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침몰한다고? -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진의 공포|동일본 대지진 경험자의 실존 생존 매뉴얼
나운영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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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침몰한다고?> - 지진은 예고 없이 온다

📌 책 소개

‘2025년 7월, 일본에 대지진이 온다’ 는 예언에서 출발해, 예측과 대비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저자는 일본에서 20년간 거주하며 겪은 지진의 실상을 바탕으로, 예언서를 둘러싼 열풍과 그것이 가진 맥락을 하나씩 짚는다.
일본 정부의 통계, 미디어의 반응, 재난에 대한 한일 양국의 태도까지 세밀하게 비교하며, 실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함께 제공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경험, 방사능 사고, 쓰나미로 사라진 마을 풍경까지, ‘이야기’ 와 ‘매뉴얼’ 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일본을 타자의 재난으로만 보지 않고, 바로 옆의 현실로 마주보게 만드는 한 권이다.

💬서평

💡예언이란 무엇이고, 사람들이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

예언이라고 하면 대체로 가볍게 치부된다.
그런데 날짜가 박혀 있고, 과거에 한 번 맞춘 이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쓰키 료의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 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경계심을 끌어올린다.
저자는 그 날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 어떻게 해석되고 확산되었는지를 정리한다.
단순히 작가의 그림 하나를 근거로 삼는 게 아니라, 이후 대중의 반응과 언론 보도, 홍콩 항공편 축소 같은 실제 사회 현상까지 엮어서 살펴본다.
흥미로운 건, 예언의 힘이 허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럴듯한 수치’ 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예상 사망자 30만 명, 쓰나미로 인한 피해 70%, 경제 손실 270조 엔 같은 수치는 국가가 내놓은 전망인데, 이게 도리어 예언을 강화하는 근거가 된다.

💡2011년 3월 11일, 그날 이후로 생긴 습관들

현관문은 지진이 오면 가장 먼저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남편은 반복해서 말했다.
지진은 출입구를 무너뜨리고, 사람을 방 안에 가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동일본 대지진의 체험은 구조된 시간표처럼 펼쳐진다.
아이 셋을 안고 안방에서 나오는 장면, TV와 창틀이 동시에 흔들리던 순간, 그리고 원전이 폭발했다는 뉴스를 들은 날.
저자는 그때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생각을 접어야 했으며, 어떤 생각은 끝까지 놓지 못했는지를 기록한다.
흔한 감상이 아니라, 행동을 기록한 글이다.
대피소에 가져갈 가방이 문 앞에 항상 놓여 있는 이유, 냉장고 위에 생수를 올려두는 이유, 잠들기 전 양말을 챙기는 이유는 모두 그날 이후로 생긴 습관들이다.

💡필요한 것은 물도 음식도 아니고, 우선순위다

재난 대비 물품 리스트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 다.
저자는 가족 인원수에 따른 비상 식량과 물의 양을 표로 제시하고, 휴대용 화장실, 손전등, 생리대 같은 생필품까지 빠짐없이 정리한다.
하지만 목록보다 더 중요한 건 판단 순서다.
아이가 셋일 때, 각각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지.
잠에서 깼을 때 불이 꺼져 있다면 어느 쪽으로 몸을 틀어야 할지.
지진은 말 그대로 몇 초 안에 결정이 나버리는 일이기 때문에, 평소에 세워둔 시나리오가 실전의 전부가 된다.
물품보다 동선, 동선보다 결정 구조를 먼저 이야기한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준비는 결국 습관이 된다.

💡피해는 물러간 뒤에도 계속 남는다

해일은 지나가고, 마을은 사라진다.
흙더미 위에 선 아이가 보던 풍경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초등학교에 멈춰 있는 시계는 여전히 2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순간 아이들이 모두 피난했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저자는 쓰나미 이후 정비되지 않은 지역을 직접 둘러본다.
집들이 밀려난 자리엔 표지판 하나 남지 않았고, 둔덕만 남아 지형만 증명한다.
복구라는 말이 숫자와 예산으로 표현되는 동안, 실제 풍경은 ‘없는 자리’ 를 중심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난민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 문제는 국가 간의 일이 된다.
일본인이 보트를 타고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재난은 더 이상 지리적 사건이 아니다.
물리적 국경을 넘어 문화와 정책까지 덮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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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동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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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테러 단체라는 프레임을 걷어낼 때

