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40년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작년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이하여 봉하마을에 혼자 내려갔을 때 상점에서 구입한 것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국정홍보처가 준비한 자료로써 부동산, 교육 등 몇 권을 한꺼번에 구했다가 이번에 교육 관련 책들을 연달아 읽으면서 읽을 기회가 온 셈이다.

나 역시 노 전대통령 개인에 대한 애잔함과 '지못미'가 적지 않다. 더군다나 그 분이 나름 노력하고 고생하는 기간 동안에 나는 내 한 몸 잘 살아보겠다고 미친듯이 회사를 운영하던 때라 더 그런 면도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감정은 사적인 것이고 그 분이 몸담았던 참여정부는 공적인 것이리라. 사적인 감정을 덮어두고 공적인 기준에서 참여정부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여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 등 수구세력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집권 내내 객관적이자 못한 공격과 폄하를 계속한 것이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자체를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이 이성을 잃은 공격과 참여정부의 과오를 온 몸에 짊어지고 이승을 떠난 관계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면이 크다고 본다. 양 측면에서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평가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출판사가 "최고의 교육 전문가들이 쓴 국내최초의 교육 정책 보고서"라고 자평하지만 난 별로 동의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9월 초부터 정부정책 포털 국정브리핑(www.korea.kr)에 연재된 <실록 교육정책사> 시리즈를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출판사는 "국내 교육 전문가로 조직된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에서 교육 정책에 관여한 전?현직 관료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정부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하는 등 방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해놓았다. 폭넓은 자료조사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은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교육 40년≫은 지난 40년 동안의 교육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과 분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있는 안목을 제시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라고 국정홍보처를 추켜세웠지만 나로서는 (심하게 표현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라 말하고 싶다.(보고서 작성 참가자로는 국정홍보처 직원, 전언론사 기자 등으로 기재되어 있다.)
아무튼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국정홍보처와 교육부가 주도한 보고서이므로 참여정부의 자체 평가서라고 인정하고 읽었다.(청와대 인사나 관련자들이 얼마나 보고서에 개입되어 있는지는 내가 알 수 없고...)

저자들은 '대한민국 교육정책사는 1995년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 이전과 이후로 시대구분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문민정부 이전의 교육정책은 산업화사회의 패러다임 속에서 암기위주의 교육이 기본 정책이라면 문민정부 들어서부터 정보화사회와 지식기반사회의 패러다임 속에서 창의력 중심의 교육이 기본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국민의정부와 마찬가지로 문민정부의 그러한 교육철학과 정책을 유지하고 이어갔다고 자평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한민국 교육의 핵심적인 사안을 대학입시, 고교평준화, 사교육(과외)정책으로 정하고 문민정부 이후 세 가지 금지정책('3불 정책')을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다고 말한다. 물론 본고사와 내신 도입은 1980년 신군부가 결정한 것이고 고교평준화는 1974년 박정희가 도입한 것이다. 저자들은 문민정부가 본고사 금지를 '명문화'했고 내신을 '강조'했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내신의 제도화'에 주력했다고 자평한다.(그럼 별로 한 것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것인데 책속에서는 교육부분에서 마치 많은 것을 이룬 것처럼 나열되어 있다. 쩝...)

이들은 대학입시가 자주 바뀌는 이유를 "역대 정권이 국민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등에 엎고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대학입시 제도를 수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가장 핵심문제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구조"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대학자율에 의한 특성화, 다양화 전략으로 대학서열구조를 유동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참여정부는 대학개혁을 시도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과외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대다수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교육체계를 무시할 만한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이며 과외는 신분상승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외는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며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자 "입시열병은 무지의 소산"임을 지적하고 미래사회는 '평생학습사회'가 진화되고 세계 각국의 대학이 학점 교차인정 등의 방식으로 통합될 것이기 때문에 머지 않은 장래에 과외와 입시가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사교육과 공교육의 질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며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제고해야"한다고 결론 내린다.(그럼 학부모들에게 '과외는 멍청한 짓'이라고 홍보만 하고 학교와 교사의 책임성 교육을 강화시키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
또한 국내 대학이 경쟁력이 없는 이유를 역대 정부가 사립대학의 수익성을 보장하려는 제도를 도입했고 대학들이 대학서열구조에 안주하면서 "가르치는 경쟁이 아니라 뽑는 경쟁"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정부의 책임이나 역할은 없다?)

