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왜? -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의 연금술 과학전람회 2
마르코 라울란트 지음, 정수정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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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마르코 라울란트(Marco Rauland) 저, 정수정 역 < 호르몬은 왜? :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의 연금술 Feuerwerk der Hormone >을 읽고 / 2007. 03., 279쪽, 프로네시스


이 책은 인류의 자연과학(자) 또는 과학기술(자)의 섣부른 이해나 사용이 본의 아니에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간의 뇌에서 분출되는 신경전달물질, 즉 호르몬이 인간의 기분이나 몸의 상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화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야기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호르몬의 영향은 주로 간단한 동물실험이나 일부 실험대상 인간을 활용한 표본 실험 결과이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는 주로 뇌 스캔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왜 성공하면 행복감이 들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위, "답은 간단하다. 우리의 뇌에서 뇌 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전달물질이 분비되면, 행복과 쾌감중추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신경 호르몬인 도파민은, 중뇌의 작은 영역에 엘도파 아미노산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뇌의 명령을 받아 분비된다."고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의 근거는 "이러한 뇌의 메카니즘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다."는 것이며, "이런 결과는 원숭이 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 확실히 (뇌에서)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기질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p.18)로 말한다. 또한 "인간은 니코틴과 알코올 그리고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를 복용하여 도파민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여서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고 중독된다. ... 일중독이나 섹스중독과도 같이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에도 중독될 수 있다. ... 도파민은 쾌락과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위험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p.26)라고 추가로 설명한다. 비슷한 사례는 계속된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열 두 명의 남성을 선발하여 ... 뇌 스캔 분석 결과, .... 도파민을 관장하는 뇌영역이 활성화 ....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성관계를 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처럼 무엇인가를 즐기거나 욕망할 때 분비된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스포츠카도 즐거움과 욕망의 대상인 것이다."(p.29)
"(실험 결과) 애견인이 개와 함께 있을 때, 애견인이나 개 모두 혈압이 떨어졌다. 이는 개와 사람이 똑같이 기분이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구진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페틸에틸아민 수치가 20% 가량 상승했다는 점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경험했을 때 분비되는 '행복호르몬'이다. 예컨대 가슴 설레는 멜로영화를 볼 때 페닐에틸아민 분비가 늘어난다."(p.32)

그런데 호르몬이 그런 작용을 하는 근거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뇌 스캔 결과이다. "기분 좋은 순간(웃음)에 도파민의 분비를 관장하는 뇌영역이 활성화되었다."(p.27) 하지만, 저자의 설명으로는 기분이 좋거나 행복한 상황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키는가? 아니면 도파민의 분비가 기분을 좋게 하는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갈이 먼저냐?'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또는 기분이 좋은 기분이 뇌에서 도파민을 방출하고 그 도파민이 다른 호르몬과 연결작용을 하면서 혈압을 낮추거나 호흡과 맥박을 빠르게 하거나 신경을 전체적으로 이완시키는 대신 눈과 입 주변의 근육을 움직여 웃음짓게 하거나 미소짓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연관관계 없이 기분 상태와 연결짓는다. 기분이 좋을 때 뇌에서 분출하는 '행복호르몬'은 페닐에틸아민이기도 하고 도파민이기도 하고 세로토닌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 분비되는 것이고 함께 분비될 때는 어떤 경우일까? 호르몬의 분비량은 무조건 많은 것이 인체에 좋은 것인가?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 특히 상품생산과 관련되어 있는 학자들의 위험성은 호르몬과 인체를 단순하게 연관지으면서 인공 호르몬으로 인체를 조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데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한 두가지 호르몬의 과잉이나 결핍이 우울증과 같은 인체의 병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한 후 의학적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기도 한다. 마치 중세의 흑사병이 물과 생활의 위생상태가 불량인 상태로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이 근본 원인인데, 불결한 환경에 몰려드는 쥐가 병균을 옮기는 것으로 착각하여 쥐만 박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 할 수 있다.(물론 저자 자신도 인간의 심리 상태와 호르몬이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인간의) 활홀한 행복감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전달물질은 50여 가지가 넘는다."(p,210))

