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재발견 - 공부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주용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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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사회평론 @sapyoungbook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부의 재발견> - 공부를 연구한 사람이 쓴 공부 이야기

📌 책 소개

서울대 인지심리학자 박주용 교수가 강의 형식으로 구성한 공부법 안내서.
수능과 취업이라는 한국식 공부의 맥락을 짚으며, 왜 많은 이들이 공부를 해도 삶이 바뀌지 않는지를 분석한다.
기존의 ‘성공담 중심 공부법’ 이 아닌, 과학적으로 검증된 인지심리학 기반 학습 원리를 소개하며, 글쓰기, 질문, 평가, 실패 경험 등 학습의 실제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강의식 구성에 따라 실제 수업 자료, 학생 과제, 실험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해보다는 질문, 성적보다 과정에 중심을 두며, 공부의 목적을 다시 묻는다.

💬서평

💡공부 잘하는 법 말고, 배우는 중인 사람의 이야기

읽기 시작하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흔히 생각하는 ‘공부법’ 책들처럼 체크리스트와 꿀팁, 실전 스킬이 앞장서지 않는다.
대신, 왜 공부가 어려운지에 대한 아주 낯익은 이야기들이 먼저 튀어나온다.
책을 여러 번 읽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 문제는 외웠는데 설명이 안 되는 상황, 노력은 했는데 성과가 없는 기분.
이 책은 그런 장면들을 미리 꺼내준다.
그게 전부 내 얘기 같아서 좀 불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쾌함을 지나면 구조가 보인다.
감정을 설득하거나 기분을 고양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왜 잘 안 되는지, 공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뒷걸음질 치게 되는지를 아주 차분하게 보여준다.

💡착각을 일으키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습관이다

자신이 안다고 느끼는 순간, 이해는 멈춘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도 ‘안다’ 는 감각만을 남기고 지나간다.
그러다 덮고 나면 남은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 과정을 ‘더닝-크루거 효과’ 같은 인지 편향 개념을 통해 설명하지만, 말투는 학술적이지 않다.
마치 “그런 일이 있거든요” 하는 식으로, 무심하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어떤 학생이 과제를 하다가 비슷한 착각에 빠졌던 사례를 보여준다.
추상에서 구체로, 이론에서 실제로 이어지는 방식이 무척 간결하다.
‘몰라서 못한다’ 가 아니라, ‘잘 안다고 믿기 때문에 멈춘다’ 는 지적은 평소와 다른 각도다.
반복은 성실함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 이해도도 높았다

질문은 흔히 정답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질문이야말로 이해의 증거라는 식으로 다뤄진다.
책 속에는 실험 사례가 등장한다.
똑같은 수업 내용을 듣고도, 질문을 목표로 한 그룹이 이해를 목표로 삼은 그룹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정리해냈다는 결과다.
공부를 잘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공부라는 구조다.
질문이 많다는 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가 깊다는 표현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도 이와 연결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었는가, 그게 이 책의 방식과 묘하게 닿아 있다.
따라 읽는 책이 아니라 되묻는 책이다.

💡공부가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점수 때문이었다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숫자 때문이다.
성적, 등수, 평균, 백분위. 문제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받아들일 때 생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평가는 다르다.
점수를 매기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배운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쓰인다.
한 번 본 내용을 다시 불러오는 효과, 그걸 심리학에서는 ‘시험 효과’ 라고 부른다.
여기서 평가는 끝이 아니라 다리다.
과거의 이해와 다음 학습을 연결하는 구조.
그래서 어떤 장에서는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꿔본 실험도 소개된다.
숫자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숫자의 쓰임을 바꾸는 것이다.

실패는 감점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신호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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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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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더퀘스트 @thequest_book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관에 간 할미> - 붓질 사이로 보이는 삶의 단면들

📌 책 소개

유튜브 채널 〈할미아트〉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된 미술 교양서.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을 단순 해설이 아닌 삶의 맥락과 사건 중심으로 풀어낸다.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사전트의 ‘고트로 부인’, 르 브룅의 망명 등... 각 장은 그림의 의미를 분석하기보다, 그림이 그려진 배경과 작가가 처했던 상황을 따라간다.
설명은 최소화하고 사건과 장면 위주로 구성해,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는 형식이다.
해설보다는 서사, 정보보다는 관찰에 가까운 미술 이야기.

