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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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 작가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해 문제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던 박범신 소설가의 수필이 발간되었다. 이는 2011년 7월 명지대학교 교수직을 비롯해 맡고 있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고향 논산으로 낙향해서 틈틈이 SNS ‘페이스북(FACEBOOK)’에 썼던 일기를 모은 것인데, 이 책의 끝자락 쯤에 이 책을 내게 된 경위도 담겨있다. 

 

논산에 훈련소만 있는 게 아니야. 조선 사대부의 기개를 지켜온 곳도 논산이고, 금강문화권의 중심도 따져보면 우리 논이었어. 사람들 참, 이리 오해가 깊으니 책을 낸다면 더욱더 지명을 꼭 제목에 넣어야겠네!

 

솔직히 나 또한 '논산'일기라고 해서, 훈련소가 있는 그곳에 무슨 문학적 감수성을 담아낼까 생각했다. 아마도 글쓴이가 박범신, 그이가 아니였다면 읽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렷다. 그러나 그이기에, 으레 사람들이 평가해대는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소설가 박범신이기에 나도 읽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책이라곤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촐라체』『비지니스』이번에 영화로도 등장하는 『은교』정도일까. 그러나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은교』는 영화로도 보지 말아야겠단 마음을 먹은지 오래고, 다른 산악소설정도는 읽어볼까 망설이고 있는 수준이니, 아마도 그의 이야기를 읽어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독자일게다. 그래도 그 유명한 '논산'에서 문학적인 감수성을 뿜어낼 작가 한 사람을 알고 있는 것도 내 정신건강상으로도 좋지 않겠느냐며 나 스스로를 위안한다.

 

생각해보면 내게 책 읽기란 사회를 비판하거나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과정이라기보다는 세상을 아는 통로이거나 호기심 충족, 혹은 재미를 느끼기 위함 그 이상은 아니였다. 그가 페북에서 40번째 작품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생각을 갈무리할 때, 혹은 앞으로의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글쓰기를 고민할 때 나는 무척이나 많이 안일한 생각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소설가를 '동경'하며, 다른 편으로는 세상에 뛰어들기보단 세상을 '관조'하는 그들의 비겁함을 조롱했던 것은 아닐런지. 뭐, 그래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인간은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오롯이 그 상황을, 그런 처지를 이해할 순 없는 종족이니까 말이다. 내가 작가가 되어보지 않는 한, 항상 작가들의 고독과 고통을 가벼이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을 좀더 원숙한 언어로 표현해내는 작가 군단들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다. 그들이 아니였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간이 이 지구 땅에 살아 숨쉬고 있었는지도 영영 알 길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소소한 삶의 일상과 문학적인 갈망이 어우러진 글이 처음보다는 많이 재미있고 쉽게 다가오긴 했지만, 한 가지 불만인 것은 '술'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니 이렇다고 말할 계제는 아니지만,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내적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작가' 종족들은 아니, 넓게 말해서 '영혼이 자유로운 종족'들은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드러낼 수 없고, 심각하게 현실에 대해 토로할 수 없고, 문학에 대해 교류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의문을 가져본다. 요즘 세태는 이상한 표현을 통해, 예를 들면 '취중진담'이란 표현을 통해 취해 있을 때가 더 자유롭고 진실한 내면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만, 나는 아니라고 확언한다. 술에 기대야만 할 수 있는 말 정도로면, 그 정도의 자신감밖에 없다면 평생 입 밖에 내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예술을 논한답시고 흥청망청 혹은 적당하게 취기가 올라올 정도로 취해있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맨 정신으로는 사람을 혹은 예술을 사랑할 수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혹은 맨정신으로 바라봤을 때 상대가 아름답지 않아서, 보아 넘겨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는 것이야 기쁨이 넘치는 일이지만, 그 사이에 왜 술이 끼어야 하는지는 정말 이해해줄 수가 없다. 좀 까다로워 보이지만, 페북에 한 장 걸러 한 번씩 '술'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첨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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