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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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 입을 다문 채, 진실을 훔쳐보는 방식

📌 책 소개

단편은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시작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는 여섯 편의 이야기로 엮여 있지만, 그 안엔 한 가지 공통된 맥락이 흐른다.
누군가는 환청을 듣고, 누군가는 유령을 보며, 또 누군가는 잃어버린 기억 속에 갇힌다.
미스터리와 공포, 인간 심리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들은 단서를 툭 던져주고는 끝장을 내버린다.
설명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꼭 이어질 것 같은 잔상을 남긴다.
독자는 말 없는 퍼즐을 끼워 맞추며 끝내 묻는다.
‘정말 끝난 걸까?’

💬서평

💡낯선 감각은 언제나 예상 밖에서 시작된다

첫 단편의 발소리는 사람의 감각을 건드린다.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따라가는 인물은, 처음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지만 곧 타인의 기억과 연결된 환청임을 의심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라진 여인의 시신은 사찰에서 발견되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의 감정은 증거처럼 수사를 이끈다.
형사는 냉정해 보이지만, 진실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사람의 표정을 끝까지 따라간다.
이어지는 단편에서는 한 여성이 사고로 죽어간 남자의 마지막 꿈을 꾼다.
그 꿈을 따라가다 보니 과거와 연결된 현실의 균열이 보인다.
이야기마다 현실과 과거, 감각과 진실이 어딘가서부터 맞닿아 있다.

💡인물들은 사건을 겪지 않고,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건에 휘말리기보다 사건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유령이 나온다는 산장을 취재하러 간 기자는 그 공간에 남겨진 과거의 결을 쫓는다.
누군가의 집착, 누군가의 실종, 누군가의 고백이 남겨진 그 공간은 단순한 무대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단편의 묘지도 마찬가지다.
시체를 중심으로 관계가 얽히고, 죽은 자가 아닌 살아 있는 자의 행동이 사건의 핵심이 된다.
아르바이트 청년이 갇힌 학교 안에서는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와의 짧은 교류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공간은 모두 폐쇄되어 있지만 인물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갇힌 인물이 아니라, 판단하는 인물을 따라가게 된다.

💡의심은 감정보다 앞선다

각 인물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기억하는지, 무엇을 의심했는지, 왜 의심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게 만든다.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병원 침대에서 깨어난다.
주어진 이름과 사회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자신을 향한 단서에 목마르다.
그런 태도는 다른 단편들에서도 반복된다.
유령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행동하는 사람.
과거에 살해된 소년을 애도하며 동시에 그 죽음의 단서를 의심하는 사람.
그들의 결정은 감정이 아닌 상황 판단을 근거로 움직인다.

💡결말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단편마다 결말은 빠르게 닫히지 않는다.
어떤 진실은 드러나고, 어떤 진실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명확한 ‘반전’ 이나 ‘오해 풀기’ 로 정리되진 않는다.
한 여성은 꿈을 통해 과거의 죽음을 추적했지만, 그 죽음의 진실이 드러난 순간 자신이 그곳에 있었던 이유를 잃는다.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뒤에도, 새로운 삶을 다시 떠난다.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밝혔지만, 그 밝혀진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떠난다.

이 흐름은 단편이라는 형식의 한계와 무관하게, 각 이야기의 결말을 ‘닫힘’ 이 아닌 ‘이동’ 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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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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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델피노 @delpino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 도망치지 않는 자들이 쥔, 진실의 조각


📌 책 소개


한때 엘리트로 불렸던 경찰 태열은 어느 날 시골로 좌천된다.

좌천된 자리에서 그는 불법체류자 관련 사건에 휘말리고, 교통사고를 계기로 지역 권력 구조 속 복잡한 관계와 마주하게 된다.

죽은 여자의 마지막 메시지, 그녀의 옷 속에 숨겨진 핸드폰 메시지 하나가 사건의 방향을 틀어놓는다.

그녀는 단순한 밀입국자가 아니었다.

마을 실세들과 얽힌 카르텔, 그들의 이익 계산,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1천억 원의 돈 냄새.

살아남기 위해 거짓과 협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진실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모두가 누군가를 속이거나, 속은 채 살아간다.

허울뿐인 정의 속에서 등장인물은 각자의 생존을 꾀하고, 그 복잡한 생존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정의는 어디에 있고, 진실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야기는 사건보다 사람을 따라 움직이며, 각자의 판단이 부른 결과를 보여준다.