💬서평

💡그림 앞에 놓인 단체계약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사진 대신 그림이 남았다.
‘야경’ 이라고 불리는 렘브란트의 그림은 단체 초상화다.
사람들이 돈을 모아 그 자리에 함께 그려졌다.
중심에 들어가려면 더 많은 비용을 냈고, 구석으로 밀리면 비용도 적었다.
그림 속 조명이나 인물 배치가 미학적으로 분석되기 전에, 이 그림이 만들어진 구조부터 따라가게 된다.
누구는 정면을 바라보고, 누구는 옆모습만 그려졌다.
각자 나오는 방식이 그 사람의 지위와 자리를 반영했다.
회화 기술보다 계약과 사회적 구성이 먼저 작동했다.
‘야경’ 은 상징 이전에 합의의 산물이다.
작품의 의도나 작가의 세계관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누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짚는다.
감상보다 정리된 상황이 먼저 설명된다.

💡사이프러스가 배경에서 앞으로 걸어올 때

사이프러스는 배경에 자주 쓰이던 나무였다.
그런데 고흐는 그 나무만 계속해서 그렸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았고, 유명한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가 사이프러스를 왜 그렸는지에 대한 분석은 따로 없다.
대신, 아무도 그 나무의 미적 가치를 알아주지 않았다는 한 문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일부가 등장한다.
"괴짜라 불려도 그림으로 내 안을 보여주고 싶다."
나무를 선택한 이유보다, 그걸 고집스레 반복한 태도가 더 크게 자리한다.
미술사에서는 상징과 형식이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그걸 그리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가 중심이다.
해석 없이 진행되지만, 반복된 선택 자체가 시선을 끌게 만든다.
의미보다 방향이 설명된다.

💡끈 하나로 사건이 된 초상화

사전트는 아름다운 초상화를 완성했다.
2년에 걸쳐 모델과 조율했고, 의상부터 포즈까지 수십 번 바꿨다.
고트로 부인은 당시 미의 상징처럼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자, 기대와는 반대로 곧 비난이 뒤따랐다.
이유는 단 하나, 드레스 끈이 너무 느슨하게 표현됐다는 것이었다.
화가의 의도나 구성은 논외가 되었고, 작품 전체는 ‘품위 없는 그림’ 으로 낙인찍혔다.
작가는 그림을 내렸고, 모델은 외출을 삼갔다.
이 장면에서 기술적 해설은 생략된다.
어떤 빛을 썼는지, 어떤 구도를 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시대가 그림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다.
미적 해석보다 사회적 반응이 더 명확하게 기록된다.

💡프랑스를 빠져나온 화가의 손에 붓이 있었다

르 브룅은 프랑스 혁명기 왕실 화가였다.
그 시절, 그런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위험이었다.
그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프랑스를 떠났다.
도망이었지만 준비된 선택이었다.
대부분은 남아 있었고, 많은 이들이 단두대에서 죽었다.
그는 떠났고, 그 이후로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그가 어디로 가서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붓을 놓지 않았다는 단순한 한 문장이 반복된다.
기술보다 태도, 작품보다 지속이 먼저 언급된다.
그림은 전시장이 아니라 이동 중에 그려졌다.
예술이 상징이 아닌 생존의 도구가 된 순간이다.
표현보다 유지가 먼저일 때의 미술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붓은 장식이 아니라 짐처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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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주언규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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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 도망칠 수 없을 때 필요한 말들

📌 책 소개

실패와 좌절, 불안정한 청춘을 정면으로 마주한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낱낱이 풀어내며,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경험담을 전한다.
위로보다 돌파구, 조언보다 전략을 내세우며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성공법을 말한다.
사업 초창기의 무력감, 금수저를 부러워했던 시간, 무작정 버티는 위험성, 실패 속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산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생존과 성장의 기록이 펼쳐진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냉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제대로 방향 잡고 나아가는 방법을 전한다.

