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저항하라 -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조주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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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여자 




주말에 <<영화가 좋다>> 프로그램에서 영화 <<밤쉘>> 소개를 보게 되었다. "영화 <밤쉘>은 미국 보수언론인 폭스 방송국에서 벌어진 실제 성폭력 사건과 이를 은폐하려는 사측의 압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연대와 지지를 다룬 미투(#Me Too) 영화(출처: 미디어스)"다. 미투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성추행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원래 그런 거', '매너가 없는 거', '대시하는 거'라고 무마되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저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과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를 내릴 각오를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우아하게 저항하라>>(조주희 저, 중앙북스)는 30년 동안 글로벌 기자 활동을 해온 조주희 ABC 뉴스 한국 지국장의 두 번째 책이다. 작가는 세계 각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느꼈던 차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지 조언한다. 




외신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 기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질문할 때 기자로서 무엇을 하는지를 궁금해하기보다는 그녀의 사회적 위치, 개인사 등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포럼 준비를 하는 동안 높으신 분과 인사했을 때이다. 높으신 분은 자신을 직접 소개하지도 않고 비서가 대신 명함을 내밀며 인사하고, 조 지부장이 자신을 소개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






이런 무례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전 세계를 다니면서 얼마나 많이 겪어왔을까? 외신 기자 조차 일상에서는 늘 선에 부딪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외신 기자조차 이런 대우를 받는데 평범한 직장 여성들은 어느 정도이겠는가? 이 책을 통해 우아하지 못하게 저항했던 것들, 저항조차 하지 못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들이 떠올랐다. 




책 제목이 <<우아하게 저항하라>>다. 우아하면서 저항하는 것은 힘들다. 저항은 치열하다. 그런데 우아하란다. 어떻게 우아하게 저항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아하다




'우아'는 사전 상의 의미로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우아'함은 상황과 상대에 맞게 적절한 방법을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혜로움이다. 순간 화가 나더라도 향후 관계를 고려하여 (결국에는 나를 위해) 현명하게 그 상황을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필요하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항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우아한 대처는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우아함 중 몇 가지를 꼽는다면 '인정받고 싶은 상대의 욕구를 인정해주는 것', '상대가 무안해하지 않도록 하면서 진심을 전하는 것',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노고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상대의 진심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 (나를 위해) 상대를 존중하는 것, 그로 인해 내가 존중받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저항하다




'저항하다'는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티다."이다.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그 기회조차 박탈하려는 관념, 사람,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 (중략) 만약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Why Not'이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왜 안되는지를 잘 따져본 후 열린 마음으로 일단 도전해보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큰 소리로 자신의 요구를 말하는 것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명확한 말, 목소리, 글로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아니라고, 불평등하다고, 선을 넘었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말하기가 저항하기다.  




#우아하게 저항하려면




우아한 저항을 꿈꾸는 아름다운 레지스탕스를 위한 10가지 대응 프로세스




- 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


- 웃으며 먼저 다가가라


- 스스로의 팬이 되어라 


- 내가 하는 일을 남이 알게 하라


- 애교는 집에 두고 오라


- 시의적절한 스몰토크를 익혀라


- 눈빛이 가진 힘을 이용하라


- 가르치며 배워라


- 삶과 휴식의 밸런스를 찾아라


- 일하는 자신을 언제까지나 사랑하라






저자가 제시하는 10가지 대응 프로세스를 보면 내면의 힘 기르기와 저항을 위한 대응 프로세스 구축하기로 압축할 수 있다.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고 좌절하던 때도 많았지만 매번 나를 살린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중략) 험난한 외부 상황에 좌절하고 무너지기보다 현명하게 대응하고 대처하는 '유연함'에 답이 있었다. 외부의 공격에 정면 승부하기보다 지혜롭게 방어하는 유연함이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또 장기적으로 지키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편견이나 차별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우선 단단해지는 것이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내면의 힘이 있으면 견뎌낼 수 있다. 내면의 힘은 자신을 사랑하는데서 나온다. 타인의 기대와 요구를 맞추기 위해 내 욕망과 욕구를 억제하는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사회가 원하는 삶을 살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게 된다. 




"가장 기억하고 싶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우아해지는 가장 기본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면의 힘으로 강약을 조절하면서 저항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힘을 가져야 한다. "내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은, 결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해 두어야 한다




"나는 차별에 대처하는 나름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중략) 입으로는 미소를 짓되 눈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나의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상대방이 내가 그어둔 선을 넘으면 어떻게 방어할지 준비 태세에 들어간다."