📌 책 소개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 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인터뷰집이다.
세계 각지의 팔레스타인 전문가 여섯 명이 참여해 하마스의 역사, 이념, 조직구조, 정치적 전략을 조망한다.
하마스가 단순히 ‘테러 조직’ 으로 낙인찍히는 현실 속에서, 각 대담은 하마스를 정치운동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논점을 제시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되짚는다.
협상 가능성과 정당성, 무장 저항의 배경,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입장 등을 중심으로 하마스의 실제 목소리를 되도록 왜곡 없이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편견을 걷어내고, 이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있는 그대로’ 의 맥락을 묻는다.

💬서평

💡하마스를 혐오하기 전에 먼저 구조를 보라

하마스는 공격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일이 잦다.
하지만 대담자들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이 단체는 단순한 전투 집단이 아니라 복잡한 정치 조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저항이 이들의 존재 이유이자 정당성의 핵심이라는 점은 반복해서 언급된다.
이스라엘의 점령이라는 맥락 없이 하마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이유 없는 분노를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다.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폭력의 시작이 아니라, 그 폭력이 뿌리내린 역사다.
정치운동으로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협상 경험도 있으며,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도 있다.
전투에만 주목하는 한, 그들의 정치적 가능성은 영원히 지워지게 된다.

💡‘선명한 악’ 이라는 환상은 너무 편리하다

하마스를 ‘테러 집단’ 으로 단정하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누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는가’ 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교도소 안에서도 협상을 이어간 하마스의 전략, 2017년 두 국가 해법 수용 공식화 같은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중에게는 복잡한 설명보다 선명한 구도가 더 쉽게 먹히기 때문이다.
적이 필요했던 이스라엘, 그리고 이를 받아 적는 언론, 관망하는 국제사회는 모두 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포장하는 데 일조해왔다.
악을 ‘명확히 설정하면’ 누군가의 폭력은 정당화된다.
그 구도를 거부하는 것이 이 책이 택한 서사의 방식이다.

💡전쟁을 기록하는 방식은 항상 정치적이다

하마스를 다루는 뉴스와 이 책이 다루는 하마스는 거의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은 언제나 정보전을 동반하고, 서사는 늘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폭격을 ‘정밀 표적 공격’ 이라 부르고, 하마스의 반격은 ‘무차별 테러’ 라고 규정한다.
이런 언어 구성이 얼마나 일방적인지를 반복해서 짚는다.
특히 허위 정보가 어떻게 여론을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생명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지에 주목한다.
누가 말을 많이 했느냐보다, 누가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하마스라는 주제 자체보다 그것이 설명되는 프레임을 점검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중립적 태도’ 라는 환상이 만든 공범자들

가자지구에서 수만 명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하마스가 먼저 공격했잖아” 라는 말은 너무 쉽게 나온다.
이런 태도는 중립적이라기보다는 무기력한 동조에 가깝다.
하마스의 존재가 불편하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폭력에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하마스를 바라보게 만든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는 ‘저항’ 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압도적인 힘의 불균형 속에서, 최소한의 주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모든 저항이 옳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누가, 왜 그 자리에까지 몰렸는지 먼저 이해하려는 시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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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조슈아 플레처 지음,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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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을 안은 채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 책 소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네 명의 내담자와 치료사의 다섯 차례 상담 세션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치료사는 과거 불안장애를 겪었던 경험자이며, 상담실에서는 공황, 강박, 사회불안, 가면현상 등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세션 사이에는 치료자의 개인적인 흔들림과 회복, 치료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질문도 함께 놓인다.
머릿속의 ‘내면의 목소리’ 들이 등장해 유쾌하게 개입하고, 실용적인 심리 정보와 현실적인 조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불안이 낯설지 않은 시대, 치료의 실상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서평

💡상담실은 전쟁터가 아니라 실험실이다

누군가의 불안을 들여다본다는 건, 고통을 확대하는 일이 아니라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다.
등장하는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전투 중이다.
혼자 괴로워하거나, 연기처럼 일상을 버티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상담실은 그 전투를 치르는 장소가 아니다.
상담은 싸움을 멈추고 ‘지켜보는 법’ 을 배우는 훈련이다.
발작이 오기 전의 조짐, 강박이 스며드는 사고의 루틴, 타인의 시선을 향한 과잉 예민함 같은 것들을 낱낱이 분해하면서, 치료사는 그걸 싸워 이기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알아차리고,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한다.
불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기능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곳곳에서 반복해서 보여준다.