💬서평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실패한 사람 앞에 놓인 건 선택지가 아니다.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고를 수 있는 건, 남아 있는 것을 붙잡는 일뿐이다.
돈이든 건강이든, 아니면 그보다 작은 무언가든.
이 책은 그 시점을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 가 아니라, ‘무엇을 아직 잃지 않았는가’ 에서 출발한다.
재기라는 말 대신, 생존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 있다.
무너진 자존감이나 떠나간 기회 같은 것들에 대한 감정적 언급은 없다.
대신 숫자, 시간, 체력, 식사, 휴식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
현실은 추상적인 언어로 견디기 어려우니까.
상처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버티는 법을 기록해둔 느낌에 가깝다.

💡방향 없이 버티는 사람에게

버틴다는 말은 종종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장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작정 버틴다고 좋아지는 건 없다는 말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목표와 지표, 확인 가능한 수치가 있어야 한다.
30도든 60도든,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아는 것.
그래야 다음을 계산할 수 있다.
버틴다는 말은 여기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을 때만 유효하다.
이 책은 계속 참고 인내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버텨야 할 타이밍과, 멈춰야 할 조건, 그리고 그걸 판단하는 기준을 보여준다.
힘을 내라는 구호 없이도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건, 애매한 추상 대신 선명한 현실 때문이다.

💡고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고생은 자산이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한다.
이 책은 노력 자체를 위로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받는 월급도 ‘수고의 보상’ 보다는 ‘삶의 교환물’ 로 정의된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떠올리는 건 오해라는 말이 이어진다.
시간과 감정을 쏟아부은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돈이라는 시선.
그래서 돈을 쓰는 것도, 돈을 좇는 것도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돈보다 중요한 것들' 이라는 말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지 않는지도 드러난다.
열심히 살라는 말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훨씬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하지 않은 무기로

누군가는 외모로, 또 누군가는 환경으로, 처음부터 한 걸음 앞에서 출발한다.
그 차이를 줄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불공평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대신 내 손에 쥔 게 아무리 평범해 보이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알아차리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들였고, 그 시간 동안 다른 이들의 무기만 부러워했다.
누구나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남의 떡을 부러워한 시간만큼 내 무기를 놓쳤다는 점을 정확히 짚는다.

평범한 것들이 쓸모 없었던 게 아니라, 익숙해서 잊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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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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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 전염병이 휩쓴 도시에서 일어난 일

📌 책 소개

전염병이 창궐한 파리는 점차 폐허로 변하고, 생존자들은 인종, 계급, 이념에 따라 각자의 구역을 만들고 봉쇄에 들어간다.
혼란 속에서 억눌린 야망이 들끓고, 자본주의 대도시의 균열은 혁명의 기회로 뒤바뀐다.
도시의 생명줄이 하나둘 끊어지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 권력과 저항이 뒤엉킨 긴장이 이어진다.
파리 한복판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정치 실험과, 그 안에 살아남은 이들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이 혼란과 재건의 흐름 속에서, 도시와 인간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서평

💡첫번째 바이러스는 공기, 두번째는 불신

도시는 마치 사람처럼 아프고, 열이 나고,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재채기 하나로 시작된 전염은 거대한 파리 전체를 바꿔버렸다.
감염보다 더 빠르게 퍼진 건 서로에 대한 의심이었다.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인 건 각종 소문과 혐오였고,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건 타인을 믿지 못하는 시선이었다.
기계처럼 돌아가던 도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생존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담을 쌓고 서로를 잘라내는 것이 되었다.
거대한 도시의 동맥이 끊어지기 시작하자,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심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심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신과 공포의 응어리로 만들어졌다.

💡도시가 나뉘는 순간, 인간도 쪼개진다

한 도시 안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소국가, 그 안에 담긴 수백 개의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서도 나뉘는 수천 개의 얼굴들.
혼란은 사람을 작게 쪼개고, 쪼개진 사람은 점점 말이 줄어든다.
언어가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은 국경 때문이 아니라, 이미 마음의 경계가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건 감염 때문만이 아니라, 변명 없이 살아남고 싶어서다.
감염은 핑계가 된다.
오히려 인간은 혼자일 때 더 편하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가는 와중에, 뜻하지 않은 연대가 다시 불쑥 고개를 들고, 다시 부서지고, 또 엉킨다.
이렇게 나뉜 도시 위를 걷다 보면, 사람들은 지도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의 구획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불붙은 땅 위에서 다시 걸어야 한다면

