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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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열린책들 @openbooks21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 실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 책 소개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막연한 믿음을 안고 문을 연다.
전문가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하지만 의료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실수는 예상보다 자주 일어난다.
현역 내과의사 대니엘 오프리는 진찰실 안팎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 실수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짧은 진료 시간, 끊긴 정보, 바쁜 병동 안에서 생기는 오해들.
그리고 그런 작은 균열들이 어떻게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안전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그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평

💡진찰실 안의 침묵

환자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진단이 정해지는 진찰실 풍경은 낯설지 않다.
몇 분 안에 모든 가능성을 짚어야 하는 구조에서, 의사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대화는 부차적인 절차로 밀려난다.
환자의 얼굴보다 컴퓨터 화면을 오래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인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 자체가 실수를 만들고 반복하게 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진찰실은 결국 오해와 오진의 무대를 만든다.
대화를 생략하는 건 편리해 보여도, 치료의 시작을 생략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스템 안에서 대화가 사라질수록, 의사는 환자가 아닌 문서를 진료하게 된다.
그러다 실수는 ‘개인의 책임’ 으로 포장되어 뒤늦게 회수된다.

💡컴퓨터 앞에서 길을 잃다

의료진의 손끝은 이제 청진기가 아니라 키보드 위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
기록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맞다.
문제는 기록이 환자를 앞지르기 시작한 시점이다.
의무기록을 충실히 작성하는 일이 어느 순간 환자와 마주하는 시간보다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저자는 의료진이 끊임없이 ‘방어적 문서 작성’ 에 내몰리는 현실을 보여주며, 시스템이 환자가 아닌 컴퓨터와의 소통을 우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 실수의 한복판에는, 사람보다 데이터를 중시하게 된 진료 방식이 있다.
그리고 이는 ‘인간적인 오진’ 이 아니라 ‘기계적인 편향’ 으로 진화하고 있다.
진료실 안에 들어선 환자와 의사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순간, 진단도 점점 추측에 가까워진다.

💡잘못은 혼자 저지르지 않는다

의료 사고의 책임은 보통 한 명의 의사에게 귀속되지만, 실수는 대부분 팀 전체의 연결에서 벌어진다.
활력 징후를 기록한 간호사, 병력 정보를 입력한 인턴, 전날 처방을 내린 주치의.
이 각각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실수는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개인 교육’ 보다 ‘집단 훈련’ 이 더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의료가 얼마나 많은 정보의 조각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고는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누락이 모인 결과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환자다.
잘못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건, 누가 잘못했는지 밝히는 일이 아니라, 누락된 고리를 함께 짚어보는 훈련이다.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의 역설

진료 시간은 짧고, 병상은 부족하고,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환자들은 언제나 완벽을 기대한다.
당연한 기대다.
그러나 그 기대를 감당하는 건 결국 지친 의료진이다.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오진과 실수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소송의 위협, 엄격한 규정, 바쁜 진료 환경은 결국 ‘의심 없는 진단’ 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단순히 의료인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의 구조가 사람을 ‘버티는 존재’ 로만 남게 한다고 지적한다.
하루하루를 생존하듯 버티는 이들에게, 천천히 생각하라는 요구는 사치처럼 들린다.

그래서 의료 실수는 줄어들지 않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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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마사노리의 대발견
간다 마사노리 지음, 전경아 옮김, 서승범 감수 / 더블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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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더블북 @doublebook_pub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간다 마사노리의 대발견> - 현실을 설계하는 법

📌 책 소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엔 이 책이 조금 낯설 수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든다’ 는 말이 흔하게 들리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건 목표나 긍정 마인드가 아니다.
간다 마사노리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 자체를 새로 짜는 법에 집중한다.
퓨처매핑이라는 도구를 통해 머릿속에서 떠도는 미래를 하나의 지도처럼 구체화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현재를 다시 설계한다.
말은 조용한데 구조는 단단하다.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과 장면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현실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차근차근 보여준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진지하게 다룬다.

