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 IS(이슬람국가)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들
이케우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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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 씨가 피랍되었다. 한국군 파병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 씨를 납치했었는데, 당시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그를 결국 참수해 전국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1월. 18살의 김모 군이 터키에서 실종되었다. 처음에는 납치 등 범죄에 표적이 된 것은 아닌가 했던 그는 일명 IS라 불리는 이슬람 국가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이 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이후에도 알카에다로 대표되는 무장단체들의 이야기를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도 우리와는 다소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잔혹한 행태에 분노하기도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지만 김선일 씨의 경우에는 이라크 현지에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던 경우이고 우리나라에 있는 한 그런 테러는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한 소년이 무장단체에 가입하고자 그 먼 터키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쩌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은 안전지대일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군이 가입한 IS가 김선일 씨를 피살했던 그 단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한국도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고, IS 선전에 우리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IS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대체 그들이 왜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중동쪽 무장단체에 납치된 포로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던 것이 늘 궁금했던 나이기에 제목이 눈에 띄었다. IS라는 단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그리고 평소 궁금했던 포로들에게 오렌지색 옷을 입히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펼쳤다.


이 책은 10년 가까이 중동의 변화를 지켜보고 글을 써온 일본인 학자가 쓴 책이다. IS의 탄생부터 그들의 사상과 주장, 그리고 선전 전략과 과거의 활동 등을 사상사와 정치학 두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형태의 소규모 조직·개인의 연쇄적인 '개별 지하드'가 생겨난 이유부터 IS라는 명칭을 비롯해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와 그와 얽혀있는 이해관계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평소에 뉴스를 통해 단편적인 내용들을 접하면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그리고 IS간의 관계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이 부분들이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이 외국인 전투원에 대한 설명이었다. IS 선전물을 보면 금전적인 약속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외국인들이 개종을 하고 IS에 가담하는 이유가 취업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 수단으로써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가난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나머지 일자리를 찾아 분쟁 지역으로 갔거나 빚을 갚지 못해 무장 집단에 팔려간 사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급여도 높지 않고, 조직에 참가하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때로는 폭탄 테러에 동원될 수도 있는 무장 조직이 결코 매력적인 직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럼에도 가담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대가보다는 숭고한 지하드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고차원적인 목적에 관여한다는 데 매력을 느껴 참가하고 있다(p.149)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빈곤이 원인이라든지 범죄 집단이라든지 무뢰한설부터 피해자설 등으로 IS가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생각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과 분석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IS라는 집단에 대해 정말 무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IS에 가담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사회의 낙오자로 단순히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라는 제목과 관련된 부분은 한참 뒤에서나 나왔다. 서양인 인질들은 모두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아랍인과 이슬람교도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나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 수용되어 폭행과 굴욕을 당한 기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 의해 이곳에 수감되어 있는 이들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자신들이 구속한 서양인들에게 입히고 요구 사항을 읽게 한 다음 살해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미국에 대한 '정당한' 복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p.189)이라고 한다. 9·11테러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서양(특히 미국)과 이슬람간의 갈등은 결국 복수에 복수를 낳으면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냥 IS가 무뢰한 집단이라고 여겨졌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게 된 면도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부분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도 사람을 죽이고 협박하고 겁을 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유일신을 주장하며 자신들과 다른 신을 믿으면 이교도라 하여 전투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신념이 옳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각자 믿는 신을 인정해준다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다.
 

2020년 최종승리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지하드주의자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의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 부디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희박하다는 것은 알지만 폭력과 억압 대신 대화와 소통으로 이 갈등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슬픔과 공포에 다치는 사람이 없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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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앤 비티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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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늘 내게 어렵다. 그저 읽은 것이 많다고 자랑하고 싶던 철부지 때는 분량이 짧은 단편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깊이 있는 책 읽기를 하고자 결심한 다음부터는 유독 단편이 어렵게 느껴져 잘 안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기억을 되새겨 보아도 최근에 읽은 단편집이라고는 재작년에 읽었던 박민규 작가의 <카스테라>가 다일 정도로 마땅히 떠오르는 단편집도 없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읽은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도 처음에는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그냥 지나쳤었다. 내가 어려워하는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인데다가 작가도 외국 작가로 내게는 생소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 책 제목이 자꾸 생각이 났고, 제목이 된 해당 단편 내용이 궁금해 결국 신청해 만나게 되었다.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저자 앤 비티가 1974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한 작품들 중 주로 그의 초기작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시간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는 약 40년 전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음악과 영화배우 등이 많이 등장한다. 지금은 매체의 발달로 40년 전 대중문화를 영상이나 음원으로 접할 수 있기는 하나, 이 단편집을 통해서는 그 당시 사람들이 대중문화를 어떻게 소비했는지 그 모습도 함께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역자가 주석을 통해 설명도 따로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록 음악 등으로 대표되는 히피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도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품들 속에 녹아들어 있던 당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작품들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수록된 9편의 단편 모두 하나같이 명확하게 끝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어느 한 부분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멈추어 버려 꺄우뚱 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작품에서 나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작가의 메시지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사실 많다.