💬서평


💡작전은 사고처럼 시작됐다


사고는 우연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성의 죽음과 함께 메시지 알림이 울리는 순간, 구조가 드러난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로 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그녀의 도착을 알고 있었다.

태열은 불법체류자를 쫓다 사고에 연루된 게 아니라, 의도된 흐름에 편입되었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의 흔적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 그녀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을 찾는다.

경찰, 밀항 브로커, 지역의 실세, 돈이 급한 항공 승무원이 차례로 끌려 들어온다.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 혼란스럽지만, 정해진 순서와 목적이 있었다.

내가 쥐고 있던 이야기의 실은 이미 다른 누군가의 손에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판은 움직인다


생존자 한 명의 죽음 이후, 남겨진 단서는 한 줄 메시지와 접선의 가능성이었다.

그녀가 누군가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 새 판을 만든다.

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태열, 영춘, 환국은 그녀의 역할을 대체할 사람을 찾기 시작하고, 마침내 서현이 들어온다.

서현의 등장은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누군가 빈자리를 채웠다는 사실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구멍 하나가 모두를 움직이게 한다.

처음엔 연민이나 책임처럼 보였던 개입이 곧 거래가 되고, 거래는 협박으로 바뀌고, 협박은 공모로 변한다.

말없이 사라진 인물이 하나일 때,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의 욕망이다.


💡경찰이 아니라, 인간으로 선택할 때


태열은 법과 절차의 경계에서 점점 이탈한다.

처음엔 직업적 책임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상황은 직업의 범주를 벗어난다.

위에서 조용히 덮으라는 지시, 동료의 회유, 자신을 향한 혐의 제기까지 겹치면서 태열은 점점 더 ‘경찰’ 이 아닌 ‘한 사람’ 으로서의 판단을 강요받는다.

마약과 1천억이라는 실체 앞에서 그의 행동은 명확히 변한다.

그것은 수사의 연장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다.

진실을 밝히는 대신 입을 다물 수도 있었고, 정의를 따르기보다 이익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서현과의 관계, 환국과의 균열, 그리고 영춘의 태도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는지를 보여준다.

권위와 책임의 옷을 벗었을 때 남는 것은 오롯한 욕망, 혹은 양심뿐이다.

그리고 그 둘은 종종 충돌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건 누구인가


판은 커졌고, 참여자는 늘어났다.

처음엔 마을의 사건이었지만, 점차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드러나며 사건은 전국적 규모로 확장된다.

죽은 여자를 대신해 판에 들어온 서현, 권력과 협상하며 움직이는 영춘, 그리고 결국 도망자가 된 태열까지.

각자 다른 방향에서 움직이지만 결국 모두 하나의 지점으로 향한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진실을 아는 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거대한 돈과 범죄, 그리고 조작의 그물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이가 누구였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끝까지 ‘사람’ 으로 남았는가이다.

누군가는 생존을 택했고, 누군가는 복수를 택했다.

어떤 선택이든 그 끝은 책임의 몫이었다.

결국 살아남는 건, 가장 치열하게 자기 몫을 감당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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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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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덴슬리벨 @visionbnp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편지에만 담긴 목소리들

📌 책 소개

전쟁 직후의 영국, 인기 작가 줄리엣은 낯선 이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곧 건지섬이라는 작은 섬과 그곳의 문학 모임,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라는 기묘한 이름의 독서모임으로 이어진다.
전쟁 중 독일 점령하의 억압을 견디기 위해 책을 구실 삼아 모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오직 편지로만 구성되어 있음에도 인물 간의 감정과 배경이 생생히 드러난다.
다정하지만 가볍지 않고, 웃음과 비극이 나란히 놓인 구조 덕분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문학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게 만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증거가 되는 책이다.

💬서평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시작된 이야기

편지의 시작은 런던에 사는 작가 줄리엣에게 도착한 낯선 사람의 글이었다.
편지를 보낸 남자는 감자껍질파이라는 이름이 붙은 북클럽의 일원이었고, 그 이름 뒤엔 전쟁 중 독일군의 눈을 피해 만들어낸 허위 모임이 숨어 있었다.
정체불명의 독서 모임,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한 줄리엣은 답장을 보낸다.
그렇게 이어지는 편지들 사이에서 한 명의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그 인물은 독자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감옥으로 이송된 후 행방은 알 수 없고, 오직 다른 인물들의 증언과 회상 속에 존재한다.
말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직접 등장하지 않고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구조가 설정된다.

