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정치동맹 - 10인의 민주진보진영 리더에게 묻다
이상이 외 9인 지음, 김윤태 인터뷰 / 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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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2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회에서 하나의 분수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6.2 지방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복지'였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진보정당 뿐 아니라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씨도 본격적으로 '복지'를 정치적 의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사가 확인된 후 시민단체들은 '복지국가 실현 연석회의'를,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개인들이 모여 2011년 5월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서울본부, 노원지역 본부, 성남본부 등 지역체계를 갖추었다. 국민운동본부는 초기에 강연회, 토론회 등을 적극적으로 열고 자료집을 제작하는 등 열성적으로 활동하였으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전국 각 지역단위 조직이나 활동을 전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개별적인 유권자, 풀뿌리 시민단체,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논의하면서 조직체를 꾸리기 보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라는 시기에 맞추어 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상층 인사들끼리 서둘러 조직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내 예상으로는 이 책이 그 연장선 상에 놓여있다. 즉 서둘러 '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였으니 그 연대조직의 목표나 정책의 합의가 부족한 상태였고,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치중하다 보니 2012년 선거를 앞두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인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0인의 민주진보진영 리더'라는 부제에서 말해주듯이 인터뷰에 참여한 10인은 국민운동본부에 몸을 담근 조직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복지국가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문성근 100만 민란 국민의 명령 공동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씨가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한국정치의 핫이슈인 '복지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시민사회, 민주당, 진보정당의 리더 10인의 전략은 서로 조금씩 다르다. 이들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에는 다양한 의견과 차이를 보인다.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에는 반드시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이루어져야 다시 민주진보정부로 갈 수 있다며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전략에서는 단일정당, 야권연대, 진보대통합 등의 다소 차이를 보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시민정치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국정치 재편을 모두 주장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책이 발간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10인의 정치적 안목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복지국가를 향한 한국정치, 정당정치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일관성만 있다면...
 누구나 생각하듯이 복지국가 건설은 매우 정치적인 과정을 거친다. 선거 때마다 정책과 공약보다 상대방의 실수와 약점으로 승패가 갈리는 한국정치에서는, 정당과 시민단체의 지도자들이 복지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는다. 특히 법률과 예산을 결정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민주진보개혁진영 지도자들이 복지국가 건설을 합의하고 창의적인 정치 전략을 고민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복지국가 정치동맹인가? 이상이 대표는 "한국 유권자의 99%는 민생불안을 해결해 줄 복지국가와 밥이 되는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다. 모든 정치세력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크게 단결하여 성장만능과 시장만능을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을 심판하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집권을 갈망하고 있다. 진보개혁 정치세력은 작은 차이와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단결하기를 원한다."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그 리더들은 정치동맹의 방법에서 서로 다르다. 10인 중 일부는 하나의 정당,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다른 일부는 야권연대를 통해 달성하기를 원한다. 전자의 입장은 야권통합, 야권단일정당 없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이 '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이, 문성근, 김기식, 이인영, 정동영, 천정배, 정세균은 전자의 입장이고 권영길, 조승수, 이정희는 후자의 입장이다. 물론 전자의 입장의 경우에도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과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선혁신'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다. 민주당의 혁신 없이는 야권단일정당이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후자는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를 주장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상반기의 정치상황은 복지국가의 '가치'는 크게 퇴색하고, 정치공학과 선거전술만 난무한 모습이었다. '빅텐트론'과 '야권단일정당'을 결사적으로 외치던 문성근, 김기식, 이인영은 '간절한 외침'과는 달리 그다지 야권통합에 열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정부 출신 일부 정치인과 정치성향의 시민단체 활동가, 백만민란등 몇 개의 시민단체를 묶은 '혁신과통합'을 결성한 후 민주당과 합당하였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이루어냈음에도 오만함과 무능함을 보였다. 공천실패와 리더쉽 부재, 전략전술의 실패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수를 내주었다. 2011년 이 책이 발간될 당시만 하더라도 '건강보험 하나로', '복지국가 만들기 운동본부'. '100만 민란 운동', '내가 꿈꾸는 나라' 등 시민정치운동이 들불처럼 일고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한 이후 복지국가 운동은 사그라 들었다.
진보정당 역시 '진보대통합'에 실패하였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일부가 통합진보당으로 '소통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나마도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 이후 부정경선 시비와 당내 권력다툼으로 망신창이가 된 후 국민참여당측과 진보신당 탈당파측, 그리고 민노당 내 일부가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창설하느라 요즘 분주하다.
이상이 대표가 중심이 된(?)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패한 이유는? 내 생각에는 섣부르게 상층인사 중심으로 정치동맹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야권단일정당'을 시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세상이 점점 독점에서 분산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획일화에서 다양화, 관료화에서 분권화로 가는 마당에 이념과 지지층이 다른 정치세력을 정권을 획득하려는 목적으로만 통합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한 욕심이었다.

 

이상이 대표는 매듭말에서 "앞으로 더욱 더 국민 일반이 갖고 있는 불안을 제도적 방식으로, 사회 연대적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깨어있는 국민, 시민이 많아야 하며, 이것이 시민정치운동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10년을 지나오면서 엄청난 변화의 조짐들이 시민사회 내부에서 일고 있다 한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어떻게 복지국가 건설로 모아 나갈 것인가, 앞으로 1년 동안 시민정치운동, 풀뿌리 시민운동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정치가 광범위한 국민의 움직임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올 2011년 말의 정치질서 재편 국면에 영향을 줄 것이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당은 이 시민적 토대 위에서 복지국가 노선을 내걸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11년 1년 동안 전국적 수준의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이 굉장히 중요한데, 만약 그것이 잘 안 되면 정치질서 재편이 잘 안 될 것이고, 그러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은 한동안 미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 말은 여전히 유효하되, 뒷 말은 과도한 우려일 것이다.
'명사정당' 수준이 민주통합당과 '명망가단체' 수준인 시민단체, 정파간 갈등이 극심한 진보정당만으로 정치가 혁신되고 시민정치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없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풀뿌리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생각과 요구를 모아야 한다.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직장에서부터 복지국가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홍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풀뿌리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노동조합, 농민회, 온라인 동아리, 카페, SNS에서 꾸준히 복지 쟁점을 꺼내고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논의단위를 조금씩 광역화하고 그것이 복지국가 전국운동과 만나야 할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끌어들이고...
1년만에 복지국가 운동을 전국적으로, 지역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처음부터 무모하고 욕심이었다.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루이틀, 1~2년에 이루어 질 수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계기일 뿐이다. 어차피 현재 수준에서의 선거는 정당들의 선거 경쟁에 좌우되는 것이 중심이고, 복지국가 운동이나 시민정치운동은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10인의 리더들이 99% 유권자의 염원이 복지국가이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이 책 속의 다짐과 약속을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복지 쟁점을 형성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반영하여 다시 한 번 야권단일후보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승리가 내년 새로운 정부에서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건설의 실행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 2012년 10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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