💬서평

💡“계획 말고, 의지로 만든 미래를 그려야 한다”

계획은 익숙한 과거의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시도다.
그런데 그런 시도마저도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저자는 ‘비연속적인 사고’ 를 이야기한다.
이전 경험이나 축적된 흐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향에서 현재를 다시 짜는 방식이다.
퓨처매핑이라는 개념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는’ 일이고, 거기서 도출되는 감정과 장면을 통해 지금의 태도를 점검하는 일이다.
글로 정리된 사고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해두는 장면’ 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바꿔 말하면,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도 결국 어떤 그림에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현실은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릴 때

책을 따라가다 보면 종종 말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투라고 하니까 대화 예절 같은 걸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서의 말투는 내면에서 반복되는 이야기 방식에 가깝다.
‘돈 따위 중요하지 않다’ 는 이야기를 계속 되뇌는 사람은 실제로 그런 장면들을 자기 현실에 모아오게 된다.
반대로 ‘돈을 벌면 즐겁다’ 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구조를 만든다.
이런 흐름은 따로 해석하지 않아도 읽히는 게 장점이다.
사고방식이 현실을 만들고, 그 사고는 말이나 장면의 흐름으로 드러난다는 구조가 반복된다.
결국 어떤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지가 방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 말의 서사 구조를 바꾸는 일이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재능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보일 때

능력이란 보통 현재 성과로 증명된 어떤 기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게 접근한다.
재능은 이미 갖고 있으나 아직 ‘이야기 속에 편입되지 않은 자원’ 으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본인은 몰랐지만 업무를 잘 정리하고 효율화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 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조정한다.
그리고 그 재능이 미래를 구성하는 데 하나의 자산이 된다.
재능이란 건 이처럼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할 수도 있다.
외부의 피드백보다 자기 내면에서 그 능력을 발견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꺼내 쓰지 못하는 자원을 끄집어내는 설계 방식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사고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안

변화가 너무 빠르고, 불확실성은 기본값이 된 시대에 결과나 해답을 먼저 찾으려는 습관은 더 불안한 패턴을 만든다.
그래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른다.
비연속 현실 인식이라는 개념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다.
과거의 연장선으로 사고하면 새로운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지금의 구조를 멈추고 다른 세계를 상상해야 비로소 다른 현실이 보인다는 주장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환경보다도 사고의 구조이고, 거기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결국 현재를 구성하게 된다.
불안을 잠재우려는 시도 대신,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장면을 먼저 정하는 방식.

방법이 아니라 관점부터 바꾸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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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재발견 - 공부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주용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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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재발견> - 공부를 연구한 사람이 쓴 공부 이야기

📌 책 소개

서울대 인지심리학자 박주용 교수가 강의 형식으로 구성한 공부법 안내서.
수능과 취업이라는 한국식 공부의 맥락을 짚으며, 왜 많은 이들이 공부를 해도 삶이 바뀌지 않는지를 분석한다.
기존의 ‘성공담 중심 공부법’ 이 아닌, 과학적으로 검증된 인지심리학 기반 학습 원리를 소개하며, 글쓰기, 질문, 평가, 실패 경험 등 학습의 실제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강의식 구성에 따라 실제 수업 자료, 학생 과제, 실험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해보다는 질문, 성적보다 과정에 중심을 두며, 공부의 목적을 다시 묻는다.

💬서평

💡공부 잘하는 법 말고, 배우는 중인 사람의 이야기

읽기 시작하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흔히 생각하는 ‘공부법’ 책들처럼 체크리스트와 꿀팁, 실전 스킬이 앞장서지 않는다.
대신, 왜 공부가 어려운지에 대한 아주 낯익은 이야기들이 먼저 튀어나온다.
책을 여러 번 읽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 문제는 외웠는데 설명이 안 되는 상황, 노력은 했는데 성과가 없는 기분.
이 책은 그런 장면들을 미리 꺼내준다.
그게 전부 내 얘기 같아서 좀 불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쾌함을 지나면 구조가 보인다.
감정을 설득하거나 기분을 고양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왜 잘 안 되는지, 공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뒷걸음질 치게 되는지를 아주 차분하게 보여준다.

