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로 이루어진 세상
장미셸 코르티.에두아르 키에를릭 지음, 안수연.박인규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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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 대한 국방부의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과학적’인 증거라고 내세운 것이 ’어뢰 파편-프로펠러’와  매직으로 쓴 ’1번’이라는 글씨체다.
나머지는 ’~라고 판단된다’, ’~라고 확인된다’, ’~와 비슷하다’ 등 모두 추측성 논리다.
 
어떤 전문가나 블로거들이 말하듯이 북한이 다른 무기처럼 어뢰에 ’~호’가 아닌 ’~번’으로 표기하였는지, 한 나라의 무기에 그처럼 허술하게 매직펜으로 ’1번’이라고 표기하는지, 국방부가 왜 자꾸 말을 바꾸었는지, 어뢰가 폭발하여 2천톤급 배가 부서졌는데 사람이 멀쩡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별도로, 어뢰폭발시 발열현상으로 매직으로 쓴 글씨가 변색되지 않았는지, 바닷물 속에서 매직 글씨체는 부식되지 않는지, 어뢰가 바닷물 속에 잠긴지 80여일만에 그 정도로 부식되는지 등에 대하여 과연 엄정하게 실험실에서 부식의 정도와 시점을 규명하였는지 묻고 싶다.
 
’과학’은 추정이 아니다. ’과학’은 특정한 가설을 엄밀한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논리적,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학문이다. 함부로 ’과학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전후하여 한국 케이블 방송에서 미국의 과학수사대에 대한 시리즈 드라마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CSI’나 ’NCIS’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한 번이라도 그 드라마를 보았다면, (비록 그 드라마가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과장하는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21세기 과학은 국방부 발표처럼 허술하게 부품 몇 개와 글씨체를 가지고 ’과학적인 조사’라고 당당하게 발표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제대로 ’과학적’인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개월, 또는 1~2년간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가 수십번의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동원해야 어느정도 확률을 가진 조사결과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개월 남짓 조사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바, 당연히 정치적인 이유에서이고 ’6. 2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군인들이 하루아침에 수장당한 상황을, 엄밀하게 조사하여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할 위치에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은 덮어두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국가... 그 국가의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해군사령관과 지휘관들, 행정관료들과 정치인들... 김용옥교수 말처럼 이것은 '미친거 아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사건은 아마도 5.18 당시 자신들의 국민을 ’빨갱이’로 매도하여 총칼로 무참하게 살해한 전두환,노태우와 4.19의 이승만,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박정희 이후에 가장 파렴치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천안함과 같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한국 제도교육의 커리큘럼에 대해 ’음모론’적 시각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한국 교육제도에서 점점 ’수학’과 ’과학’이 평가절하되거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과목과 ’과학’과목은 학생들에게 자연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고 사물과 현상의 인과관계를 인식하게 해주며, ’결정론적’ 사고 대신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준다.
 
다만, 교사와 교육관계자들이 이러한 근본적인 관점과 시각을 잊어버리고 ’경쟁’이나 ’입시’에만 치중하는 것, 단순히 일 잘하는 ’노동자’를 길러래는 정도의 소양만 갖추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근본 원인은 ’대학 만능주의’와 ’대학 서열주의’에 의하여 사람을 자질을 평가하고 대우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물리,화학이고, 이공계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들에게 물리학은 여전히 공식을 외우고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문제를 푸는 과목일 뿐 우리 일상과는 먼 학문이다. 문제 풀이만을 열심히 익힌 우리 학생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우리 주위를 관찰해보면 그 안에 무수한 물리 법칙들이 숨어 있고, 만물의 이치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을 끌 때 물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눈송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돌멩이가 물 위로 튀어 오르며, 자전거가 균형을 이루는 이치가 무엇인지 등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일 새 없는 그들에게 그러한 일들을 물리 법칙으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 책은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좀 더 쉽게 물리학의 본성에 근접하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식에 부응하는 책이다. 그냥 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어도 좋고,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수식을 이끌어내 검증을 해봐도 좋다. 소설처럼 읽든 수식으로 검증을 하든 놀라운 자연현상에 놀랄 것이다. 그러면 물리학은 좀더 흥미로운 학문이 되지 않을까.

