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 씨가 피랍되었다. 한국군 파병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 씨를 납치했었는데, 당시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그를 결국 참수해 전국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1월. 18살의 김모 군이 터키에서 실종되었다. 처음에는 납치 등 범죄에 표적이 된 것은 아닌가 했던 그는 일명 IS라 불리는 이슬람 국가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이 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이후에도 알카에다로 대표되는 무장단체들의 이야기를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도 우리와는 다소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잔혹한 행태에 분노하기도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지만 김선일 씨의 경우에는 이라크 현지에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던 경우이고 우리나라에 있는 한 그런 테러는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한 소년이 무장단체에 가입하고자 그 먼 터키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쩌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은 안전지대일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군이 가입한 IS가 김선일 씨를 피살했던 그 단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한국도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고, IS 선전에 우리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IS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대체 그들이 왜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중동쪽 무장단체에 납치된 포로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던 것이 늘 궁금했던 나이기에 제목이 눈에 띄었다. IS라는 단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그리고 평소 궁금했던 포로들에게 오렌지색 옷을 입히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펼쳤다.
이 책은 10년 가까이 중동의 변화를 지켜보고 글을 써온 일본인 학자가 쓴 책이다. IS의 탄생부터 그들의 사상과 주장, 그리고 선전 전략과 과거의 활동 등을 사상사와 정치학 두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형태의 소규모 조직·개인의 연쇄적인 '개별 지하드'가 생겨난 이유부터 IS라는 명칭을 비롯해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와 그와 얽혀있는 이해관계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평소에 뉴스를 통해 단편적인 내용들을 접하면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그리고 IS간의 관계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이 부분들이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이 외국인 전투원에 대한 설명이었다. IS 선전물을 보면 금전적인 약속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외국인들이 개종을 하고 IS에 가담하는 이유가 취업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 수단으로써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가난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나머지 일자리를 찾아 분쟁 지역으로 갔거나 빚을 갚지 못해 무장 집단에 팔려간 사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급여도 높지 않고, 조직에 참가하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때로는 폭탄 테러에 동원될 수도 있는 무장 조직이 결코 매력적인 직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럼에도 가담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대가보다는 숭고한 지하드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고차원적인 목적에 관여한다는 데 매력을 느껴 참가하고 있다(p.149)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빈곤이 원인이라든지 범죄 집단이라든지 무뢰한설부터 피해자설 등으로 IS가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생각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과 분석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IS라는 집단에 대해 정말 무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IS에 가담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사회의 낙오자로 단순히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라는 제목과 관련된 부분은 한참 뒤에서나 나왔다. 서양인 인질들은 모두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아랍인과 이슬람교도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나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 수용되어 폭행과 굴욕을 당한 기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 의해 이곳에 수감되어 있는 이들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자신들이 구속한 서양인들에게 입히고 요구 사항을 읽게 한 다음 살해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미국에 대한 '정당한' 복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p.189)이라고 한다. 9·11테러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서양(특히 미국)과 이슬람간의 갈등은 결국 복수에 복수를 낳으면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냥 IS가 무뢰한 집단이라고 여겨졌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게 된 면도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부분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도 사람을 죽이고 협박하고 겁을 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유일신을 주장하며 자신들과 다른 신을 믿으면 이교도라 하여 전투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신념이 옳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각자 믿는 신을 인정해준다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다.
2020년 최종승리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지하드주의자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의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 부디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희박하다는 것은 알지만 폭력과 억압 대신 대화와 소통으로 이 갈등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슬픔과 공포에 다치는 사람이 없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