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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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열린책들 @openbooks21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 실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 책 소개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막연한 믿음을 안고 문을 연다.
전문가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하지만 의료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실수는 예상보다 자주 일어난다.
현역 내과의사 대니엘 오프리는 진찰실 안팎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 실수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짧은 진료 시간, 끊긴 정보, 바쁜 병동 안에서 생기는 오해들.
그리고 그런 작은 균열들이 어떻게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안전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그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평

💡진찰실 안의 침묵

환자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진단이 정해지는 진찰실 풍경은 낯설지 않다.
몇 분 안에 모든 가능성을 짚어야 하는 구조에서, 의사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대화는 부차적인 절차로 밀려난다.
환자의 얼굴보다 컴퓨터 화면을 오래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인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 자체가 실수를 만들고 반복하게 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진찰실은 결국 오해와 오진의 무대를 만든다.
대화를 생략하는 건 편리해 보여도, 치료의 시작을 생략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스템 안에서 대화가 사라질수록, 의사는 환자가 아닌 문서를 진료하게 된다.
그러다 실수는 ‘개인의 책임’ 으로 포장되어 뒤늦게 회수된다.

💡컴퓨터 앞에서 길을 잃다

의료진의 손끝은 이제 청진기가 아니라 키보드 위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
기록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맞다.
문제는 기록이 환자를 앞지르기 시작한 시점이다.
의무기록을 충실히 작성하는 일이 어느 순간 환자와 마주하는 시간보다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저자는 의료진이 끊임없이 ‘방어적 문서 작성’ 에 내몰리는 현실을 보여주며, 시스템이 환자가 아닌 컴퓨터와의 소통을 우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 실수의 한복판에는, 사람보다 데이터를 중시하게 된 진료 방식이 있다.
그리고 이는 ‘인간적인 오진’ 이 아니라 ‘기계적인 편향’ 으로 진화하고 있다.
진료실 안에 들어선 환자와 의사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순간, 진단도 점점 추측에 가까워진다.

💡잘못은 혼자 저지르지 않는다

의료 사고의 책임은 보통 한 명의 의사에게 귀속되지만, 실수는 대부분 팀 전체의 연결에서 벌어진다.
활력 징후를 기록한 간호사, 병력 정보를 입력한 인턴, 전날 처방을 내린 주치의.
이 각각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실수는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개인 교육’ 보다 ‘집단 훈련’ 이 더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의료가 얼마나 많은 정보의 조각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고는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누락이 모인 결과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환자다.
잘못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건, 누가 잘못했는지 밝히는 일이 아니라, 누락된 고리를 함께 짚어보는 훈련이다.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의 역설

진료 시간은 짧고, 병상은 부족하고,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환자들은 언제나 완벽을 기대한다.
당연한 기대다.
그러나 그 기대를 감당하는 건 결국 지친 의료진이다.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오진과 실수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소송의 위협, 엄격한 규정, 바쁜 진료 환경은 결국 ‘의심 없는 진단’ 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단순히 의료인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의 구조가 사람을 ‘버티는 존재’ 로만 남게 한다고 지적한다.
하루하루를 생존하듯 버티는 이들에게, 천천히 생각하라는 요구는 사치처럼 들린다.

그래서 의료 실수는 줄어들지 않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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