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스무 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7세 연상의 남편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맞선 한 번만으로 결혼했다.
지방의 윤락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업소에서 이들은 ’돈 버는 기계’처럼 착취당했고 사채와 연대보증으로 엄청난 빚을 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의 노예 계약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세월 노예 생활을 해온 사회적 약자들을 보도한다.
노예제는 과연 과거의 문제일까?
(추석 전에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아저씨>는 그냥 시나리오일 뿐일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노예노동의 실태를 읽다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동남아시아의 태국/캄보디아/베트남..., 남아시아의 인도/네팔/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남미, 유럽, 동아시아...
캄보디아 난민 출신 스레이 네앙은 어린 시절 노예로 팔려가 갖은 고생 끝에 하갈 쉼터의 도움으로 이제 재봉사가 되었다.
카스트 하층 계급인 마야의 가족과 친척들은 얼마 안 되는 빚 때문에 벽돌 가마에서 강제 노동하다가 국제정의선교회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우간다의 찰스와 마가렛은 신의 저항군에 납치당해 소년병이 되었다가 구출되었다.
몰도바의 나디아는 이탈리아에 취업시켜준다는 꾐에 넘어가 인신매매되었다가 간신히 자유로워졌다.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에 의해 2001년 7월 발표된 <인신매매 보고서>에 한국은 러시아, 이스라엘, 루마니아를 포함한 3등급(미국법의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 책속에서 한국은 인신매매와 노예노동의 공급자, 경유자, 최종소비자로 분류되고 있다.
2달 전인가 영화관에서 개봉한 <아저씨>라는 영화(이정범감독, 원빈 주연)도 내용 중에 소녀가 인신매매되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당연히 아니라는 것을 반증(심증?)하는 것이겠지...
 
과거 이 땅 한반도에서도 불과 몇 십년 전에는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한국의 어두운 어디에선가에는 법과 시민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사람과 외국인들이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빼았긴 사람들을 돕는 ’천사’이자 ’전사’같은 이들이 소개된다.
’끄루 남’은 인신매매된 동남아시아 아이들을 구출하는 태국 화가다.
’애니 디젤버그’는 태국의 성노예 여성들이 제2의 삶을 살도록 돕는 ’야간등 디자인’의 대표다.
’피에르 타미’는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하갈 쉼터의 설립자다.
’게리 하우겐’은 전 세계의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설립자다.
’플로렌스 라코르’는 월드비전의 18세 미만 소년병 재활 센터의 상담자다.
’이단 라굼 루모로’는 월드비전의 18세 이상 소년병 재활 센터의 책임자다.
’체사레 로 데세르토 신부’는 인신매매된 동유럽 여성들을 구하는 ’레지나 파키스’의 성직자다.
’루시 보르하’는 페루의 거리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 ’헤네라시온’의 대표다.
’루이스 에통웨’는 일곱 번이나 노예를 구한 카메론 출신의 미국인이다.
’캐서린 천’과 ’데릭 엘러먼’은 현대판 지하철도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공동 대표다.
’아나 로드리게스’는 ’플로리다 인신매매 반대 연합’의 대표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상인에 맞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동 노동자, 성노예, 강제노역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 우리 주변엔 가난과 억압의 짓눌려 사는 이들이 많다.
인간의 자유를 느끼지 못한 채 상업적 도구로 쓰이는 이들의 서글픈 이야기를 담는다.
현대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가난은 사회적 불평등과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부터 이끌려 국경 너머로 노예로 팔려나간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여 이들의 아픔을 전한다.
납치 당하거나 채무 관계로 강제 노역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구원의 손길이다.
핍박 받고 구원 받지 못한 이들의 구구절절 이야기를 통해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이 사회를 비판해 보면서 이제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노예노동, 성착취를 성행하는 이유는 그들 나라의 극도의 가난, 무력갈등, 급격한 산업화와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거기에다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남성들의 ’성상품화’ 의식과 도덕성의 빈곤, 저렴한 착취노동에 대한 욕구 등이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부분 모두 근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무척이나 음성적으로 노예노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노예노동’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각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경우 문화의식과 부정부패가 수요와 공급 양측을 모두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1980년대 엘살바도르에서 친구 몇 명과 성공적인 인권 운동을 펼쳤다.
그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노예제를 끝내려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며 따라서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다.
먼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려면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방된 노예들을 고용하려면 기업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노예제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을 바꾸려면 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건강 관리사와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필요하고 보호 시설을 지으려면 건축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을 착취해서 만든 상품을 사지 않는 현명한 소비 활동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노예제 폐지 운동에 실제로 도움을 보태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세계 전역에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는 3,000~5,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점점 더 그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
그들은 가내노동, 가사노동, 섹스바, 성매매업소 등에서 착취당한다.
한국인들은 중국, 일본, 대만인들과 함께 동남아시아 어린이 성노동의 주요 고객이다... 이름하여 ’섹스관광객’...
 
신문기사나 영화 한 편으로 스쳐가듯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노예노동과 성착취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고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영화 포스터]










 

[ 2010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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