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우주 까치글방 187
스티븐 호킹 지음, 김동광 옮김 / 까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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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말까지 인류 과학의 발전을 기술하고 인류가 몸담고 있는 우주 전체의 모습이 "표면이 울퉁불퉁한 호두껍질 속에 10차원 이상의 브레인이 담겨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설명한다. 호킹박사의 이론은 현재 ’초끈이론’의 부분을 구성하는 M-브레인을 말하는 것이다.


 
호킹박사는 처음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이론’이 전개되어온 역사를 되집어 본 후, 시간의 형태와 방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 양자역학의 성과, 다중 우주역사론, 빅뱅과 인플레이션 우주론, 블랙홀과 미래예측, 벌레구멍과 타임머신, 브레인 우주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처음 접한 것은 우리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우주의 역사가 단 하나가 아니라는 이론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진실이라면, 우주의 역사와 전개과정 역시 ’확률’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우주는 가능한 모든 역사를 가지며, 각각의 역사는 저마다 고유한 확률을 가진다.’ 리차드 파인만 교수가 이에 대해 공식화했다는 것인데, 우울하게도 나는 파인만 교수의 저서를 몇 권 읽었음에도 그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다. 


 
<시간의 역사 A History of Time>에서도 그랬지만, 호킹박사는 자신의 책이 지루하고 난해한 물리학과 우주론으로 인하여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 않도록 책 속에 많은 그림과 도식, 그리고 재미있는 설명과 사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상을 이야기할 때, 호킹박사는 세계적으로 널리 방영된 바 있는 [스타트렉 Startreck]을 미래의 모습으로 예시한다. 이 책 제6장 ’우리의 미래’ 편에서 인류의 뛰어난 과학의 발달에 따라 생물학적 생명체와 전자적 생명체는 점차 빠른 속도로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 후, 결론으로 ’스타트렉’과 같은 모습은 불가능함을 주장한다. 물론 호킹박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류의 지적인 발달과 인공지능의 발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만, 대신 인류와 비슷하거나 인류보다 진보한 종족이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하고 인류가 독자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스타트렉]이 그리는 미래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애기하는 것이다.
 
호킹박사는 이 책에서 제네바의 LHC(Large Hardron Collider 대형하드론입자충돌기)가 완성되면 M-브레인 이론이 실험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나 2011년 현재까지 M-브레인 이론을 입증할만한 관측 or 실험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호킹박사처럼 천재라 인정받는 과학자들의 대통일이론에 대한 ’희망사항’도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인류의 지식과 지능은 장엄하고 무궁무진한 자연과 우주의 진리를 터득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쩌면 인류는 100년 또는 1000년 후 어느 순간에 ’인류의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킹박사가 과학자들과 지식인들로부터, 그리고 일반인들로부터 천재로서, 뛰어난 과학자이자 저술가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책 속에서 호킹박사의 인간적인 부족함, 과학자로서의 인류에 대한 책임감 부족을 느끼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향후 1000년 동안 과학자들이 인간의 DNA를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조작의 금지’에 대해 제3자적 관점과 태도로 대하는 부분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가 전체주의 체제가 되지 않는 한, 지구 어디에선가는 누군가가 향상된 인간을 설계하게 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실험과 조작의 비윤리성과 잠재적인 엄청난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과학자들이 그러한 시도와 실험에 대해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호킹박사 자신의 입장이 없다는 것에 나는 매우 실망했다. 
 
[ 2011년 3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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