불을 끄기 위해 왜 우리는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할까? 세차게 번져가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불의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보다 빨리 온도를 낮춰야 한다. 물은 모든 천연 물질 중 열용량이 가장 뛰어나며, 모든 액체 중에서 기화열이 제일 크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실내 화재에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열과 연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불이 확산되면서 갑자기 성질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방 안에서 불이 번질 때, 온도가 높아지면서 열에 노출된 물건들은 적외선 복사로 방 곳곳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열분해로 연기나 뜨거운 가연성 가스가 방출되어 천장 아래에 쌓이고, 천장 아래 온도는 섭씨 300도에 이른다.
이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시무시한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나 방 전체에 불길이 번지고, 실내 온도는 약 섭씨 1000도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유형의 참변을 피할 수 있을까? 물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뜨거운 증기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연기와 가연성 가스들이 방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 연기와 가연성 가스는 선선한 공기를 만나면 즉시 타오르게 된다. 따라서 전소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물을 조금씩 단속적으로 여기저기 뿜어대면서 가스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냉각된 가스가 압축되어 생성된 증기를 전반적으로 상쇄하고, 주변의 뜨거운 가스가 흡착되면서 전체 공간의 압력이 낮아진다. 그렇게 하면 뜨거운 가스가 빠져나가 외부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최선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이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숨어있는 물리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 눈꽃: 육각형 눈 결정과 여전히 풀리지 않는 눈의 신비
- 원형으로 배열된 암석: 자연이 만든 ‘스톤헨지’의 비밀
- 냉각 혼합물: 냉장고에 꼭 필요한 아주 효과적인 냉매
- 냉기에서 나온 열기: 온도가 더 낮은 곳에서 열을 흡수하는 놀라운 장치
- 물과 불: 물이 오히려 더 큰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 검은색 옷을 입는 베두인족: 사막의 유목민들은 왜 검은색 옷을 입을까
- 광압: 빛이 비행기와 우주선의 동력이 된다?
- 편광 오징어: 어떻게 편광을 감지할까
- 거울 효과: 수면 안테나로 메시지를 포착하는 전략 잠수함
- 선별 반사: 비눗방울이 펼치는 색채의 마술
- 파속과 광속: 새로운 유형의 레이더와 광원을 이용한 영상 프로젝터
- 테라헤르츠선 촬영 때 부끄러워하지 마라!: X선에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났다
- 형태가 유지되는 파: 초고속 대용량 광통신의 숨은 주역, 광솔리톤
- 지진파와 모호면: 지구 내부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 자기 기억 암석: 자기마당 정보를 이용한 화산암의 연대 측정법
- 자기 방호판: 우주에서 날아드는 입자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방패
- 집 안에서 일어나는 방전: 복사기와 우주선에 적용되는 ‘마찰전기’ 현상
- 터키 커피를 원심 분리하라!: 아인슈타인과 브라운 운동
- 하늘을 수놓은 300개의 불꽃: 불꽃으로 하늘에 숫자와 글자를 새기다!
- 접착력: 자유자재로 벽을 타는 게코도마뱀과 판데르발스의 힘
- 수분 흡착기: 습기 쏙, 물 먹는 염화칼슘과 실리카젤
- 젖은 모래성: 누가 가장 멋진 모래성을 지을 수 있을까
- 다시 튀어 오르거나 깨지거나!: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까닭은?
- 완벽한 고정: 고체 마찰력과 쿨롱의 법칙
- 바이올린과 경첩: 음향 효과에 숨겨진 물리학
- 보조보조의 원리: 저절로 돌아가는 회전 날개의 비밀
- 위아래가 뒤바뀐 추의 수수께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파울의 이온 트랩
- 이제 돌을 이용한 에너지 시대가 온다: 지각 평형설과 판구조론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 물수제비뜨는 기술: 4톤이 넘는 폭탄이 수면 위에서 튀어 오른다?
- 유속의 차이: 완류인가 급류인가, 마하의 수에 해당하는 ‘프루드 수’
- 물고기의 영법: 탁월한 수영 실력을 자랑하는 물고기의 비밀
- 자전거의 균형: 넘어지지 않으려면 앞으로 나아가라!
- 인간의 힘으로 작동하는 헬리콥터: 2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육상 경기 세계 신기록의 비밀
- 경이로운 활쏘기 기술: 오랜 세월 활이 사랑받아온 이유
- 화살을 따라가보자: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화살의 비밀
- 회전력이 강한 공의 기술: 베컴이 차는 절묘한 프리킥의 비밀
 

[ 2010년 5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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