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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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덴슬리벨 @visionbnp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편지에만 담긴 목소리들

📌 책 소개

전쟁 직후의 영국, 인기 작가 줄리엣은 낯선 이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곧 건지섬이라는 작은 섬과 그곳의 문학 모임,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라는 기묘한 이름의 독서모임으로 이어진다.
전쟁 중 독일 점령하의 억압을 견디기 위해 책을 구실 삼아 모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오직 편지로만 구성되어 있음에도 인물 간의 감정과 배경이 생생히 드러난다.
다정하지만 가볍지 않고, 웃음과 비극이 나란히 놓인 구조 덕분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문학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게 만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증거가 되는 책이다.

💬서평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시작된 이야기

편지의 시작은 런던에 사는 작가 줄리엣에게 도착한 낯선 사람의 글이었다.
편지를 보낸 남자는 감자껍질파이라는 이름이 붙은 북클럽의 일원이었고, 그 이름 뒤엔 전쟁 중 독일군의 눈을 피해 만들어낸 허위 모임이 숨어 있었다.
정체불명의 독서 모임,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한 줄리엣은 답장을 보낸다.
그렇게 이어지는 편지들 사이에서 한 명의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그 인물은 독자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감옥으로 이송된 후 행방은 알 수 없고, 오직 다른 인물들의 증언과 회상 속에 존재한다.
말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직접 등장하지 않고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구조가 설정된다.

💡북클럽이 아니라 공동체

전쟁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우선순위로 두지만, 이 이야기 속 사람들은 독서를 위해 모인다.
정확히 말하면, 독서라는 명분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애초에는 독일군 감시를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이었고, 실은 돼지고기를 구워먹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후 그 자리는 지속된다.
책이 중심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읽은 책을 말하고, 말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는 방식이다.
북클럽이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작고 제한된 공동체다.
전쟁 상황에서 누군가의 실종이나 죽음은 반복되지만, 모임은 이어진다.
책은 명분일 뿐이고, 사람들 사이에 남은 것은 책보다 다른 무언가다.

💡누군가는 묻지 않고, 누군가는 계속 쓴다

편지로만 전개되는 이야기의 특성상, 누가 썼는지보다 누가 쓰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줄리엣은 처음 받은 편지에 호기심을 느끼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언제, 왜 책을 읽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반대로 섬 사람들은 답을 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다.
처음에 등장했던 인물의 이야기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의 과거와 사소한 일상이 연결된다.
군인을 피해서 도망친 사람, 책을 몰래 빌려준 사서, 아이를 키우는 일까지 이야기들은 엇갈리고 반복된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끝까지 글을 쓰지 않는다.
침묵으로 처리된 인물은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갖게 된다.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쟁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들

소설의 시점은 전쟁이 끝난 뒤이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전쟁 한가운데서 머문다.
누구도 과거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그 흔적을 여전히 살고 있다.
줄리엣이 건지섬을 찾아가면서 과거의 단편들이 조금씩 복원된다.
하지만 이 복원은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
실종된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남겨진 아이는 북클럽 사람들이 함께 키운다.
엘리자베스의 부재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빈자리를 다룬다.
줄리엣 역시 처음에는 기록자로 참여했지만, 점차 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흡수된다.
전쟁은 끝났다고 하지만, 누구도 예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남은 것으로 살아가는 방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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