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 학벌없는 사회
학벌없는사회 외 지음 / 메이데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강추!! [서평] '학벌없는 사회' 김상봉 외 7인 저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를 읽고 / 2010. 07., 296쪽, 메이데이


'학벌 철폐'와 그 대안으로서의 '대학평준화'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이슈화하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에서 1천 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왔던 '엘리트 통치'의 문화적 유전자가 강하게 잔존해 있기 때문일 것이고, 서구사회를 비롯하여 전 세계 정지사회 구조도  '엘리트주의'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한국사회 각 분야의 상층부 핵심 요직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악하고 있는 SKY 학벌주의 세력이 기득권 여론과 반대 흐름의 여론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교육정책을 주무르는 정치권이나 정부관료, 기득권 언론사, 교육계 등에서는 '학벌타파'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그 폐해를 무시한다. 아니면 "사회구조의 문제가 해결되면 학벌주의 등 교육문제도 해결된다."라는 식으로 사회 전체 문제에 감추어 버린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과 달리 '학벌'에 의한 피해자는 아직 사회에서 자기 삶의 주체,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과 20대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부모들은 개별화되어 잘못된 제도와 문화에 저항하지 못한다.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아빠, 할아버지, 삼촌, 아저씨는 20~30년 전 자신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생각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왜 공부를 안하지?"라는 정도의 의식 수준을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학벌주의' 폐해는 서구의 '엘리트주의'와 다른 역사와 구조를 보이고 있기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 만은 없는 문제이다. 누군가는 그 심각한 피해와 폐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고 요구하고 직접 시도해야만 한다. 학벌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는 일부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경우에도 대안이 마땅치 않아 학교와 시장을 버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한국 사회에 ‘학벌 철폐’와 ‘대학평준화’라는 화두를 최초로 던졌던 시민단체인 [학벌없는사회]이다. 그들은 이 책을 통해 ‘학교'와 '시장’을 넘어 ‘교육’의 근본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오랫동안 ‘교육상품론’을 해부해 온 [학벌없는사회]의 풍부한 분석과 성찰적 화두는 학교 현장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의 근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학벌없는 사회]측은 책의 기획 취지를 "‘학교제도’와 ‘시장경쟁’을 비판하면서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며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제도’와 ‘시장경쟁’ 없는 교육은 가능할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과감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수능시험,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국제중, 특목고 등 교육을 서열화하는 무수한 시도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그 길은 모두가 죽는 길이며, 모두가 살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그것은 이미 알고 있듯, 경쟁 속에 뛰어들지 않는 데 있다. 그 길은 다름 아닌 ‘학벌없는 사회’다. 여기 사람의 값어치가 그가 나온 학교로 매겨지는 사회가 있다. 강남 출신이 서울대생이 되는 우울한 사회.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행정부처 명으로 버젓이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사회. 수능점수가 개인의 전부를 결정하는 현실은 ‘교육상품론’의 극단을 보여준다.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인생을 결정하는 사회는 어마어마한 사교육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국 사회에 ‘학벌철폐’와 ‘대학평준화’라는 화두를 최초로 던졌던 학벌없는사회가 이제 ‘학교와 시장’을 넘어 ‘교육’의 근본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자고 제안한다. 체제의 요구를 거부하는 ‘내부로의 망명’ 떠나기, 학교밖 청소년에 주목하여 다양한 학교밖 배움터를 만들어내기, 입사원서에 학력란 없애기 등은 ‘학벌없는 사회’가 건네는 새로운 탈출구 전략이다.
교육의 첫째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의 계발이다. ‘무한경쟁’과 ‘스펙쌓기’만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가 자신과 전체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자유롭고 동등한 시민으로 이루어진 정상적인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 