 


수록된 단편들을 모두 읽고 나서야 역자 후기를 통해 그것이 앤 비티의 초기 단편소설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았다. 앤 비트 스스로도 자신의 초기작들에 대해 "공식 사진이라기보다는 스냅사진에 가깝다."(p.271)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보통의 소설들과 달리 일상의 한 단면만을 쓱 보여주고는 끝나버린다. 역자가 지적했듯 '아내가 사는 집'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등장하는 클라우디아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이 따로 제시되지 않고 결국 끝나버린다. 그리고 '늑대 꿈'에서는 신시아가 찰리와 결국 헤어지는지,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않고, '도시의 저주'에서는 카를로스와 마이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한 보여주지 않고 끝나버린다.

 


이처럼 수록된 9편의 단편 모두가 일상의 어느 한 단면만을 보여주고는 끝나버린다. 그래서 그 뒤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았던 게 이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던 작품들의 특징이 아니었나 싶다. 이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 이야기만 한다. 서로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역시 그들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알 수가 없어서 그 뒤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단편들의 숨겨진 결말들도 궁금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게 만들었던 2번째 수록 작품,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에서 엘런은 결국 살아왔던 대로 살게 될지,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고 서부로 떠난 샘처럼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날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하다. "나는 행복하지가 않아요."(p.40)라고 말하던 샘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후, 보내 온 엽서에 적혀 있던 "서부로 오세요.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p.47)라는 말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라는 그 말이 엘런에게도 똑같은 두근거림을 선물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나는 타인들의 눈에 벗어나 샘처럼 살 용기가 없기에 앨런만이라도 그렇게 자신을 찾아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 수 있었으면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도 예전에 읽었던 <카스테라>만큼이나 나의 이해력과 상상력이 얼마나 바닥인지 보여주는 단편집이었던 것 같다. 훗날 이 단편집을 다시 만나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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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도 하는 재테크 - 지금 10만원이 10년 후 내 가족을 먹여 살린다
이미진 지음 / 라온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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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보통 '재테크'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돈 없이도 하는 재테크>라는 제목에 눈이 갔고 종잣돈이라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하며 펼쳤다.
저자는 현재 한화생명 FP로 사내 교육을 담당하며 고객들의 재무 설계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이 했던 공부를 바탕으로 그리고 직접 겪은 고객들의 사례를 통해 서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돈 관리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통장관리부터 세테크라고 불리는 절세방법과 재테크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 3가지 등 재테크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들을 초보자들이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그동안 중구난방식으로 통장 관리를 하고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저자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3가지 자산인 보장자산, 금융자산, 그리고 상속자산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어서 아직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는 내가 읽기에는 유익한 정보들이 많은 책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 일정한 수입이 없어 세테크와 3대 자산 이야기는 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리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커플 데이트 통장이나 결혼 후 자산 관리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다. 전반적으로 서민인 일반인들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읽었던 몇 권의 재테크 관련 책들은 대다수가 말이 일반인들을 위한 재테크지 실 사례들은 대부분이 고소득의 전문직 혹은 대기업 사원들이나 여유자금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담고 있어서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서민들을 위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고소득 고객들의 사례들이 등장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재테크 이야기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반인들이 큰 돈 없이 통장 정리만으로 돈을 관리하면서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정도의 재테크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나처럼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얻어 갈 수 있는 것들이 꽤 되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단돈 10만 원이라도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득 파이프를 늘려 적은 돈이라도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읽는 동안 아크릴 수세미로 소득을 늘린 주부도 만났고, 강의를 통해 수입을 창출해내고 있던 프로 자동차 디자이너와 SNS 마케팅 전문가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결국은 재테크는 조금이라도 더 버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익한 내용들도 많았지만, 제목은 살짝 과장되게 뽑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 제목에서 가졌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할만한 내용은 담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황부자 이야기를 통해 제시했듯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적은 돈을 아끼기보다는 그 돈을 굴려 적게라도 더 벌어들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이렇게 뽑은 것 같은데, 제목만 보았을 때는 자신의 수입에서 10만 원을 가지고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겨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 통장을 여러개로 늘려야 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이제는 하나의 월급 통장으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자녀를 양육하기는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은행 이자는 바닥을 치고 있고 세금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결국에는 안정적인 가정 경제를 위해서는 여러개의 월급통장으로 수입을 증가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여전히 그 소득 파이프를 늘리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아직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모르기 때문이므로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우선 내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잘 할 수 있는지, 그것부터 찾는 게 우선인 듯하다. 저자가 제시한 통장관리 등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 하고 앞으로 월급 통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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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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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른이 되어갈 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장통'이라는 것을 겪는다. 누군가에게는 지독히도, 또 누군가에게는 온 듯 안 온 듯 그렇게 지나가는 성장통은 비로소 그것을 견디어낸 사람에게만 어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성장통을 통해 한 뼘 성장한 사람만이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는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아침은 초콜릿>의 주인공 코트니 패럴도 그러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드디어 어른이 될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10대 소녀이다. 그녀가 성숙하고 온전한 어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지 아니면 힘겹게 내디딘 첫 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우울할지는 이 소설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그저 코트니 패럴이 겪은 지독한 성장통을 보여주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 재닛의 자살로 그녀가 그 성장통에서 한 뼘 성장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하는 이야기에서 끝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트니가 지독한 성장통에 몸부림치던 소설 내용을 미루어 보아, 그리고 재닛의 죽음을 통해 재닛 몫까지 자신이 살아야 할 의무를 발견하는 모습을 보아 그녀는 더 이상 열다섯 살 소녀로 세상에 불만과 반항심만을 키우던 예민하고 나약하기만 한 아이는 아닐 것임을 짐작게 했다.