💡북클럽이 아니라 공동체

전쟁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우선순위로 두지만, 이 이야기 속 사람들은 독서를 위해 모인다.
정확히 말하면, 독서라는 명분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애초에는 독일군 감시를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이었고, 실은 돼지고기를 구워먹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후 그 자리는 지속된다.
책이 중심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읽은 책을 말하고, 말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는 방식이다.
북클럽이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작고 제한된 공동체다.
전쟁 상황에서 누군가의 실종이나 죽음은 반복되지만, 모임은 이어진다.
책은 명분일 뿐이고, 사람들 사이에 남은 것은 책보다 다른 무언가다.

💡누군가는 묻지 않고, 누군가는 계속 쓴다

편지로만 전개되는 이야기의 특성상, 누가 썼는지보다 누가 쓰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줄리엣은 처음 받은 편지에 호기심을 느끼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언제, 왜 책을 읽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반대로 섬 사람들은 답을 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다.
처음에 등장했던 인물의 이야기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의 과거와 사소한 일상이 연결된다.
군인을 피해서 도망친 사람, 책을 몰래 빌려준 사서, 아이를 키우는 일까지 이야기들은 엇갈리고 반복된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끝까지 글을 쓰지 않는다.
침묵으로 처리된 인물은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갖게 된다.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쟁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들

소설의 시점은 전쟁이 끝난 뒤이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전쟁 한가운데서 머문다.
누구도 과거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그 흔적을 여전히 살고 있다.
줄리엣이 건지섬을 찾아가면서 과거의 단편들이 조금씩 복원된다.
하지만 이 복원은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
실종된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남겨진 아이는 북클럽 사람들이 함께 키운다.
엘리자베스의 부재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빈자리를 다룬다.
줄리엣 역시 처음에는 기록자로 참여했지만, 점차 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흡수된다.
전쟁은 끝났다고 하지만, 누구도 예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남은 것으로 살아가는 방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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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 건강에 진심인 화학자가 찾은 독 탈출 가이드 60
이광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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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블랙피쉬 @blackfish_book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 화학이 알려주는 생활 속 ‘독’ 사용설명서

📌 책 소개

건강을 위해 챙긴 습관이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당황스럽다.
자몽주스와 약의 상호작용, 비타민 D의 과다복용, 복어의 독성처럼 일상에 숨어 있는 화학적 위험은 우리가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수록 더 쉽게 노출된다.
이 책은 음식, 약, 환경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요소에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그것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화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 속 예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독성의 작동 원리, 세포 수준에서 벌어지는 반응까지 단계적으로 짚어준다.
정보는 단순히 전달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건강 상식이나 민간요법이 왜 문제인지 구조적으로 설명되며, 지용성과 수용성, 상호작용과 축적 등의 개념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든다.
건강과 화학을 연결해 생활의 안전을 되짚게 만드는 교양서다.

💬서평

💡건강의 기본은 성분보다 조합이다

비타민은 건강을 위해 챙겨야 할 필수 요소처럼 들린다.
수용성 비타민은 몸에 쌓이지 않으니 괜찮고, 지용성 비타민은 꾸준히 섭취하면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용성 비타민 D는 과잉 섭취 시 불면, 구토, 탈수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다.
여기에 커피 한 잔이 더해지면, 수용성 비타민 C는 소변을 통해 배출되고 흡수율은 떨어진다.
약을 먹을 때 우유나 주스를 함께 마시는 습관 또한 위산 분비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겉으로는 ‘건강에 좋은’ 행동들이지만, 성분 간 작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단편적인 효능보다 조합의 전체 그림을 따져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덮인 민간요법

복어와 미나리, 식초의 관계는 ‘몸에 좋다’ 는 믿음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복어의 독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은 식초로 중화되지 않으며, 미나리가 독을 해독하는 기능도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요법은 민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작용 원리를 살펴보면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다.
과거의 경험이 반복되어 형성된 믿음이 현재의 과학적 사실과 충돌할 때, 어떤 것을 기준 삼아야 할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믿음’ 이 아니라 ‘검증’ 에 있다.
책에서는 각 사례의 기원을 짚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요법들을 정확하게 분리해낸다.
생활 속 의심 없는 행동에 의문을 갖는 법이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

💡음식은 조리법, 섭취 환경, 궁합까지 고려해야 한다

강낭콩은 잘 익히면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지만, 덜 익으면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자몽은 혈압약과 함께 섭취할 경우 대사 효소를 방해해 약물의 효과를 왜곡시킨다.
망고 껍질은 천연 팩 재료로도 소개되지만,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각각의 음식은 고립된 성분이 아닌 복합적 환경에서 작용한다.
문제는 조리 과정, 섭취 타이밍, 복용 중인 약과의 궁합까지 다양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단순히 ‘좋다’ ‘나쁘다’ 로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성분을 잘 알더라도, 그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를 예측하는 데는 또 다른 정보가 필요하다.
화학은 그 예측에 가장 가까운 도구가 될 수 있다.