"응당 여자는 높은 자리, 중요한 자리에 있지 않다고 가정해버리는 사회적 편견, 일자리에서는 남자들의 맨 뒷자리에 여자를 앉히면서도 접대 자리에서는 꼭 남성인 주요 인물의 옆자리에" 두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선이 어디까지 인지 기준이 확실해야 한다. 




구조훈련, 대피훈련 등 훈련은 실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치면 당황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하고 뒤에 돌아서면 그 억울함에 스트레스받고 괴로워한다. 상처를 남기고 더 위축되게 한다. 섣부르게 저항하면 나에게 더 큰 불이익이 있다. 




"번거롭더라도 이런 상황을 늘 가정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데, 집에 가서 애 보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당신의 배려에 감사하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진심이라고 내가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대응 프로세스 없이 욱 하다 혹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나왔던 수많은 경험들을 떠올리며 복기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시뮬레이션해두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게 하고, 나를 존중할 수 있게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대응 프로세스를 잘 마련해두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이렇게 높은 사회의 편견의 벽에 우아하게 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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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힘의 연대기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박연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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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한 국가의 지리적 위치는 중요하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전쟁, 권력, 정치는 물론이고 오늘날 거의 모든 지역에 사는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뤄졌다."<<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사이) 지리적인 특성도 패권국이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박연정 옮김, 위즈덤하우스)는 지난 5천 년의 세계사를 육지, 바다, 하늘이라는 세 가지 공간의 흐름으로 분석한다. 몽골, 영국, 미국은 이 세 공간의 패권을 장악했던 국가로 꼽힌다. 각 국가들은 강력한 군사력(대륙 이용 능력)에서, 해양 이용 능력으로, 이후에는 항공기 외 인터넷을 통해 패권을 장악한다. 공간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이 책은 시간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에게 공간이라는 축을 추가해  3차원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게 한다.




"패권(覇權, 그리스어: |γεμονία 헤게모니아[*], 영어: hegemony 헤게모니[*])이란 어떤 집단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이나 지위이자 어느 한 지배 집단이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정치, 경제, 사상 또는 문화적 영향력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위키백과)




이 책의 저자는 헤게모니,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해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나라의 지위를 가진다는 일반적인 정의에 스스로 지배하는 구조의 체제를 형성, 유지, 주도할 책임을 가진 나라라는 의미를 덧붙였다.




우리 세계의 공간은 지구 안에서 지구 밖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 지배력은 더 팽창하고 있다. 패권의 이동 시기를 보면 육지에서 바다, 바다에서 하늘까지의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기존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는 시기에 전쟁을 통해 확립해왔으나 지금은 전쟁이 어려운 시기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패권이 이동하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패권의 정의에서 언급했듯이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에 많은 책임감을 부여한다.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다수에게 지지를 받고 전쟁을 막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책임을 다하는 역할과 같다. 자국의 세력 강화, 또는 도전하는 자세만으로는 패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국이나 나라가 아닌 GAFA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막대한 부를 얻는 현상은 하늘 세계 패권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제 인터넷 공간의 패권이 특정 국가가 아니라 기업임을 언급해놓고 국가가 할만한 책임감을 지우는 것은 무리다.



변화하는 자연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유목민은 사고가 유연했다. 그래서 패권을 장악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바다 너머에 무엇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아갔다. 우리 생각은 농업 사회인 육지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늘 패권국가에게 치인 건 아닐까? 패권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을 우리는 가지고 있을까? 이런 요건이 없이도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꾸릴 수 있을까? 아니면 패권국에 휘둘리며 계속 살아야 할까? 이런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지구상의 육지, 바다, 하늘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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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사회 - 팬데믹의 경험과 달라진 세계
김수련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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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전염병에 대한 책부터, 이후 삶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 - 팬데믹의 경험과 달라진 세계 (김수련 외, 글항아리)>>은 한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기록하고 의미를 생각해보려는 의도가 담긴 책이다.


"우리는 코로나 19 유행을 통해 체제 수준의 감염병을 처음으로 경험하는지도 모른다. 그 지속의 시간은 타자로서의 감염병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중략) 이 과정을 이해하고 체화하며 축적하지 못하면 훗날에도, 그때 다른 신종 감염병이 유행해도 타자화를 극복하지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코로나 19 유행과 그 경험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일은 집단적 체화다. 그 의미를 찾고 성찰하는 작업을 통해 서사를 구성하며 또한 전승하는 것이다.(p.7)"


이러한 의도가 있음을 인지하고 12명 작가의 글을 읽으니 새롭게 읽힌다. 생생한 2020년 3월의 병원 현장에서의 하루, 코로나가 남긴 마음의 상처, 돌봄에 대한 의미, 과학과 정치적 영향, 인종차별, 기후, 감염의 여대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코로나가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일부 글을 인용 및 요약해본다.


