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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조슈아 플레처 지음,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김영사 @gimmyoung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을 안은 채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책 소개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네 명의 내담자와 치료사의 다섯 차례 상담 세션이 교차하며 전개된다.치료사는 과거 불안장애를 겪었던 경험자이며, 상담실에서는 공황, 강박, 사회불안, 가면현상 등이 생생하게 등장한다.세션 사이에는 치료자의 개인적인 흔들림과 회복, 치료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질문도 함께 놓인다.머릿속의 ‘내면의 목소리’ 들이 등장해 유쾌하게 개입하고, 실용적인 심리 정보와 현실적인 조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불안이 낯설지 않은 시대, 치료의 실상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서평💡상담실은 전쟁터가 아니라 실험실이다누군가의 불안을 들여다본다는 건, 고통을 확대하는 일이 아니라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다.등장하는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전투 중이다.혼자 괴로워하거나, 연기처럼 일상을 버티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한다.하지만 상담실은 그 전투를 치르는 장소가 아니다.상담은 싸움을 멈추고 ‘지켜보는 법’ 을 배우는 훈련이다.발작이 오기 전의 조짐, 강박이 스며드는 사고의 루틴, 타인의 시선을 향한 과잉 예민함 같은 것들을 낱낱이 분해하면서, 치료사는 그걸 싸워 이기라고 하지 않는다.그저 알아차리고,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한다.불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기능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곳곳에서 반복해서 보여준다.💡치료사의 머릿속도 꽤 시끄럽다치료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내면의 13인’ 은 꽤 솔직하고, 의외로 유쾌하다.내담자의 말에 감탄하는 ‘다정이’ 도 있고, 속으로 한숨 쉬는 ‘분석가’ 도 있으며, 때로는 엉뚱하게 집중을 흐리는 ‘잡담이’ 도 있다.이런 내면의 합창은 전문성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상담실이라는 공간의 현실감을 더해준다.완벽한 위로자가 아닌,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신뢰를 낳는다.감정의 양면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은 상담을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끌어낸다.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사람도 완전히 통제된 존재는 아니다.그래서인지 상담실의 풍경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불안의 언어는 다양하고, 동시에 반복된다공황, 강박, 사회불안, 가면현상. 이 네 가지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회로가 깔려 있다.바로 ‘나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라는 두려움이다.누군가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과잉 준비를 하고, 또 누군가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상상을 억누른다.무의식의 위협 반응은 복잡하지 않다.다만 그 반응을 둘러싼 내면의 서사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그런 면에서 각각의 내담자들이 반복하는 말들은 전혀 다른 말 같으면서도 결국 같은 구조를 담고 있다.상담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반복되는 감정을 반복해서 들어줘야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오랜 문장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치료는 정답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심리학 이론이나 매뉴얼 중심의 책들과는 달리, 이 이야기 속 치료는 끊임없는 물음표에 가깝다.치료사는 내담자의 말을 정리해주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정리되지 않도록 가만히 두기도 한다.그건 결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다.사람의 마음은 논리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상담실에서는 한마디의 질문이, 수많은 설명보다 오래 남는다.“그게 왜 그렇게 무서웠어요?”, “그 생각이 떠오를 때 몸은 어땠나요?” 같은 질문들이 쌓이며, 내담자는 어느 순간 자기 생각의 모양을 알아차리게 된다.치료는 그렇게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어수선한 마음에 구조를 조금 불어넣는 일이다.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구조도를 같이 그려주는 사람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