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권력 - 견제받지 않는 사법 관료, 사유화된 검찰 권력
최재천 지음 / 유리창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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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최재천 저 <위험한 권력 : 견제받지 않는 사법 관료, 사유화된 검찰 권력>을 읽고. 2011. 11., 310쪽, 유리창


이 책은 '권력기구 개혁' 관련 세미나를 위해 사법개혁 책을 인터넷에서 구하다 발견한 것이다. 예전에 권력기구 개혁과 관련하여 김희수, 서보학 등 공저 <검찰공화국, 대한민국>(2011 삼인)과 문재인과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오월의봄)를 읽었다.

최채천은 내가 2011년에 그의 저서 <한미FTA 청문회>(2009 향연)를 읽으면서 인상 깊게 남은 법조인이자 정치인이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오욕으로 점철된 검찰의 역사를 밝히고, 21세기 들어 본연의 책무를 넘어 국민 여론의 심판관으로 행세하며 임기도 없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는 모습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미 궤도를 이탈한 검찰 권력을 통제할 방안을 이야기한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권 분권화, 검찰에 대한 시민 감시와 사법적 통제, 감찰권 강화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검찰을 생각한다>는 문재인, 김인회 두 저자의 국회의원 출마 선포용 책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문재인 씨의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어 읽은 것이다. 저자들은 검찰개혁을 정부의 첫 개혁과제로 할 것을 제안한다. 검찰개혁의 주요한 과제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 감시 시스템 마련을 제안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찰의 과거사 정리, 검찰행정에 대한 시민의 직접 참여, 검찰의 인권 친화적 개혁 등이다. 아쉬운 것은 저자들이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과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부분과 개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정권 주체가 아니라 검찰과 열린우리당 등 외부에게 전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권력기구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위 두 개의 책은 한계가 명확했다. 또한 검찰 관련 문제만 다룬 것들이라 사법부를 포함한 사법권력과 기타 국가권력기구 관련한 책을 찾게 된 것이다.

최재천 의원은 사법부와 사법체계 그리고 사법권력에 대해 많은 정보와 적절한 관점을 제공해주었다. "왜 법률가들이 헌법 해석을 독점하는가?"라는 그의 문제제기는 사법부에 대한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선 심판과도 연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세한 내용은 http://blog.daum.net/hy2oxy/8691788 참조)


최재천의 문제의식과 개혁방향은 헌법의 취지와 민주공화국의 개념에서 상식적으로 출발한다. 인민주권 원리의 민주공화국에서 입법부, 행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인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것과 인민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사법부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시작되는 것이다. 헌법 중 사법부에 대한 조항은 민주공화국의 취지에 부족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정의와 인권의 보루가 되지 못하고 권력과 기득권에 물들면서 권력과 기득권의 편을 들고 있으며, 갑자기 '관습헌법'을 도입하는 등 헌법에 대한 해석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법률가 몇몇이 독점하는 것이 바로 헌법의 위기요, 민주정치의 위기요, 공화정치의 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을 스스로 자각한다면, 주권자인 인민들로부터 신뢰받고 통제받을 수 있도록 자신들이 인민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적어도 인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와 행정부에 의해, 특히 입법부와 시민단체에 의해 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함을 지적한다.


검찰에 대한 그의 평가와 처방은 <검찰공화국>이나 <검찰을 생각한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렇지만 그는 제도적인 개혁만이 아니라 문화적, 철학적 토대를 지적하고 검찰과 정치권의 '사법을 통한 정치'와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또한 정치적 목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권리를 침해하고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는 검찰의 행태를 통해 '사유화한 검찰 권력'의 비굴한 모습을 비판한다.


사실 이 책은 사법권력만 다룬 것은 아니다. 최재천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와 언론에 기고한 글을 묶은 것(이것도 출마용? ^^)이기에 사법권력에 대한 내용 이외에도 정치, 외고, 군사,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 대한 그의 관점과 주장이 담겨 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그가 단순히 헌법학자나 변호사가 아니라 

특히 '작전지휘 통제권이 없는 한국군(세부내용은 http://blog.daum.net/hy2oxy/8691798 참조)'에서 그는 나무랄데 없는 군사외교적인 식견을 보여주었고, '로스쿨이 몰고 오는 법학의 위기' 등 몇 개의 글에서 로스쿨의 현실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법조인이자 정치인으로서 ‘윤리적’ 책임 대 ‘법적’ 책임에 대한 그의 고민이 느껴지는 글도 있고, 6부 '그들만의 교육리그'에서는 한국 제도교육 전체의 문제점을 깊이있게 다루었다.


국내의 현실 정치인 중에서(법조인 출신이든 아니든) 최재천 만큼의 헌법과 법치주의, 인권과 민주공화국에 대해 바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뽑기도 힘든 것 같다. 그만큼 최재천은 법조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괜찮은 인재라 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 대법원장, 나아가 헌법재판소장까지 횔동하면서 한국 사법부에 개혁을 일으키고 정착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은 무능하면서도 종파적, 보수적인 민주당 안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현재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직책을 맡고 있지만..) 민주당은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접 주권자들과 접촉 기회를 넓히고 자신의 지역구와 지지자들과 함께 '인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하여 정당의 특정세력에게 희생되지 않고 스스로 '주권자와 함께 주권자의 대리인'으로 살아남기를 바란다. 나도 그를 응원할 것이다.


○ 인상 깊은 문장


"우리 사회야말로 사법에 대한 헌법적 통제, 민주적 통제가 강력히 요구된다. 좋은 헌법이 있으면 뭐 하나. 헌법을 민주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불행하게도 일부 법률가들의 ‘개인적’ 양심에 의지해야 한다면, 그리하여 지극히 반 헌법적으로 해석되고 그 해석이 우리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의 위기요, 민주정치의 위기요, 공화정치의 위기일 수밖에 없다."


"결국 권력에 대한 견제의 문제요, 국민주권의 실천 문제다. 사법부의 권력도, 헌법재판소의 권력도 당연히 헌법의 범위에서, 국민주권의 범위에서 견제되어야 하고 헌법적 책임의 원칙은 정밀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독립성을 독점성으로 오해하는 이들, 독립성을 책임 회피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들 또한 헌법적 책임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결코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 그래서 헌법적 책임, 사회적 책임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 2014년 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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