#어떤 하루 - 김수련


"'살려주세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목소리가 맴돈다. 우리가 지나온 길에 죽어 넘어진 환자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꽉 차오른다. (p.43)"


2020년 3월 3일부터 31일까지 대구 파견 중 있던 일들을 일부 재구성하여 쓴 <<어떤 하루>>. '살려주세요.'라는 외치던 사망한 환자의 이야기와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돌보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몸 보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할당된 인원보다 많은 인원들을 돌보며, 간호부터, 청소까지 모든 일을 자신의 몸으로 커버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그린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과 싸우기 위해 투입된 장기말'인 간호사들. 이 글을 읽으면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감사를 보내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고립과 싸우는 우리 각자의 심리 - 김민아


"모든 생명체에는 외부 미생물이 들어와 감염을 일으키고 그걸 막아낸 흔적이 있다. 종식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부디 코로나 19는 인간들 사이의 공조와 지지에 매우 취약한 바이러스였다는 흔적이 남는다면 좋겠다. (p.91)"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고단함과, 일상이 된 재난으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걱정, 돌봄이 취약한 사람들이 고립되어 잊히는 것에 대한 걱정 등이 담긴 글이다.


#'사회적인 것'으로서 코로나: 과학과 정치 사이에서 - 김창엽


감염병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 감염병에는 반드시 정치적인 특성이 반영된다. 신자유주의적 통치 관점에서 개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서 '시민 협조에 기초한 생활 방역'이라는 논리와 검역,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예방 접종 등은 이 원리와 상충된다. 과잉 정치, 과소 정치, 잘못된 정치화도 아닌 더 나은 체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글이다.



#불평등한 세계에서 펜데믹을 응시하다. - 우석균


"흔히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바이러스의 전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바이러스는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 노동자와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에게 언제나 더 가혹하다. (p.147)"


바이러스는 평등한데,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장애인, 성소수자, 종교, 사회적 거리두기에 취약한 노동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경제 위기가 도래한 시점에 동시에 닥쳐온 바이러스. 환경 문제와 함께 3중고를 안겨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멸종인가, 다른 길인가를 선택하게 하는 시점이라고 경고하는 글이다.



스트레스가 닥치고 위기 상황이 오면 인간은 이성적 생각과 판단 없이 파충류의 뇌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가 준 위기 상황은 우리가 열심히 닦아놓고 쌓아 올린 이성적 인간의 모습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환자들을 비난하고,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을 과하게 대우하고, 지역을, 나라를 고립시키고, 인종과 종교의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사람은 사람을 차별한다. 인종, 경제적 형편으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그 명암은 위기 상황이니 만큼 더 짙다. 아직 우리 이성적 수준은 과학의 발전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존 본능을 이겨내고 이성적이며 이타적으로 각계각층에서 노력하고 희생하는 분들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생존은 이들 덕분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민낯과 숭고함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 상황'. 우리가 싸우는 적이 바이러스이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내 딸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혹시 생기더라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기록과, 분석과 대비책을 준비해두어야겠다.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답을 찾으려면 인류의 오랜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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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 쓸데없이 폭발하지 않고 내 마음부터 이해하는 심리 기술
강현식.최은혜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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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책은 쌍갑포차의 한강배처럼 내 안에 쌓인 화를 술술 생각나게 하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인지 부조화로 인해 화를 내는 사람, 폭력 가정에서 자라 본 대로 화를 내는 사람, 방어기제가 강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각 사례를 읽다 보면 내 안에 정체되고 가라앉아 있던 화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책에 있는 사례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너무 참아서 자신을 파괴하는 경우와 참지 못해서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조언하고, 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시점의 생각이 합리적인지 점검해보라고 조언한다.


#화를 못내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힘들었던 일을 감정을 제외하고 타인처럼 이야기하는 감정 분리,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무의식으로 보내는 억압, 위협적인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부정/부인, 문제의 초점이나 대상을 바꾸는 전치,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결과를 정당화하는 합리화 등 방어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가 나지만 겉으로 표현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도 방어 기제 중 하나이다.


상대가 미친 듯이 화를 내는데, 화를 내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해서,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서, 혹은 수동적 공격으로, 혹은 학습화된 무기력으로 화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뎌지다가 결국 무너질 수 있다. 표현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만 받아 생긴 화병은 그 부작용 중 하나다.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 영어: somatization disorder)은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참는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신체화 장애를 일컫는 말"


화를 내는 것이 나빠 보이지만, 꼭 그렇지마는 않다.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화를 내는 것은 문제지만, 적절한 분노로 반응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해준다. 의외로 분노의 반응을 계기로 상대와 소통할 수도 있다.