💡착각을 일으키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습관이다

자신이 안다고 느끼는 순간, 이해는 멈춘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도 ‘안다’ 는 감각만을 남기고 지나간다.
그러다 덮고 나면 남은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 과정을 ‘더닝-크루거 효과’ 같은 인지 편향 개념을 통해 설명하지만, 말투는 학술적이지 않다.
마치 “그런 일이 있거든요” 하는 식으로, 무심하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어떤 학생이 과제를 하다가 비슷한 착각에 빠졌던 사례를 보여준다.
추상에서 구체로, 이론에서 실제로 이어지는 방식이 무척 간결하다.
‘몰라서 못한다’ 가 아니라, ‘잘 안다고 믿기 때문에 멈춘다’ 는 지적은 평소와 다른 각도다.
반복은 성실함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 이해도도 높았다

질문은 흔히 정답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질문이야말로 이해의 증거라는 식으로 다뤄진다.
책 속에는 실험 사례가 등장한다.
똑같은 수업 내용을 듣고도, 질문을 목표로 한 그룹이 이해를 목표로 삼은 그룹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정리해냈다는 결과다.
공부를 잘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공부라는 구조다.
질문이 많다는 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가 깊다는 표현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도 이와 연결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었는가, 그게 이 책의 방식과 묘하게 닿아 있다.
따라 읽는 책이 아니라 되묻는 책이다.

💡공부가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점수 때문이었다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숫자 때문이다.
성적, 등수, 평균, 백분위. 문제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받아들일 때 생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평가는 다르다.
점수를 매기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배운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쓰인다.
한 번 본 내용을 다시 불러오는 효과, 그걸 심리학에서는 ‘시험 효과’ 라고 부른다.
여기서 평가는 끝이 아니라 다리다.
과거의 이해와 다음 학습을 연결하는 구조.
그래서 어떤 장에서는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꿔본 실험도 소개된다.
숫자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숫자의 쓰임을 바꾸는 것이다.

실패는 감점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신호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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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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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더퀘스트 @thequest_book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관에 간 할미> - 붓질 사이로 보이는 삶의 단면들

📌 책 소개

유튜브 채널 〈할미아트〉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된 미술 교양서.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을 단순 해설이 아닌 삶의 맥락과 사건 중심으로 풀어낸다.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사전트의 ‘고트로 부인’, 르 브룅의 망명 등... 각 장은 그림의 의미를 분석하기보다, 그림이 그려진 배경과 작가가 처했던 상황을 따라간다.
설명은 최소화하고 사건과 장면 위주로 구성해,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는 형식이다.
해설보다는 서사, 정보보다는 관찰에 가까운 미술 이야기.

💬서평

💡그림 앞에 놓인 단체계약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사진 대신 그림이 남았다.
‘야경’ 이라고 불리는 렘브란트의 그림은 단체 초상화다.
사람들이 돈을 모아 그 자리에 함께 그려졌다.
중심에 들어가려면 더 많은 비용을 냈고, 구석으로 밀리면 비용도 적었다.
그림 속 조명이나 인물 배치가 미학적으로 분석되기 전에, 이 그림이 만들어진 구조부터 따라가게 된다.
누구는 정면을 바라보고, 누구는 옆모습만 그려졌다.
각자 나오는 방식이 그 사람의 지위와 자리를 반영했다.
회화 기술보다 계약과 사회적 구성이 먼저 작동했다.
‘야경’ 은 상징 이전에 합의의 산물이다.
작품의 의도나 작가의 세계관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누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짚는다.
감상보다 정리된 상황이 먼저 설명된다.

💡사이프러스가 배경에서 앞으로 걸어올 때

사이프러스는 배경에 자주 쓰이던 나무였다.
그런데 고흐는 그 나무만 계속해서 그렸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았고, 유명한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가 사이프러스를 왜 그렸는지에 대한 분석은 따로 없다.
대신, 아무도 그 나무의 미적 가치를 알아주지 않았다는 한 문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일부가 등장한다.
"괴짜라 불려도 그림으로 내 안을 보여주고 싶다."
나무를 선택한 이유보다, 그걸 고집스레 반복한 태도가 더 크게 자리한다.
미술사에서는 상징과 형식이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그걸 그리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가 중심이다.
해석 없이 진행되지만, 반복된 선택 자체가 시선을 끌게 만든다.
의미보다 방향이 설명된다.