💡독은 의외의 경로로 다가온다

건강을 위협하는 독은 극단적 상황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 호르몬, 미세플라스틱, 과도한 당 섭취, 불균형한 생식까지 모두 일상적인 루트를 통해 몸속으로 유입된다.
익숙함에 숨어 있는 위험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히려 건강을 위한 행동이 누적된 해가 될 수 있다.
유기농 식재료나 무방부제를 추구하는 경향도, 그 조리 환경이나 보관 상태가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거대한 위험보다 ‘사소한 실천’ 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더 집중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작용하는 독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건강 관리에서 빠뜨리기 쉬운 맹점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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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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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티초크 @artichokehous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억의 유령> - 기억이 말을 걸어올 때

📌 책 소개

한 작가의 생전 인터뷰와, 그를 둘러싼 평론가들의 기록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면, 그는 분명 쉬이 정의되지 않는 인물일 것이다.
<기억의 유령> 은 제발트가 생전에 남긴 말들과 그를 지켜본 시선들을 한데 묶은 책이다.
독일 현대사를 관통한 한 인간의 기억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서사를 만든다.
그의 글쓰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다른 풍경이 나온다.
그는 자신이 개처럼 글을 쓴다고 했다.
냄새를 좇고, 방향 없이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정확히 찾아낸다고.
작가의 일생과 창작의 윤리가 동시에 오가는 이 책은, 살아 있는 한 인간의 ‘말’ 이 어떻게 하나의 세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서평

💡개처럼 쓰는 법

제발트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설명할 때, 좌표가 아닌 후각을 좇는 개를 떠올린다.
그러니까 어디로 갈지 미리 정해두지 않고, 순간순간 코끝에 걸리는 냄새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인터뷰는 시작하자마자 옆길로 샌다.
질문과 무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금세 다른 시점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이야기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가 말한 ‘개’ 라는 존재는 사실 기억을 더듬는 자의 비유처럼 읽힌다.
확실하지 않지만 잊히지도 않는 무엇, 코끝에서 어른거리는 그 불분명한 실체를 좇는 과정.
제발트는 기억이라는 정거장 없는 여정을 그 특유의 방식으로 좇아간다.

💡산 자의 언어, 죽은 자의 이야기

기억을 다루는 작가들이 많지만, 이처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격에 집중하는 작가는 드물다.
그는 조국을 떠나게 된 이유부터, 죽은 교사의 이야기, 집단 망각에 대한 비판까지 끊임없이 ‘떠나간 것들’ 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늘 조심스럽고, 말하자면 일상의 대화에 섞여 있는 듯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그 일’ 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이 책의 이면에 흐르고 있고, 그는 어떤 확신도 갖지 않는다.
다만, 기록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렇게나마 간격을 좁히고자 한다.
이것은 문학의 언어로 다시 말해보는 애도이자, 동시에 저항이다.

💡“모호한 것을 쓰되, 모호하게 쓰지 마라”

이 문장은 제발트가 한 강연에서 남긴 말이다.
모호한 것은 언제나 글이 되는 출발점이 되지만, 그 문장마저 모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 책 곳곳에서 그는 ‘어떻게 쓸 것인가’ 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글은 무엇보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 이다.
미사여구로 덮는 글이 아니라, 선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을 선명하게 끄집어내는 글.
그런 글을 위해 그는 소설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었고, ‘산문 픽션’ 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일종의 ‘작법서’ 로 읽어도 좋다.
다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충고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특히 교수들은 치명적이다.”

💡누구의 이야기인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제발트가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반드시 허락을 구한다는 대목이다.
그는 사실을 각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허락이 없으면 글을 빼버린다고 말한다.
작가가 타인의 고통을 다룰 때 취해야 할 윤리가 무엇인지를 아주 담백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건 ‘이야기 주인의 승인’ 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태도에 가깝다.
이 책에는 그가 경험하고, 듣고, 잊지 못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자신의 목소리고, 어디서부터 남의 말인지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그 구조가 제발트식 글쓰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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