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인가?
‘이번 정권에는 뭔가 달라지겠지’ 매번 그런 마음으로 기대하고 투표장으로 가서 투표했다.
우리나라 정치체제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매번 선거철만 되면 나라를 구하겠다고, 도탄에 빠진 국민을 내가 웃게 만들겠다고 화려한 공약을 내세운다. 언론에서는 항상 앵무새처럼 여당위주의 대선후보에다 포커스를 맞추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언론의 정보나 말만 믿고 그대로 유력후보를 선출한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요란한 취임식과 함께 대대적인 사정작업과 보여주기식 개혁을 시도한다. 복지부동이니, 복지안동이니 하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때다.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하다 보니 누구하나 대통령의 정책에 쓴소리를 못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드는 허수아비 역할을 잘도 수행한다. 무조건 대통령의 말씀은 옳은 것이고,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제가 죽고난 후 환관 조고가 유명한 고사를 남겼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즉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호해황제에게 고했다. 환관 조고의 힘이 워낙 막강했기에 신하들은 '사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황제앞에서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지금 한국의 정치형세가 그렇지 아니한가? 대통령 앞에서 누구도 바른말을 못하고 비서진들은 모두 대통령 말에 맞장구나 칠뿐 누구 한사람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최순실은 환관 조고나 다름이 없다. 대통령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떨며 환심을 산 뒤 자기가 장, 차관, 비서실의 인사까지 주물렀으니 환관 조고나 다를게 뭐 있는가?
   
‘나라를 세우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고 정관정요에서 당태종은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수많은 애국지사와 독립투사가 목숨을 버려가며 되찾은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 후손들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면서 친일파 후손들은 자기 선조들이 찾은 나라처럼 온갖 요직을 다 차지하고 정권을 주무르며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싱가폴의 이광요 수상처럼 독재를 하더라도 나라라도 잘 다스리면 국민들은 지지를 해줄 것인데, 이들은 나라를 자기 개인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러 왔다. 말로는 늘 안보를 들먹이며 나라를 걱정하지만 실상 이권개입이나 낙하산인사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권을 잡으면 국회의원들은 자기당의 거수기로 전락한다. 민의를 대변해 행정부를 잘 견제하여 훌륭한 정치를 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목소리는 한쪽 귀로 흘려버리고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몰입한다. 물론 차기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당에서 쥐고 있기 때문에 당의 뜻을 거스르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 없는게 문제인데, 국민의 대표라면 과감하게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참에 정당공천제도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과감한 개혁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것도 힘이 떨어지는 4년차에 비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대통령중심제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다. 권력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면 부패의 늪으로 빠지기 쉽다. 
    
작금의 모든 문제는 대통령의 힘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국정이 바뀌고 모든 요직들이 바뀐다. 대통령의 권한을 막을 대책이 필요한데, 헌법 개정을 않고는 견제가 힘들다. 과거 대통령들의 국정농단으로 40여년간 9차례나 헌법이 개정되어 자기 정권의 입맛에 맞게 윤색되었듯이 잦은 헌법 개정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헌법 개정에 대해서 신중하다. 옛날의 전철을 밟을까봐 가급적이면  손을 안 대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현실을 보면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남북분단 때문이다. 남북분단을 빌미로 전시에 신속한 대처를 위해 대통령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었다. 6.25이후 근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통일이 되지 않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통령은 국가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힘을 다른 곳에 악용을 하니, 지금쯤 대통령 중심제를 내각책임제로 개헌하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예부터 정치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제도는 좀 미흡해도 정치인이 국정을 잘 운영하면 큰 문제가 없다. 미국같은 강대국도 약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대헌법이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령모개식으로 수시로 새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행정기구의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면서 돈만 낭비하지 별로 바뀌는 것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태도 바른말을 하는 충신이 없어서다. 오로지 자리에만 눈이 멀어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해도 간언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해도 누구하나 대통령께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권력이 좋은 것일까? 미운 털이 박혀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무서워 불의를 보고도 입다물고 있다가 막상 사건이 터지면 자기는 몰랐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니 이 나라에 과연 진정한 정치인이 존재하는가 의문이다.
     