"사람들의 감정의 기복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이라는 작은 분자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뇌 전달물질로 뇌에 정보와 소식을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은 체내에 10mg 정도가 흐르는데 이 가운데 1%만이 신경전달물질로 뇌에 존재한다. 나머지는 위와 장에 머물며 소화를 돕는다."
"뇌에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도 좋아진다. 기분이 좋을 땐 세로토닌이 뇌의 기분중추를 활성화시켜 편안한 기분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든다."(p.33)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세로토닌이라는 전달물질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세로토닌은 바나나, 파인애플, 딸기와 같은 과일에 순수한 형태로 들어있을 뿐 아니라 참깨나 우유, 쌀, 초콜릿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세로토닌이 직접 뇌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뇌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른 생화학적인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당이 함유된 식푸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통해 당이 생성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세로토닌 생산이 더 빨라진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을 때 초콜릿이나 쿠키 또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어떤 약을 먹는 것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p.38)
"따듯한 봄날 햇볕을 쬐거나, 여름휴가를 떠나 아름다운 해변의 태양 아래 누워 있으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가 빛(2500럭스lux 이상)을 보면 뇌에서 세로토닌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 겨울에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겨울철 세로토닌 결핍을 특히 심하게 느끼는 경우이다. .... 그렇다면 겨울철과 초콜릿의 높은 상관관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서 따듯한 남쪽 지방 사람들이 우중충한 북유럽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울증이 적고 더 정열적인 것이다."(p.42~43)

이 책은 자연과학에 대한 학문적, 실질적 관심이 아니라 단순히 호르몬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유익한 편이다. 호르몬에 대한 유익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열 배,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남성의 네 배"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에 따른 검지와 약지의 길이 차이의 상관성 : 검지가 약지보다 짧은 사람이 반대의 경우보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 즉, 소위 '남성적'이라 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농도가 증가하여 폐경기의 여성(에스트로겐 감소)은 세로토닌 농도가 줄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스킨십은 대표적인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여성의 옥시토신 수용체가 남성에 비해 5배이기 때문에 여성이 스킨십에 민감하다."
"여성의 세로토닌 수치는 월경 직전에 가장 적어진다. '월경전증후군'은 여성 중 30%가 경험한다."
"테스토스테른은 35세 이후 매년 1%씩 감소. 60섹에 절반 정도로 생산이 줄어든다. 물론 개인차가 있으며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질병 등에 따라 달라진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만성피로, 발열, 수면장애, 우울증, 성욕감퇴, 발기부전, 기분나쁨, 체중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실험 결과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는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도파민이 치솟고 세로토닌이 결핍된다. 따라서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우울증, 강박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페닐에틸아민은 식욕억제제와 유시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배고픔을 억제한다."
"연애 초기의 실험 참가자들은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처럼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적인 사람보다 40% 정도 낮다. 강박장애처럼 한 가지(사람)에 몰두하기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비판적인 행동과 관련된 뇌 부위 활동도 억제시키기 때문에 상대방에게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연애 초기의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독신 남성이나 연애기간이 긴 남성에 비해 40%나 낮고, 여성은 비교 상대보다 2배나 높다. 따라서 이들은 싸우지도 않는다."

"애인과 헤어지면 페닐에틸아민과 엔도르핀 수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금단증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대신 도파민이 더 증가하고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증가한다. 흥분제와 욕망을 자극하여 과격한 행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도 늘어나 밤잠을 못이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모든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즉, 실연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섹스를 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남녀 모두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증가한다. 여성은 일부 늘어나지만 남성의 경우 5~10배 증가한다. 바소프레신은 테스토스테론의 성욕 촉진작용을 돕고 테스토스테론보다 더 부드럽게 작용하려 남성이 부드럽게 접촉하도록 이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이 증가하여 성적인 접근을 용이하도록 만든다."
"성관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남자는 바소프레신의 농도가 떨어지고 남녀 모두 옥시토신의 분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옥 시토신 양이 최대치에 이르면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된다. 절정에 달하면 도파민과 앤도르핀처럼 천연 '환각제'와 프로락틴 같은 호르몬의 농도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바소프레신은 항이뇨작용과 더불어 수면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옥시토신과 프로락틴, 엔도르핀이 몽롱하고 기분 좋은 환각상태를 단들기 때문에 남성들은 성관계 후 빨리 잠들 가능성이 크다."

"사랑의 감정에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몸 속에는 수백 가지 다양한 관계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기능과 상호작용, 그리고 무수한 유발인자의 실체를 더듬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생화학적인 작용에만 국한시킬 수 없도록 만든 것 같다."(p.249)

[ 2012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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