모두가 사라진 폐허 위에 홀로 서는 순간, 인간은 기묘하게 낙관적이 된다.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무기가 되고, 새로운 제국의 기초가 된다.
피로 얼룩진 길 위에서도 ‘다시’ 라는 단어는 의외로 가볍게 사용된다.
과거가 철저히 무너졌기에 미래를 향한 상상은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타버렸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멀리 보고 더 크게 짓는다.
다만 불안은 여전히 흔적처럼 남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새로 짓는 집 위에도, 전염병의 먼지는 내려앉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손에 벽돌을 들고 다시 걷기 시작하는 이들은, 어쩌면 도시보다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그 마지막 메시지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라디오는 작은 소리를 남긴다.
그 안에는 이름도 없고, 얼굴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문장이 담겨 있다.
감염병의 소문은 거짓이고, 살아남은 자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는 전언.
하지만 메시지는 기이하게 깨지고 엉켜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허구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말들.
신호의 끊김은 시대의 단절이기도 하고, 새로운 장의 서문이기도 하다.
그 모호한 문장들 사이로 들리는 피아노 소리는 장난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새로 짓는 도시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도시의 자리 위에 울리는 목소리는 그렇게 희미하지만 뚜렷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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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그녀들 - 탐닉의 늪에서 탈주하기, 2025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임해영 외 지음 / 드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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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드루 @ksi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독된 그녀들> - 조용히 고쳐가는 삶의 방식

📌 책 소개

이 책에는 서로 다른 중독을 경험한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마약, 도박, 쇼핑, 성형, 성중독 등 다양한 중독 유형이 등장하며, 각 인물은 중독에 빠진 계기와 그로 인해 벌어진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개인 사례 소개를 넘어, 이들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중독에 노출되었는지, 그리고 회복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이 선택한 방법, 일상 속에서 회복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 관계 안에서의 충돌과 화해의 여정이 이어진다.
각 장면은 이들의 몸과 감정,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펼쳐지고, 이를 통해 중독이라는 현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서평

💡관계에서 비롯된 불안이 만들어낸 균열

불안은 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무관심, 혹은 자신이 기대한 만큼 돌려받지 못한 감정.
그때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어떤 이는 쇼핑을 했고, 어떤 이는 일에 몰두했다.
감정은 설명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고, 그 감정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누적되었다.
책은 이런 작고 불분명한 감정들이 쌓여 결국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여러 여성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한 여성이 가족의 기대에 맞추느라 감정을 억눌렀고,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껴 학업에 과도하게 매달렸다.
모두가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공통된 건 불안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중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부터

회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일이었다.
왜 그 행동을 반복했는지, 어떤 순간에 더 의지하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
책 속 여성들은 스스로도 처음엔 이유를 몰랐다고 말한다.
다만 어떤 날은 너무 외로워서,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런 감정이 자주 찾아왔다고만 했다.
하지만 회복은 바로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우울, 분노, 허무, 외로움.... 그간 무시되었던 감정들이 하나씩 드러나자, 중독에 매달리는 이유도 선명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감정 기록이 ‘회복’ 이라는 말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되었다.
회복은 결심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사는 방법이었다.

💡일상의 반복, 회복의 가능성

누구도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 그 안에서 다시 무너지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책은 회복이라는 말이 지속적인 관리와 성찰 위에 있다고 말한다.
어떤 여성은 하루의 끝에서 짧게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어떤 여성은 작게나마 공부를 시작하며 자기 감정을 붙잡았다.
중요한 건 ‘더 이상 중독하지 않기’ 가 아니라, 감정에 밀리지 않도록 삶의 흐름을 지켜보는 자세였다.
회복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특별한 순간보다는 평범한 하루에 집중하면서 그 지속력을 키워나갔다.
다시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무너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반복이 회복의 방식이었다.

💡중독은 어느 날의 나일 수도 있다

책은 중독을 특수한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누구나 어떤 중독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도박이나 마약처럼 강렬한 중독만 있는 게 아니다.
일, 쇼핑, 공부, 다이어트 같은 일상적 행위도 중독이 될 수 있다.
책에 등장한 여성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었다.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살고 있었고, 겉보기에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불안과 피로에 매달린 채 감정의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중독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분출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독이란 그저 ‘남의 이야기’ 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정을 방치할 때, 누구든 그 경로에 들어설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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