국민들의 책임도 일부 있긴 하다.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니 국민의 다수가 그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선거때 투표할 때 정말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진실로 참된 정치인은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맘에 들지 않는 후보자만 있어도 우리는 투표는 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 중에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우리는 매번 문제 있는 대통령을 뽑았다. 정치시스템이 대통령을 타락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 깨끗하고 바르게 살아왔고 애국심이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도 이제 지겹다. 정권말기만 되면 터져 나오는 비리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신자유주의가 우리 국민들을 잘 살게 하고 우리 경제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TV만 켜면 떠들어 되던 언론사나 정치인, 결국 우리의 삶이 옛날보다 월등히 나아졌는가?
나라에 빚만 잔뜩 늘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가계부채가 1000조를 훨씬 넘어선 요즘 그 부채가 또하나의 경제파탄의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MB정권때 대기업을 살리면 낙수효과로 국민의 삶도 동반성장할 것이라는 말에 우리는 철저히 속지 않았던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후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일자리를 빼앗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국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를 위한 정책과 부자감세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보템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차기 정권에서는 진정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나와서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이 나라를 재건하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소통 잘 하는 대통령을 뽑았으면 싶다. 권불십년이라는 옛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 부패한 권력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고 그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 차기 선거에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참 일꾼을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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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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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산문집이다. 옛날에 읽을 때도 내용이 좋았지만 지금 읽어도 결코 그 가치가 바래지 않았다. 스님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고, 화려한 수식이 없고, 담백하고 무미한 글이지만 읽을수록 글에 담긴 뜻이 진중하고 따뜻하다.

 

스님이 입적하신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스님의 글은 남아서 우리에게 크나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소비로 일관하는 현대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것을 강조한다. 과소비로 인해 쓰레기가 넘쳐나고 환경오염에 각종재난까지 겹쳐 지구가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하지만 우리가 당장 현대문명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향후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지구오염을 줄이려고 신기술을 개발하겠지만 이는 세계 각국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나마  현재로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적게 개발하고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 자연을 아끼고 아껴서 후손들에게 청정한 자연을 보전하여 물려줄 수 있도록 화학제품이나 연료를 최대한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 지금 현대문명을 도외시하고 원시시대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님이 늘 강조하시는 '무소유'의 신조도 참으로 좋은 슬로건이다. 그러나 욕망의 존재인 인간이 무소유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먹고 살기 위해 태어나  더 많이 얻기 위해 경쟁하고, 그걸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쉽게 무소유로 돌아설 수 있을까?

 

스님의 무소유는 실생활에서 최대한 필요치 않는 물건을 적게 가지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불필요한 낭비나 사치를 줄이고, 남는 것이 있으면  이웃을 도와주며 살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현실에 충실하되 물질에 집착하여 헛되이 살지마라는 말씀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과소비를 삼가고 내 생활방식에 잘못된 점이 있는지 반성하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싶다.스님의 글은 담박하지만 스님의 성격처럼 올곧고 옹골차다. 읽고나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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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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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궁금해하던 모호한 단어들의 의미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어원 공부와 어휘의 적확한 활용에도 도움이 되겠다. 한번쯤 의문을 가졌던 우리말의 쓰임에 관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비교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일별해서, 긴가민가하는 우리말의 여러 의문점들이 책을 읽고 난 후 많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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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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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파격적이다. 간혹 육식을 싫어하는 채식주의자가 있긴 하지만, 주인공 영혜는 꿈을 꾸고나서 거식증 환자처럼 육식을 거부한다. 그로 인한 남편과 가족과의 불화, 예술을 가장한 불륜 등이 전개되는데 주제가 난해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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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부자 - 살아있는 조선의 상도를 만난다, 개정판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3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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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부자에 나오는 11명의 부자들 중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 조선시대인만큼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여성들의 활동이 제약이 많았고, 그들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부자들 중에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만 골라서 선정을 한 지는 모르겠지만 십중팔구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격언처럼 초년에 아주 힘들게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자수성가하여 노년에는 학교를 세우는데, 혹은 독립자금을 대는데, 가난을 구제하는데 거금을 쾌척했다.

 

누구나 온갖 고난을 당하며 번 돈은 쉽게 내놓기가 망설여지고, 악착같이 돈을 더 벌 궁리를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부의 배포에 맞게 의로운 일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거금을 내놓았다.

 

주로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인물들인데,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형성되지는 않아도 초기 상업주의 형태가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에 그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지 몸소 체험하며 그 방법을 체득했다.

 

지금으로 보면 돈이 될 물건을 매점매석하여 이윤을 많이 남기는 좋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작금의 현실도 재벌들의 돈벌이를 보면 독점에 의한 이윤추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잘 아는 거상으로 18세기 '임상옥'을 들 수 있는데, 그의 이야기는 수십 년 전 TV에서도 방영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조선후기 인삼은 특히 중국 상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매년 가격이 오르다 보니 상인들이 단합하여 인삼불매운동을 펼쳤다.

