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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인이 될 것인가 - 마쓰시타 정경숙 1기 출신 사상가가 밝히는 한·일 미래지침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정재헌 편역 / 모루와정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마쓰시타 정경숙'이 사람 이름인 줄 알았던 나로서는 일본의 교육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정치 · 경제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을 어디서
공급받는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확실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이 앞서있는 나라이고, 그런 말들이 절대 허튼 말이 아님을 이 책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역사나 왜곡하고, 제 잘못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남의 땅이나 빼앗으려고 하는 못된 도둑놈의 심보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확실히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수준 높은 정치, 경제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는 재단이나 교육기관이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은가. 지금 사교육이다 뭐다 가장 중요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교육정책이 뿌리 깊이 흔들리고
있는데 경제, 정치 분야의 인재를 키우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다.
내가 그렇게나 부러워하는 정치, 경제의 인재를 배출해내는 산실인 '마쓰시타 정경숙'이란 기업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그의
말년에 차세대 국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70억 엔의 자산을 출연하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개인이 억 단위로 기부하는 사례도
본 적이 없지만, 그것을 순순하게 교육에 투자하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다. 몇몇 책에서 보면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다재다능하고 머리가 좋은
인종이라고들 하던데 아마도 개별적으로 다들 머리가 좋으니까 제 밥그릇만 챙기기 바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은 전혀 없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니깐.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만 간다는 서울대생들이 생각과는 다르게 학연을 전혀 따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마쓰시타 정경숙은 부지 6천 평 이상, 숙사만 2천 평 정도에 이르는 규모로, 최대 150명이 기숙할 수 있도록 직원용 가옥, 식당, 고노스케
전용 다실, 일본 정원, 테니스 코트가 구비되어 있는 캠퍼스라고 보면 되겠다.
역시 10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말은 절대로 헛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일본에 이런 사단법인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한 개인의 생각이 이렇게 건설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발전적이
아닌가 한다. 지금 나라면 들어갈 수 있는 자격 조건이 되는데, 아쉽게도 내가 일본어를 못한다. 정말 아쉽다. 조건은 재학 중이거나 취업 중이
아닌 22세 이상 35세 이하의 청년으로, 합격되면 기숙하면서 4년 동안 연수나 실습을 하며 지낼 수 있고, 한 사람당 매달 20만 엔이
지급되고 그것과는 별도로 각자의 활동 계획에 근거해서 활동 자금이 지급되기도 한다니까 공부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이 주어지는 것이다. 배우는
것으로는 정치학, 경제학, 재정학 등의 전문 분야도 배우지만, 다도, 서예, 좌선 등의 일본 전통 교육과 무도, 아침 조깅, 100km 행군
대회 등의 체력 증진 프로그램도 갖추어져 있어 문무를 겸비할 수 있겠다. 심지어 파라소닉에서 제조학거나 마케팅까지도 경험해볼 수 있다니까 합격만
되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어 부러웠다. 졸업생의 40% 정도가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면 정말 팔을 걷어붙이고 선거 유세를 도울 마음도 있다. 나이가 들고 돈도 좀 모이고 나서 명예욕 때문에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대신에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인 하야시 히데오미도 '마쓰시타 정경숙' 1기생으로, 20대부터 초지일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철학 사상에 대해서 연구할
마음으로 이곳에서 배웠고, 그 이후로부터 계속적으로 '종학'이라는 것을 연구, 강의하고 있다. 이 저자도 어릴 적부터 어떤 영감에 의해 뜻을
품고 그것에 대해 달려온 사람인데, 그 사상이라고 하는 것이 참 일목요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편집,
번역해서 나온 것이라 개괄적인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부드러운 어투로 대화하듯이 쓰여있는 책을 읽다보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심사숙고할 수 있게 해준다. 우선 일본과 한국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상을 제시해나가야 한다며, 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세계의 망가진 모습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라야마 미사오의 800년 문명 주기론을 들어가면서 제시하는 내용은 사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정보화 시대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정보는 대략적으로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종학이라는
사상은 생소한 것이었다. 물론 무라야마 미사오의 문명론도 생소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무라야마 미사오는 세상의 흥망성쇠를 10년 단위로
연표를 만들어가보면, 일정한 주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동서양이 교차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는 아주 획기적인 발견으로, 동양이 흥하면
서양이 망하고, 서양이 흥하면 동양이 망하는 식으로 교차되는데 현재 이 시기가 서양이 망할 시기라서 동양 즉 한국과 일본에서 새로운
사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종학'인데, 한 마디로 말해서 전체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재에 대해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전체 시간 축 위에서 과거의 모든 것이 집약, 응축되어 있고 다시 모든 것이 새로 열려가는 그 중요한 포인트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자신을 중히 여기고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의 근원을 파악해서, 그것에서부터 뿌리를
뻗어나가는 방향을 '종'으로, 뻗어나간 '종'을 상호작용하는 것이 '횡'으로 부르는데, 전체란 이 종과 횡에 의해 결합된 것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바라볼 땐 항상 중심을 파악해서 그것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쪽과 그것들끼리 상호작용하는 쪽을 모조리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읽다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라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보면 된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가장 훌륭한 점은, 예의 범절이 바르다는 것이다. 일본은 얼마나 예의가 바르지 않은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의범절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보니까 참 공감되지 못했다. 어쨌거나 과거에 '동방예의지국'이란 소리로 들어봤으니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이런 것을 일본에 전해주고 일본에서 좋은 것은 우리도 같이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동양 사상을 대표하는 나라는 사실 중국이나 인도도 있지만, 지금 중국은 돈에 눈이 멀어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기에 불가능하고, 인도는 나중 후반기에 큰 성장을 이룰 만한 사상을 만들어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한다. 솔직히 일본이랑 묶이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일단 우리 자신에게 해당하는 일에 먼저 손을 뻗치다 보면 점차적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여겨지기 때문에 시도만큼은 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문화적으로도 일본이 우리보다 많이 앞서기에 벤치마킹이 먼저일 것도 같지만
일단은 같이 하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될 것 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