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 쓸데없이 폭발하지 않고 내 마음부터 이해하는 심리 기술
강현식.최은혜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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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책은 쌍갑포차의 한강배처럼 내 안에 쌓인 화를 술술 생각나게 하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인지 부조화로 인해 화를 내는 사람, 폭력 가정에서 자라 본 대로 화를 내는 사람, 방어기제가 강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각 사례를 읽다 보면 내 안에 정체되고 가라앉아 있던 화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책에 있는 사례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너무 참아서 자신을 파괴하는 경우와 참지 못해서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조언하고, 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시점의 생각이 합리적인지 점검해보라고 조언한다.


#화를 못내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힘들었던 일을 감정을 제외하고 타인처럼 이야기하는 감정 분리,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무의식으로 보내는 억압, 위협적인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부정/부인, 문제의 초점이나 대상을 바꾸는 전치,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결과를 정당화하는 합리화 등 방어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가 나지만 겉으로 표현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도 방어 기제 중 하나이다.


상대가 미친 듯이 화를 내는데, 화를 내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해서,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서, 혹은 수동적 공격으로, 혹은 학습화된 무기력으로 화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뎌지다가 결국 무너질 수 있다. 표현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만 받아 생긴 화병은 그 부작용 중 하나다.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 영어: somatization disorder)은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참는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신체화 장애를 일컫는 말"


화를 내는 것이 나빠 보이지만, 꼭 그렇지마는 않다.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화를 내는 것은 문제지만, 적절한 분노로 반응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해준다. 의외로 분노의 반응을 계기로 상대와 소통할 수도 있다.


"살면서 불쾌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면, 갈등은 커질 수 있지만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감정을 모르는 척하지 말고, 적당하게 표현하자. 물론 그 적당함이 쉽지는 않다.


#불쑥불쑥 아무에게나 화가 나요


평소에는 괜찮은데 갑자기 이유 없이 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인내심에는 총량이 있다고 한다. 이를 다 써버리면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화내는 건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이런 시선 때문에 더욱 상처 받을 수밖에 없다.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렇기에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자신의 불편감을 정확히 표현하지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게 된다."


이렇게 불쑥 화가 날 때 우리는 그 원인이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 때문에, 누가 그래서, 절대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로 '화'라는 감정의 원인을 설명하려 한다.


input(사건) 이 있기 때문에 output(감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output (감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input과 output 사이에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이라는 필터가 끼는 것이다. 마치 뽀샤시하게 보여주는 스노우 앱처럼. output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필터가 있으면 다행인데, 너무 심하게 왜곡하는 필터가 끼면 감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사람은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라고 했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자기 생각과 신념이 심리적 고통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어떤 사건을 경험했을 때 우울과 불안, 분노처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각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에서는 논리성과 현실성에 근거해서,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 생각인지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생각이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이다. 이 비합리적 필터를 책에서는 "인지적 오류"라고 명시했다.


자신이 화가 날 때 인지적 오류라는 필터를 끼워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하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도 그렇게 강조한 '이성' 말이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이 성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감각적 되어가고 있다. 이성적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면 근육이 생기듯 반복해서 끈질기게 연습하다 보면 합리적 신념으로 바뀐다." 생각과 감정의 브레이크를 만들어서 즉각적인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쉽진 않다.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듯이 내 감정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조절해가면서 표현해야 한다. 워라벨을 지키듯 밸런스를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하지만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오늘도 수고한 나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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