"살면서 불쾌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면, 갈등은 커질 수 있지만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감정을 모르는 척하지 말고, 적당하게 표현하자. 물론 그 적당함이 쉽지는 않다.


#불쑥불쑥 아무에게나 화가 나요


평소에는 괜찮은데 갑자기 이유 없이 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인내심에는 총량이 있다고 한다. 이를 다 써버리면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화내는 건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이런 시선 때문에 더욱 상처 받을 수밖에 없다.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렇기에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자신의 불편감을 정확히 표현하지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게 된다."


이렇게 불쑥 화가 날 때 우리는 그 원인이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 때문에, 누가 그래서, 절대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로 '화'라는 감정의 원인을 설명하려 한다.


input(사건) 이 있기 때문에 output(감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output (감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input과 output 사이에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이라는 필터가 끼는 것이다. 마치 뽀샤시하게 보여주는 스노우 앱처럼. output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필터가 있으면 다행인데, 너무 심하게 왜곡하는 필터가 끼면 감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사람은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라고 했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자기 생각과 신념이 심리적 고통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어떤 사건을 경험했을 때 우울과 불안, 분노처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각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에서는 논리성과 현실성에 근거해서,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 생각인지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생각이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이다. 이 비합리적 필터를 책에서는 "인지적 오류"라고 명시했다.


자신이 화가 날 때 인지적 오류라는 필터를 끼워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하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도 그렇게 강조한 '이성' 말이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이 성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감각적 되어가고 있다. 이성적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면 근육이 생기듯 반복해서 끈질기게 연습하다 보면 합리적 신념으로 바뀐다." 생각과 감정의 브레이크를 만들어서 즉각적인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쉽진 않다.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듯이 내 감정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조절해가면서 표현해야 한다. 워라벨을 지키듯 밸런스를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하지만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오늘도 수고한 나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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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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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기억 속에 A(52·여) 씨는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다. A 씨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숨진 사실 역시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마저도 같은 건물 2층을 타고 넘어온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었다. 수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인이자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였던 A 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출처: 서울신문]


​​중앙자살 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7.5명이다. OECD 국가 1위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수도 지난 5년간 1만 명 넘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고독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존엄성, 살아있는 자들의 존엄성을 찾아주는 힘든 일을 하는 하드 웍스의 대표 김완의 에세이다. 이 책에서 죽은 자들의 집을 청소하러 간 곳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가 갔던 곳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 여름에도 스산하게 느껴질 만큼의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진다.


​#하드 웍스


​​책의 내용으로는 상상만 될 뿐 잘 와닿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하드 웍스 사이트(https://www.hardworks.kr/blank-2)에 들어가서 현장 사진을 보았다. 제목과 글이 주는 상상의 서늘함을 넘어선다.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혈흔이 낭자한 집, 침대, 가구, 또는 쓰레기가 가득한 집. 자신의 죽음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슬프고, 그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냄새라는 것도 슬프다. 죽음의 냄새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출한 것처럼 잠을 자듯 온전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인간의 육체는 유기적인 화학 공장과 같다'라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꽤 적절한 비유 같다. 사람이 죽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온갖 장기가 부풀어 오르고, 풍선이 팽창하다 폭발하는 것처럼 복부가 터지며 온갖 액체를 몸 밖으로 쏟아낸다. (중략) 인체의 유기물질과 체내 수분이 함께 쏟아진 후 부패하면서, 지하의 창문과 벽을 넘어 골목 어귀까지 이토록 비극적인 냄새를 뿜어낸다."


​#청소의 의미


​범죄로, 자살로, 고독사로 죽은 자, 또는 스스로 쓰레기 무덤에 가두는 자들에게 작가는 '청소'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지우고 싶은 과거를 닦아주고, 앞으로의 미래를 깨끗하게 해준다.


​​"자, 비로소 방은 텅 비었다."


​그들이 남겨놓은 모든 이야기와 고통을 다 비워준다. 이승에서의 가난과 고통, 외로움은 잊고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행위 같다. 그리고 외로웠던, 슬펐던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늘 참혹한 죽음의 적나라함을 마주하는 그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늘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삶이라는 눈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등짝까지 살펴볼 기회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김완 대표는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죽음과 삶은 서로 맞닿아 있고, 그는 삶을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의 흔적을 지우며 삶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집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관심을 가지고 쓸고 닦고 만져주면 빛이 나고, 있는 내내 행복하다. 하지만 조금만 무관심해져도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고, 그래서 더 무관심해지면 더더욱 무질서를 향해 달려간다. 그곳에 살던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투영된다. 집을 청소하는 일, 그는 죽은 자와 함께 죽은 집을 다시 살려내는 사람이다.


죽음을 치우고 삶의 자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어깨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의 어깨에 감사하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따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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