 

보통 수천리를 운반해 가서 중국 현지에서 사지 않으면 싸게라도 파는 게 상인의 심리인데, 역시 배포가 큰 임상옥이는 중국 상인들의 불매동맹을 눈치채고 가져간 인삼을 한 곳에 모아놓고 불을 질러 버렸다. 사색이 된 중국상인이 달려와 제지하며 몇 배의 가격을 더 줄테니 팔라고 간청하는 바람에 불을 끄고 평소보다 훨씬 비싸게 팔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일설에서는 그게 인삼이 아니라 도라지라는 말도 있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교묘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긴 임상옥의 배포는 알아줄 만하다.

 

그러나 그는 노년에 두 형제가 자기보다 일찍 죽고 자식도 일찍 죽는 바람에 쓸쓸한 노년을 보냈고 누가 재산을 물려받았는지 모르는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다.

 

거상들의 돈을 버는 방법에는 매점매석이 태반이었지만, 혹 어떤 이는 구한말 왕실과 인맥과 친분을 통하여 중국교역권을 따내 엄청난 이윤을 남기기도 하고, 일부 거부들은 한일합방 후 일본의 비호아래 독점사업권을 따내 거부가 된 이도 있다. 사람이 사는 형태는 천차만별이고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친일을 해서 억만장자가 된 이도 있지만 조선의 부자를 소개하는 주제에 맞게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거부들을 소개한다.

 

또한 젊은 청상과부로 일찍 남편을 잃고 삯바느질, 남의 허드렛일 등 온갖 궂은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그것을 불려 사업에 투자하여 큰 돈을 번이도 있었는데, 자신이 못배운 게 한이 되어 교육사업에 거금을 쾌척했다. 더 원대한 목적으로 일제 강점기 국권회복을 위해 교육에 아낌없이 돈을 내놓았다. 국민이 몽매한 의식에서 깨어나고, 일제치하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교육에 달렸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세우는데 평생 번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이런 훌륭한 선각자가 있었기에 암흑기를 이겨내고 독립을 챙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일부는 일제의 혜택으로 돈을 번 만큼 태평양전쟁이 벌어진 시기에 거금을 내어 일본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사업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려는 친일파도 있었다. 금광개발이 한창이던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엄청난 금맥을 발견하여 일거에 조선 최고의 부자가 된 '최창학'은 독립자금을 내놓으라는 독립투사의 청을 거절했다가 목숨을 잃을 뻔도 했다. 20세기 초반 세계 최고급차 한 대가 천오백원 정도하던 시기에 하루 2천원의 거금을 벌어들인 최창학은 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다.

 

옛말에 '가난하면 시장통에 살아도 찾아오는 이가 없고, 부자는 산속에 살아도 찾는 이가 넘쳐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사는 세상 인정(人情)의 부침(浮沈)이 야단스럽다. 전국의 부자로 명성이 나면 '수십 억의 로또 당첨자'들 처럼 온갖 개인이나 단체에서 기부하라고 전화가 오고 애걸복걸을 한다고 하는데, 예전의 거부들 또한 그랬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그들의 목숨은 항상 위태로웠다. 인덕을 베푼 자는 사방에 소문이 나서 죽어서도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기도 했지만,  때로는 귀찮은 모기떼처럼 나날이 찾아드는 빈객(貧客)들을 맞이하느라 골치께나 아프기도 했다. 장사밑천을 좀 대달라고, 노름판에서 전 재산을 날렸다거나 관청에서 돈을 횡령하고 들켜 죽음에 직면했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찾아오는 이들을 맞을 때 냉정하게 거절하면 자신의 목숨조차 위태로울 것 같아 거금을 내어 주거나, 돈을 벌만한 배포나 자질을 한 눈에 알아보고 미련없이 자금을 대주어 원금에 이자까지 넉넉히 받았다는 미담도 수없이 소개된다.

 

거상(巨商)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들과는 뭐가 달라도 다른 점이 있다. 모험을 하지 않으면 그저 평범하게 살게된다. 또한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 달렸다는 옛말도 있지만 거상들은 대개 배포가 크고 모험심이 강했다. 그리고 성공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해 모진 고난을 거뜬히 견뎌냈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요즘 세상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조선시대만큼 서민이 일확천금을 모을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돈이 될만한 사업은 대기업들이 장악해서 돈을 끌어모으다시피 하고 있으니 자본금이 없는 일개 서민이 어찌 그런 꿈을 꿀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미지의 분야에 뛰어드는 용기와 배포와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안목, 근검절약 정신 등 조선의 거부들에게서 배울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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