책은 '학벌'이라는 큰 주제를 관통하며 내용상 대략 세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1부 [‘학교’를 버려야 한다]는 왜 ‘학교‘를 버려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오늘날의 학교는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국가 독점 학력인증기관이며, 일류대에 얼마나 많이 보냈느냐가 그 학교와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학벌의 구조와 논리를 재생산해내는 기관이다. 거기선 교육이 아니라 반反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상봉이 철학적 관점에서 자유와 주체성의 논의에 근거해 학교를 비판하고 ‘내부로의 망명’ 또는 자발적 ‘낙오자 되기’를 위한 강령을 제시하고 있다면, 채효정은 체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왜 학교를 나오는지, 그들은 거기서 어디로 가는지를 분석하고 학교밖 배움터의 필요성과 의미를 보여준다. 학교가 아니어도 갈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제도권학교에 충격을 주고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시도한다. 
학교와 학교제도에서 벗어나자는 저자의 주장은 이반 일리히의 <학교없는 사회 Deschooling Soceity>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일리히는 인간에게 교육이 필요하지만, 학교라는 제도가 교육을 독점하면서 교육의 원래 취지인 주체성과 자립성을 오히려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1부 중  '내부로의 망명, 낙오자 되기'라는 소제목이 달린 부분은 김상봉 교수의 교육 철학과 제도교육에 대한 진단 그리고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라 개인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http://blog.daum.net/hy2oxy/8691477)

2부 [시장을 떠나야 한다]는 왜 시장을 떠나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학교는 시장이 될 수 없고, 교육은 상품이 아니고, 인간은 도구가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훈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속에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상정하는 교육과 상품의 유비를 비판하고, 이철호는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정부가 밀어붙이는 교육시장화정책은 학교교육의 문제들을 풀지 못하고 결국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를 초래했을 뿐임을 보여준다. 정세근은 고착된 대학서열체제가 대학교육을 붕괴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쟁력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학벌타파의 우선적인 실천으로 학력란 없애기를 제안한다. 경쟁을 할 때 이미 강자에게 유리한 규칙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이 사회에서 하승우는 공생을 모색하며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학교와 자신과 거리를 좁히고, 학교가 더 상세하게 자신에게 봉사하며, 학교가 자신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교가 기업과 점점 동일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의 총장이 학자라는 이미지에서 대기업 총수와 같은 이미지로 옮아가고 있다. 더 중요하게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이지만 학교의 목표는 다르다는 종래의 생각에도 변동이 있다. 이런 보편적인 흐름에 특수성이 겹치면서 한국 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학교의 예속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p.138)

"학벌이 정치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국가조직이 아니라, 정말로 능력과 창조성, 그리고 패기에 의해 운영되는 경쟁력 있는 선진국형 국가이길 젊은이들은 꿈꾸고 있다. 이 꿈은 입사원서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입사원서의 ‘학교명’이라는 빈칸은 실제로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는 ‘학벌’이라는 원죄를 담는 그릇임을 우리 모두 인식할 때이다."(p.204)

3부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교육의 의미를 돌아본다. 
지식교육보다 앞서는 신체의 단련을 위한 체육교육의 실태를 살펴보고, 개별학과의 지식을 넘어서는 시민교육을 철학적으로 반성한다. 김재홍은 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학]을 중심으로 교육이 왜 공공적이어야 하는지 시민교육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보여준다. 이병호는 우리나라의 체육교육을 해부함으로써 가장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이 근저에서부터 어떻게 왜곡되어왔는지 드러내준다.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하는’ 스포츠가 우리를 건강하게 하듯이, 자신과 전체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각자가 정치행위를 수행할 때만이 자유롭고 동등한 시민으로 이루어진 정치적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다. 철학 책 한 권 제대로 못 읽고 친구들과 공도 맘껏 못 차고 남을 사랑할 틈도 주지 않는 학교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학교는 변해야 하고 학교가 바뀔 수 없다면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서 교육을 다시 세워야 한다. 

“경쟁은 우리 사회를 행복과 풍요로움보다 절망과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는 그런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경쟁에서의 패배를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헝그리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홀로 러닝머신을 뛰는 것이 아니다. 거리로 나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자기 목소리를 외칠 때 공생은 가능하다.”(p.221)

[ 2013년 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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