 

우리나라 정서와 다소 맞지 않는 10대들의 술파티나 섹스와 같은 내용도 있었지만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대들, 넓게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 겪는 성장통의 모습은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온전히 어른이라 할 수 없는 불균형에서 오는 답답함,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고독감 같은 감정들로 쾌락만을 좇기도 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수많은 규범들을 향해 무모한 반항을 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닥친 사랑의 후폭풍으로 힘들어 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말이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래도 난 코트니나 재닛, 그리고 재닛 친구들처럼 그렇게 심한 성장통은 겪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겪지 않은 것인지 겪고 있는 중인지 아님 아직 안 겪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겪게 될 사람들이라면 부디 소설 속 아이들처럼 지독히 겪지는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겪더라도 딱 코트니만큼만 겪기를, 재닛과 재닛 친구들처럼 현실에서 도망쳐 술에 의존하고 쾌락에 빠져 자신을 놓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도 그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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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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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반전을 포함한 책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리 내용을 알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돌아가 주세요.


흔히 로맨스물에서는 여자 주인공은 가난하고 남자 주인공은 부유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이 인연이 되고 운명이 되면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을 따라 상류사회에 편입하며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이 신데렐라 공식은 그러나 아직도 로맨스물에서는 그 힘을 강하게 발휘하고 있다. 예외도 있고 정도의 차이도 있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 남자 주인공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는 변함없이 '평범'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이는 로맨스물 특성상 주된 독자들이 여성이므로 여성들의 바람을 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성들이 많이 보는 장르에서는 미모의 매력적인 여성이 주로 나오듯 여성들이 많이 보는 로맨스물에서는 경제력 있고 매력적인 남성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여성들의 바람은 오늘날에도 로맨스물이라는 장르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과거 6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1954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지푸라기 여자>라는 소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독일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34세의 힐데가르트는 번역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여성으로 어느 날, 억만장자가 신붓감을 찾는다는 신문 공고를 보고 자신의 신분상승을 꿈꾸며 편지를 쓴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야망도 컸던 그녀는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편지에 숨기지 않고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억만장자의 눈에 결국 들게 되고 답장과 함께 온 칸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그가 있는 칸으로 망설임 없이 떠난다. 

여기까지 읽고 든 생각은 로맨스물이구나,였다. 여자 주인공의 야심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아직 여기에는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감정이 없지만 가난한 여자가 부유한 남자를 만나는 보통의 로맨스물의 도입부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부하게 우연을 들먹이는 것보다는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불순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두 남녀 앞에 펼쳐질 삶에는 '사랑'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안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칸에 도착해 그 억만장자를 만나지 못한다. 대신 그의 비서 안톤 코르프를 만나게 되는데, 사실 그 공고는 억만장자가 낸 것이 아니라 그 비서가 늙은 자신의 주인을 속이고 그의 재산에서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 공범이 필요해 낸 것이었다. 그는 힐데가르트에게 자신의 양녀가 되면 그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대신 그가 죽게 되면 그녀가 전 재산을 물러 받게 될 테니 그때 20만 달러를 자신에게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억만장자의 사랑보다 돈이 더 필요했던 그녀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공범이 된다.