💡치료사의 머릿속도 꽤 시끄럽다

치료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내면의 13인’ 은 꽤 솔직하고, 의외로 유쾌하다.
내담자의 말에 감탄하는 ‘다정이’ 도 있고, 속으로 한숨 쉬는 ‘분석가’ 도 있으며, 때로는 엉뚱하게 집중을 흐리는 ‘잡담이’ 도 있다.
이런 내면의 합창은 전문성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상담실이라는 공간의 현실감을 더해준다.
완벽한 위로자가 아닌,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신뢰를 낳는다.
감정의 양면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은 상담을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끌어낸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사람도 완전히 통제된 존재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상담실의 풍경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불안의 언어는 다양하고, 동시에 반복된다

공황, 강박, 사회불안, 가면현상. 이 네 가지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회로가 깔려 있다.
바로 ‘나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라는 두려움이다.
누군가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과잉 준비를 하고, 또 누군가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상상을 억누른다.
무의식의 위협 반응은 복잡하지 않다.
다만 그 반응을 둘러싼 내면의 서사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 면에서 각각의 내담자들이 반복하는 말들은 전혀 다른 말 같으면서도 결국 같은 구조를 담고 있다.
상담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감정을 반복해서 들어줘야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오랜 문장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정답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심리학 이론이나 매뉴얼 중심의 책들과는 달리, 이 이야기 속 치료는 끊임없는 물음표에 가깝다.
치료사는 내담자의 말을 정리해주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정리되지 않도록 가만히 두기도 한다.
그건 결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실에서는 한마디의 질문이, 수많은 설명보다 오래 남는다.
“그게 왜 그렇게 무서웠어요?”, “그 생각이 떠오를 때 몸은 어땠나요?” 같은 질문들이 쌓이며, 내담자는 어느 순간 자기 생각의 모양을 알아차리게 된다.
치료는 그렇게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어수선한 마음에 구조를 조금 불어넣는 일이다.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구조도를 같이 그려주는 사람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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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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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 게임으로 증명하는 세계

📌 책 소개

전학생 이모리야는 학생회와 대립하며 학교 내 다양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겉보기엔 단순한 놀이지만, 그 속에는 치밀한 전략과 심리전, 그리고 개인 간의 관계가 얽혀 있다.
‘지뢰 글리코’,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 ‘포 룸 포커’ 같은 게임들이 펼쳐지는 동안, 인물들은 규칙과 자유, 승리와 패배, 진심과 허세 사이에서 서로를 탐색한다.
승부는 단순한 게임의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자존심의 문제고, 누군가에게는 해방의 조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유일하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고등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수 싸움은, 오히려 세상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뚜렷한 원칙을 지닌 전장이기도 하다.

💬서평

💡룰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게임이 있다는 건 규칙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규칙이 무조건적 권위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규칙 안에서만 사고하게 된다.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라는 이상한 이름의 게임은 바로 그 틀을 비튼다.
게임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는 룰을 지키되 벗어나고자 하는 자들의 아이러니가 녹아 있다.
누군가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주어진 조건 속에서만 움직인다.
무한한 자유는 결국 혼란을 낳고, 혼란은 또다시 규칙을 낳는다.
그 흐름이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웃음이 났다.
학생회의 규율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교차점을 찾게 되는 건, 결국 이 세계도 학교도 일종의 룰 세트로 구성된 게임판이라는 걸 보여준다.

