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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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기억 속에 A(52·여) 씨는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다. A 씨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숨진 사실 역시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마저도 같은 건물 2층을 타고 넘어온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었다. 수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인이자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였던 A 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출처: 서울신문]


​​중앙자살 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7.5명이다. OECD 국가 1위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수도 지난 5년간 1만 명 넘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고독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존엄성, 살아있는 자들의 존엄성을 찾아주는 힘든 일을 하는 하드 웍스의 대표 김완의 에세이다. 이 책에서 죽은 자들의 집을 청소하러 간 곳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가 갔던 곳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 여름에도 스산하게 느껴질 만큼의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진다.


​#하드 웍스


​​책의 내용으로는 상상만 될 뿐 잘 와닿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하드 웍스 사이트(https://www.hardworks.kr/blank-2)에 들어가서 현장 사진을 보았다. 제목과 글이 주는 상상의 서늘함을 넘어선다.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혈흔이 낭자한 집, 침대, 가구, 또는 쓰레기가 가득한 집. 자신의 죽음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슬프고, 그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냄새라는 것도 슬프다. 죽음의 냄새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출한 것처럼 잠을 자듯 온전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인간의 육체는 유기적인 화학 공장과 같다'라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꽤 적절한 비유 같다. 사람이 죽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온갖 장기가 부풀어 오르고, 풍선이 팽창하다 폭발하는 것처럼 복부가 터지며 온갖 액체를 몸 밖으로 쏟아낸다. (중략) 인체의 유기물질과 체내 수분이 함께 쏟아진 후 부패하면서, 지하의 창문과 벽을 넘어 골목 어귀까지 이토록 비극적인 냄새를 뿜어낸다."


​#청소의 의미


​범죄로, 자살로, 고독사로 죽은 자, 또는 스스로 쓰레기 무덤에 가두는 자들에게 작가는 '청소'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지우고 싶은 과거를 닦아주고, 앞으로의 미래를 깨끗하게 해준다.


​​"자, 비로소 방은 텅 비었다."


​그들이 남겨놓은 모든 이야기와 고통을 다 비워준다. 이승에서의 가난과 고통, 외로움은 잊고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행위 같다. 그리고 외로웠던, 슬펐던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늘 참혹한 죽음의 적나라함을 마주하는 그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늘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삶이라는 눈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등짝까지 살펴볼 기회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김완 대표는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죽음과 삶은 서로 맞닿아 있고, 그는 삶을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의 흔적을 지우며 삶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집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관심을 가지고 쓸고 닦고 만져주면 빛이 나고, 있는 내내 행복하다. 하지만 조금만 무관심해져도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고, 그래서 더 무관심해지면 더더욱 무질서를 향해 달려간다. 그곳에 살던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투영된다. 집을 청소하는 일, 그는 죽은 자와 함께 죽은 집을 다시 살려내는 사람이다.


죽음을 치우고 삶의 자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어깨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의 어깨에 감사하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따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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