달달한 로맨스물을 기대하며 읽어나가던 나에게 한 번의 충격을 안겨주었던 부분이었다. 결국 그들은 한편이 되어 그 늙은 억만장자를 속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간다. 일반 로맨스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계속해서 떡밥을 던짐으로써 로맨스물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게 만든다. 앞으로 만나게 될 억만장자인 늙은 노인과의 로맨스와 60대이나 아직은 젊어 보이는 매혹적인 매력을 가진 비서와의 로맨스를 남겨두는 것이다. 오히려 힐데가르트는 이쯤에서 안톤 코르프에게 관심을 보이기까지 한다. 안톤 코르프 역시 젊고 똑똑한 힐데가르트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이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결국 힐데가르트는 비서 안톤 코르프의 도움을 받아 성격 고약하고 늙은 억만장자 칼 리치먼드의 아내가 된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누구에게나 고약했던 칼은 그녀에게는 상냥했고 그녀는 그동안 누리지 못 했던 유수한 대접을 받으며 풍요로운 삶을 마음껏 누린다. 그녀는 남편 칼이 죽지 않은 그 상태로도 만족스러워한다. 비서 안톤 코르프와 미묘한 감정이 계속 오고 가지만 더는 발전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계속 전개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칼은 죽은 채 발견이 된다. 그리고 분위기는 급 바뀐다.

로맨스물을 표방하고 있던 전반부가 칼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난다. 그리고 칼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힐데가르트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안톤 코르프의 조언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유언장이 공증 받을 때까지 칼의 죽음을 감추고자 했던 그녀는 결국 용의자로 체포되고 이 소설은 그동안 입고 있던 가짜 옷인 로맨스물을 벗고 진짜 자신의 옷인 추리물로 갈아입니다. 그렇다. 이 소설은 로맨스물처럼 보였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 후반부에서 시작되는 추리물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무서운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동안 로맨스물이라 생각하고 힐데가르트에게 초점을 맞춰 읽어 오던 나는 그녀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도 모르게 순식간에 덫에 빠진 그녀처럼 나 역시 순식간에 작가가 쳐놓은 덫에 빠진 듯했다.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웠던 힐데가르트의 동맹자 안톤 코르프의 배신은 너무나도 완벽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와 힐데가르트의 대화를 통해 밝혀지던 전모는 소름이 끼쳤다. 안톤 코르프의 말처럼 왜 힐데가르트와 난 그토록 쉽게 그를 믿었을까? 20만 달러만 주면 된다는, 자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의 말을 말이다. 어쩌면 힐데가르트는 돈에, 나는 로맨스물이라는 겉모습에 눈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그녀가 자신의 누명을 벗고자 발버둥 칠수록 덫은 더욱 조여왔고, 그녀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처음 게획대로 안톤 코르프가 되었다. 그의 치밀하고도 예리한 계획은 딱딱 들어맞았고 그는 자신의 범죄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 억만장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로맨스물을 표방하며 뒷이야기가 예측되던 이 소설은 크게 내 뒤통수 치고는 나에게 KO승을 거두며 끝이 났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책을 덮고도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다. 힐데가르트가 안톤 코르프가 낸 신문 공고를 본 그날, 금요일부터 이미 게임은 시작이 되고 있었음을 나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작가가 이미 처음부터 귀띔을 해줬음에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 소설은 결국 쉽게 얻어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안톤 코르프의 말처럼 힐데가르트가 신문 공고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부자를 만난다고 믿었던 때, 아무나 복권에 당첨되고 아무나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때가 꿈을 꾸고 있었던 때(p.229)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꿈을 꾸고 있었던 때인 것이다. 수많은 로맨스물에서나 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던 때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벼락부자 혹은 급격한 신분상승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안톤 코르프처럼 아주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다대한 노력과 지성과 꾀와 주름살과 모욕과 잠 못 드는 밤들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끔 현실 회피로 로맨스물에 빠져있기도 하고 대리만족으로 빠져있기도 했는데, 당분간은 그러기 힘들 것 같다. 이 소설의 여운이 너무 강하고 충격적이라 어떤 달달한 이야기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생쥐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쥐덫 속에 치즈 한 조각은 넣어주는 법이라던 안톤 코르프의 말이 소름 끼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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