💡승부라는 형식이 만든 정직한 대화

싸우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에 임하면서 생기는 긴장감은 단순한 이기고 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버티고, 누군가는 고집을 내세우며 밀어붙인다.
하지만 모든 수 싸움 끝에는 결과가 나오고, 결과는 말보다 더 명확한 신호가 된다.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는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말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
‘지뢰 글리코’ 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뾰족함, ‘브레스 마기아’ 와 현실을 넘나드는 플레이어의 집념까지, 모든 게 상대를 직면하려는 방식이다.
대결은 어쩌면 이 이야기에서 가장 정직한 형태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학생회는 무대, 진짜는 관전 중인 모두다

학생회가 권력을 쥐고 있고, 그 학생회에 반기를 드는 전학생이 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대립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단순한 영웅이나 악당이 아니다.
오히려 게임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인물들이 겉으로 보기엔 제일 논리적이고 안정적이지만, 내면은 의외로 가장 불안하다.
그러니까 학생회란 결국 규칙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에 의해 계속해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존재에 가깝다.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은 단지 기폭제일 뿐이다.
이 구조를 바라보는 독자의 위치 역시 흥미롭다.
관전하는 자가 더 넓은 그림을 보게 된다.
게임은 특정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모두를 끌어들인다.

💡추리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예측의 오차

게임을 다룬 이야기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정답을 맞힐 때가 아니다.
오답일 줄 알았던 선택이 의외로 정답이었을 때, 혹은 완벽하게 예측했던 수가 엉뚱하게 빗나갔을 때의 그 허탈함, 혹은 쾌감이 훨씬 강하게 다가온다.
‘포 룸 포커’ 처럼 논리로 완성되는 구조 속에서도 인간적인 실수가 개입되면 이야기는 훨씬 더 살아난다.
캐릭터들의 표정, 숨기고 싶은 패, 순간의 눈빛까지 모든 게 수 싸움의 재료다.
정답이 존재하는 듯 보여도, 사실 그 정답조차 인간적인 요소 하나에 의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묘미다.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결국 예측 불가능한 감정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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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니카의 아이들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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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윌북 @willbook.zip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로니카의 아이들> - 진실보다 무거운 침묵

📌 책 소개

거짓말 한 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1940년대 그리스 살로니카를 배경으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전까지는 평범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실만을 말하던 소년 니코, 그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침묵으로 삶을 뒤틀어버린 선택까지.
이 모든 것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혼란 속에서 재편된다.
소년의 성장, 역사적 비극, 그리고 인간 내면의 도덕적 갈등이 유기적으로 얽히며 이야기는 미국과 유럽을 넘나든다.
나치 점령, 유대인 박해, 홀로코스트의 잔혹함을 바탕으로,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이 이어진다.
그 안에서 진실은 늘 불편하고, 거짓은 때때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된다.
작가는 생존과 윤리의 경계에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묻는다.

💬서평

💡말하지 않은 진실이 만든 균열

진실은 언제나 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침묵도 충분히 강력한 선택이 된다.
형의 한순간 침묵은 동생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밀어버렸다.
무엇을 말하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말하지 않느냐가 그 사람을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무해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이 어떤 이에게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 되기도 한다.
말하지 않은 선택이 오히려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 간,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침묵이 더 파괴적이라는 점은 뼈아프다.
겉으로는 보호처럼 보이는 감춤이, 실은 버림에 가까웠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되니까.

💡무너지지 않는 존재를 향한 고백

생존자는 언제나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존경받는다.
하지만 살아남은 것과 살아낸 것은 다르다.
이 이야기 속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를 껴안고 삶을 이어간다.
어떤 이는 매주 무덤을 닦고, 또 어떤 이는 기억을 떠올리는 걸 고통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이 모두는 애도이자 고백이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잔향이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누군가에게 말 걸기 위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마음은 때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난다.
용서를 바라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는 단순하고 근본적인 감정으로부터.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흐릿하다

전쟁은 선명한 선을 남기지 않는다.
가해자라고 해서 끝까지 잔인한 것도 아니고, 피해자라고 해서 항상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어떤 선택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고, 또 어떤 거짓은 차라리 선의에 가까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충격적인 장면들은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 장면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몫을 지키려다 벌어진 결과들이었다.
'영혼을 죽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는 문장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토록 냉철한 말이 왜 이렇게 정확하게 다가오는 걸까.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판단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누가 더 나은 선택을 했는지는 끝내 판가름 나지 않는다.

💡끝내 믿고 싶은 것에 대하여

거짓말이 진실보다 믿음직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 허황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기억하고, 때로는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다.
주인공들이 반복적으로 마주한 건 과거의 오류가 아니라, 그 오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였다.
그 용기는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질문은 사실 간단하다.
‘우리는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에게도 남겨진다.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느 쪽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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