이들에게 있어서 우리나라 교육은 '4대 쟁점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4대 쟁점으로 대학입시 정책, 고교평준화 정책, 사교육비 경감정책,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정책을 제시한다. 문민정부에서부터 참여정부까지 이 네 가지 쟁점들이 어떤 과정을 겪었고 어떻게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망가져 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3불 정책'으로의 귀환일 뿐이다.
교육문제에 있어 4대 쟁점에 대한 각각의 결론은 '이상적인 원칙론'이다. '대학입시정책'의 경우 참여정부는 등급을 9등급으로 넓게 한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 비중을 낮추었다고 자평하면서 궁극적으로 정부가 입시에 관여하는 '국가시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삼 정부는 '대학설립준칙제도'를 도입하고 '학부제'를 시도했으며,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는 'BK21'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대다수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 '국립대 구조조정'은 김대중 정부가 일부 추진했고 '서울대 법인화'는 참여정부가 시도했다가 커다란 반발을 받아 포기했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도입 이후 지금까지 '3불 정책'의 이름 아래 큰 틀을 유지해 왔으나 평준화에 따른 질 저하를 방지와 교육의 다양성, 수월성을 목적으로 1992년 문민정부 들어 도입한 '특목고'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들어 '자사고'까지 확대되었으나 '명문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
2000년 '과외금지'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을 받은 이후 학원과 사교육은 어마어마하게 확대되었다. 이에 대한 참여정부의 사교육비 절감방안은 '사교육의 학교 내 흡수, 즉 EBS 수능 강의와 방과 후 학교'였다. 하지만 사교육 대책에 대한 정답이 '사교육의 공교육 내로의 흡수'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임을 보인들도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는 것일 뿐...
'인적자원개발정책'은 특별한 쟁점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이 정치 쟁점화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은 제목과 머리말에서 제시한대로 '대한민국 교육 40년사'를 정리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문민정부의 교육정책 기본방향을 김대중 정부에 이어 유지해 왔음을 말한다. 그렇지만 책 전반에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성과를 자평하기 위한 글들이 눈에 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과하지 못하는 모습은 크게 실망이다. 더욱 실망인 점은 교육정책에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정부가 공교육 붕괴와 교육개혁의 실패 책임을 사교육 기관이나 대학, 학부모나 학교(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문민정부 - 국민의정부 - 참여정부 15년 동안 '교육개혁'을 줄곧 주장한 역대 정부의 선언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15년 동안이 가장 대학입시가 파행을 겪고 공교육은 더욱 붕괴되었으며 사교육기관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주요 산업으로 정착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특목고' 증가로 고교평준화가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대학의 수는 늘었지만  '입시위주 교육'은 더욱 심해졌고 서울대 중심의 대학서열화와 학연주의는 심화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 생각에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또는 교육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첫째 정부 초기에 '정책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 속에서 드러나지만 참여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은 2007년에 대부분 발표된 것들이고 교육문제에 대한 인터뷰는 대부분 군사정권과 문민정부의 교육정책 관련자들이었다.(그 정책의 적절성을 떠나...) 4년간 좌충우돌을 겪으며 연구한 끝에 임기 말에 기본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물론 이명박이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그 정책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쳐박혔다.
두번째 실패 요인은 교육개혁의 핵심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핵심은 당사자들도 인정했다시피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사회, 학연주의 사회, 대학서열화'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교육주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관료와 사법부, 정치권과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 포진되어 있는 서울대,연대,고대 즉 'SKY의 권력독과점'을 완화시켜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정부 스스로가 나서서 문제의 핵심을 공론화시키고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며,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행정부에서부터 '국가고시'와 관료선발에서 SKY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립대학교, 특히 서울대학교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유도하여 다른 대학들이 뒤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이 노 전대통령이 서거한 지 3주년 되는 날이다. 노무현이라는 개인의 소탈한 품성과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마음가짐, 깨끗한 자세는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본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와 과오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앞으로의 정책과 제도 수립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 2012년 5월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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