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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식의 시작 1 -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ㅣ 휴식을 위한 지식여행 1
허진모 지음 / 미래문화사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세계사는 선택 과목이었다. 대입학력고사에 지리, 세계사 등은 선택과목이라 세계사를 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사도 제대로 배우기도 힘든데, 어찌 세계사를 공부하랴? 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때였다. 20점 만점에 20문제가 출제되었는데, 대부분 반타작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동양사는 주워들은 게 있어서 좀 이해하며 공부할 수 있지만 서양사의 그리스문화, 헬레니즘 문화, 로마문화 등은 실로 방대하고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몇 번을 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서양사나, 동양사나 비슷하게 흘러온 것 같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에 태어난 가장 유명한 인물들은 거의 2500년 전후에 활약했다. 대륙이 서로 떨어져 있었고, 교통수단이나 운항수단이 발달했던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왜 그 시기의 인물들이 인류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항상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동양의 석가, 관자, 노자, 공자, 묵자, 맹자, 장자, 순자 같은 분과 서양의 탈레스, 데모크리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델레스, 아르키메데스 등 동서양의 현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활약한 것도 역사의 보이지 않는 공통점인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3년간을 세계사를 공부하며 보냈지만, 처음에는 참 재미없고 까다로운 과목이었다. 다행히 역사라는 과목에 관심이 좀 있어서 많이 배우기는 했지만 일반인이 공부하기엔 까다로운 과목이 아닐 수 없다. 동양을 대표하는 국가는 역시 중국이고, 시대는 한(漢)나라다. 중국의 상(은)나라, 주나라, 춘추전국시대, 진시황의 진나라는 혼란의 시대였다. 특히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춘추좌전'는 춘주시대 활약했던 각나라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춘추시대에는 약 100여개가 넘는 대,소국 나라들이 서로의 존립을 위해 다퉜고, 1년에 평균 3회 이상의 전쟁을 치뤘다고 하니 한마디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전국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전쟁이 끊일 날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동양문화의 기초를 다진 것은 한나라때이다. 전국칠웅의 치열한 패권다툼에서 진나라가 승리하여 최초로 전국시대를 통일하였지만, 만리장성의 축조와 전쟁으로 인한 분열, 엄격한 법률과 과도한 세금으로 3대 15년만에 망하고 말았다. 한(漢)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물정비를 통하여 비로소 중국문화를 대표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서양의 문화의 기원은 지극히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시작된다. 제우스, 아폴론, 아프로디테, 헤라클레스 등등 익히 우리가 들어왔고, 전설임에도 우리는 실존했던 인물처럼 익숙하게 알고 있다. 동, 서양 어떤 나라들도 대부분 신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삼황오제 신화가 있는데, 당시에는 서양 문명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어떤 신을 통해 우리 부족이 선택된 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다. 우리 삼국시대 시조의 탄생설화도 있는만큼 오랜 옛날에는 정통성 확보를 위한 하나의 도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스문화는 인류문화의 보고(寶庫)라 할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했고, 문명의 수준도 높았다.
수천 년 전에 만든 조각품들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완벽할 수 있을까 감탄을 금치못할 때가 많다. 꼭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예술분야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로마문화도 한때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의 중심이었고 원형극장(콜롯세움) 등 뛰어난 걸작을 많이 남겼다. 그런데, 2천여년(동,서로마 포함)을 이어올 정도로 그렇게 강성한 대국이 멸망한 것은 과도한 사치와 퇴폐문화, 오랜기간 국정혼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역사를 배우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조적인 말일수도 있겠지만, 세계사에서 우리 한국의 역사가 언급되는 것은 몇 줄 밖에 안된다. 그만큼 세계사는 방대하고, 다양하고 풍성하다. 배우려고 하면 평생을 배워도 부족할 것 같고, 그 범위를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광범위하다. 그럼 그 어려운 세계사, 문명사, 전쟁사를 배우는 목적은 무엇일까? 좀 더 나은 현재, 미래를 살기 위해서다. 세계사를 통해 각국의 흥망성쇠를 배우면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고, 이런 위기땐 이렇게 해서 극복한 타국의 역사사례를 보면서 현재의 거울로 삼아야 하겠다.
세계사 책은 시중에 수많이 나와 있지만,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단편적인 세계 역사의 기록만 나열한 책도 있고, 중구난방 서술만 해놓아서 이해가 잘 안되는 책도 있다. 그래서 일반인의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를 한 권에 두루 다룬 저자의 책은 독자들에게 교양 높은 세계사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