같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살고 싶은 멋져보이는 나라가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등등 힘들고 불편한 구석구석을 씩씩하게 재밌게 여행했다.
그녀는 불편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여행의 법칙을 이미 깨닫고 있다. 나는 몇년 전에 필리핀의 한 섬으로 여행을 갔을 때,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하루종일 달린 적이 있다. 그것도 차를 탄 것도 아니고 지프니를 타고. 길은 울퉁불퉁, 지프니에 빈 자리는 하나도 없었고, 지붕까지 사람과 짐이 섞인 그야말로 난장이었는데, 그 고된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마을은 너무나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그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의 밤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전기도 끊기고, 오직 밤하늘의 별만 반짝이고, 파도 소리만 쿵쾅쿵쾅 내 가슴에 울리던 그 순간을.
그 순간은 정말 영원히 내 마음에 남아서 잊혀지지 않는 내 재산이 되었다. 편한 길, 누가 봐도 멋진 길이 아니라, 불편해 보이는 길, 그 길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세상.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그 세상. 내가 믿어왔던 것, 내가 보고 들었던 것들을 한순간 뒤집을 수 있는 그 새로운 유쾌한 신나는 자극이 필요하다. 목이 탄다. 떠나야겠다. 짐을 꾸려야겠다.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