💡끈 하나로 사건이 된 초상화

사전트는 아름다운 초상화를 완성했다.
2년에 걸쳐 모델과 조율했고, 의상부터 포즈까지 수십 번 바꿨다.
고트로 부인은 당시 미의 상징처럼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자, 기대와는 반대로 곧 비난이 뒤따랐다.
이유는 단 하나, 드레스 끈이 너무 느슨하게 표현됐다는 것이었다.
화가의 의도나 구성은 논외가 되었고, 작품 전체는 ‘품위 없는 그림’ 으로 낙인찍혔다.
작가는 그림을 내렸고, 모델은 외출을 삼갔다.
이 장면에서 기술적 해설은 생략된다.
어떤 빛을 썼는지, 어떤 구도를 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시대가 그림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다.
미적 해석보다 사회적 반응이 더 명확하게 기록된다.

💡프랑스를 빠져나온 화가의 손에 붓이 있었다

르 브룅은 프랑스 혁명기 왕실 화가였다.
그 시절, 그런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위험이었다.
그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프랑스를 떠났다.
도망이었지만 준비된 선택이었다.
대부분은 남아 있었고, 많은 이들이 단두대에서 죽었다.
그는 떠났고, 그 이후로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그가 어디로 가서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붓을 놓지 않았다는 단순한 한 문장이 반복된다.
기술보다 태도, 작품보다 지속이 먼저 언급된다.
그림은 전시장이 아니라 이동 중에 그려졌다.
예술이 상징이 아닌 생존의 도구가 된 순간이다.
표현보다 유지가 먼저일 때의 미술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붓은 장식이 아니라 짐처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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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주언규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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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필름 @feelmbook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 도망칠 수 없을 때 필요한 말들

📌 책 소개

실패와 좌절, 불안정한 청춘을 정면으로 마주한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낱낱이 풀어내며,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경험담을 전한다.
위로보다 돌파구, 조언보다 전략을 내세우며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성공법을 말한다.
사업 초창기의 무력감, 금수저를 부러워했던 시간, 무작정 버티는 위험성, 실패 속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산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생존과 성장의 기록이 펼쳐진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냉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제대로 방향 잡고 나아가는 방법을 전한다.

💬서평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실패한 사람 앞에 놓인 건 선택지가 아니다.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고를 수 있는 건, 남아 있는 것을 붙잡는 일뿐이다.
돈이든 건강이든, 아니면 그보다 작은 무언가든.
이 책은 그 시점을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 가 아니라, ‘무엇을 아직 잃지 않았는가’ 에서 출발한다.
재기라는 말 대신, 생존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 있다.
무너진 자존감이나 떠나간 기회 같은 것들에 대한 감정적 언급은 없다.
대신 숫자, 시간, 체력, 식사, 휴식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
현실은 추상적인 언어로 견디기 어려우니까.
상처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버티는 법을 기록해둔 느낌에 가깝다.

💡방향 없이 버티는 사람에게

버틴다는 말은 종종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장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작정 버틴다고 좋아지는 건 없다는 말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목표와 지표, 확인 가능한 수치가 있어야 한다.
30도든 60도든,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아는 것.
그래야 다음을 계산할 수 있다.
버틴다는 말은 여기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을 때만 유효하다.
이 책은 계속 참고 인내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버텨야 할 타이밍과, 멈춰야 할 조건, 그리고 그걸 판단하는 기준을 보여준다.
힘을 내라는 구호 없이도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건, 애매한 추상 대신 선명한 현실 때문이다.

💡고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고생은 자산이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한다.
이 책은 노력 자체를 위로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받는 월급도 ‘수고의 보상’ 보다는 ‘삶의 교환물’ 로 정의된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떠올리는 건 오해라는 말이 이어진다.
시간과 감정을 쏟아부은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돈이라는 시선.
그래서 돈을 쓰는 것도, 돈을 좇는 것도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돈보다 중요한 것들' 이라는 말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지 않는지도 드러난다.
열심히 살라는 말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훨씬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하지 않은 무기로

누군가는 외모로, 또 누군가는 환경으로, 처음부터 한 걸음 앞에서 출발한다.
그 차이를 줄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불공평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대신 내 손에 쥔 게 아무리 평범해 보이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알아차리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들였고, 그 시간 동안 다른 이들의 무기만 부러워했다.
누구나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남의 떡을 부러워한 시간만큼 내 무기를 놓쳤다는 점을 정확히 짚는다.

평범한 것들이 쓸모 없었던 게 아니라, 익숙해서 잊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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