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사회 - 팬데믹의 경험과 달라진 세계
김수련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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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전염병에 대한 책부터, 이후 삶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 - 팬데믹의 경험과 달라진 세계 (김수련 외, 글항아리)>>은 한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기록하고 의미를 생각해보려는 의도가 담긴 책이다.


"우리는 코로나 19 유행을 통해 체제 수준의 감염병을 처음으로 경험하는지도 모른다. 그 지속의 시간은 타자로서의 감염병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중략) 이 과정을 이해하고 체화하며 축적하지 못하면 훗날에도, 그때 다른 신종 감염병이 유행해도 타자화를 극복하지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코로나 19 유행과 그 경험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일은 집단적 체화다. 그 의미를 찾고 성찰하는 작업을 통해 서사를 구성하며 또한 전승하는 것이다.(p.7)"


이러한 의도가 있음을 인지하고 12명 작가의 글을 읽으니 새롭게 읽힌다. 생생한 2020년 3월의 병원 현장에서의 하루, 코로나가 남긴 마음의 상처, 돌봄에 대한 의미, 과학과 정치적 영향, 인종차별, 기후, 감염의 여대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코로나가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일부 글을 인용 및 요약해본다.


#어떤 하루 - 김수련


"'살려주세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목소리가 맴돈다. 우리가 지나온 길에 죽어 넘어진 환자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꽉 차오른다. (p.43)"


2020년 3월 3일부터 31일까지 대구 파견 중 있던 일들을 일부 재구성하여 쓴 <<어떤 하루>>. '살려주세요.'라는 외치던 사망한 환자의 이야기와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돌보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몸 보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할당된 인원보다 많은 인원들을 돌보며, 간호부터, 청소까지 모든 일을 자신의 몸으로 커버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그린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과 싸우기 위해 투입된 장기말'인 간호사들. 이 글을 읽으면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감사를 보내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고립과 싸우는 우리 각자의 심리 - 김민아


"모든 생명체에는 외부 미생물이 들어와 감염을 일으키고 그걸 막아낸 흔적이 있다. 종식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부디 코로나 19는 인간들 사이의 공조와 지지에 매우 취약한 바이러스였다는 흔적이 남는다면 좋겠다. (p.91)"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고단함과, 일상이 된 재난으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걱정, 돌봄이 취약한 사람들이 고립되어 잊히는 것에 대한 걱정 등이 담긴 글이다.


#'사회적인 것'으로서 코로나: 과학과 정치 사이에서 - 김창엽


감염병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 감염병에는 반드시 정치적인 특성이 반영된다. 신자유주의적 통치 관점에서 개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서 '시민 협조에 기초한 생활 방역'이라는 논리와 검역,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예방 접종 등은 이 원리와 상충된다. 과잉 정치, 과소 정치, 잘못된 정치화도 아닌 더 나은 체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글이다.



#불평등한 세계에서 펜데믹을 응시하다. - 우석균


"흔히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바이러스의 전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바이러스는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 노동자와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에게 언제나 더 가혹하다. (p.147)"


바이러스는 평등한데,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장애인, 성소수자, 종교, 사회적 거리두기에 취약한 노동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경제 위기가 도래한 시점에 동시에 닥쳐온 바이러스. 환경 문제와 함께 3중고를 안겨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멸종인가, 다른 길인가를 선택하게 하는 시점이라고 경고하는 글이다.



스트레스가 닥치고 위기 상황이 오면 인간은 이성적 생각과 판단 없이 파충류의 뇌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가 준 위기 상황은 우리가 열심히 닦아놓고 쌓아 올린 이성적 인간의 모습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환자들을 비난하고,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을 과하게 대우하고, 지역을, 나라를 고립시키고, 인종과 종교의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사람은 사람을 차별한다. 인종, 경제적 형편으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그 명암은 위기 상황이니 만큼 더 짙다. 아직 우리 이성적 수준은 과학의 발전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존 본능을 이겨내고 이성적이며 이타적으로 각계각층에서 노력하고 희생하는 분들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생존은 이들 덕분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민낯과 숭고함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 상황'. 우리가 싸우는 적이 바이러스이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내 딸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혹시 생기더라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기록과, 분석과 대비책을 준비해두어야겠다.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답을 찾으려면 인류의 오랜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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