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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쉬운 강의 120
이승훈 지음 / 터치아트 / 2012년 2월
평점 :
서울대 공과대학 출신으로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이승훈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명강사였을지는 몰라도 글 쓰는 것만큼은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산경제학상이나 전경련 시장경제대상 출판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 나온 <경제학 멘토링>이란 책만 봐도 한 번에 알 수가 있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용어나 내용을 일반인이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문외한의 입장에서 글을 서술하고 전달해준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글이 참으로 놀랍다. 글을 편안하게 쓰고 읽을 때 무리만 없게 쓰려고 노력하는 서평자의 입장에서도 그의 글솜씨는 부러울 따름이다. 유려한 글솜씨는 아마도 경제학이란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니까 그 빛을 찬란하게 발하는 것도 같지만, 아마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독보적으로 빛을 발하게 될 능력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에세이는 죽어라고 쓰니까 그런 능력이 갖추어졌는지 어쩐지는 전혀 모르는 일이지만, 그의 글 문체 등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정도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개념이든 알고 있는 개념이든 쉽게 알려주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이미 다 아는 것 같은 기분도 느껴지고, 모르는 용어가 한 두가지 나왔을지라도 나중에 부연 설명으로 제대로 이해시켜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까지도 생긴다. 그런 문체는 원체 착실함이 몸에 배어 있어서 경제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무척 노력했던 사람에게서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참으로 놀랍고 감사한 책이다.
여러 경제책을 봤는데, 보다가 깨달은 것이 하나가 있다. 경제와 같이 현 사회를 직접적으로 비추는 분야에 대해서는 번역된 책을 보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 금융 상황이 우리 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우리 나라의 경제 역사를 알지 못하고 단지 현재의 비슷해보이는 경제 환경만 가지고 예측해봤자 그 경제 전망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그릴 수 있고 그런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 처음에는 경제 체계가 그럴싸하게 갖추어져 있고 자본주의 역사 200년을 자랑해온 미국의 경제책이 좋아보여서 그것을 많이 선택해 봤는데, 이론적인 면을 무장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선택도 나쁘지 않다. 경제학, 경제심리학, 국제경제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읽어도 개념이 쉽게 이해되는 장점은 있는 반면 미국측의 입장만 강요하는 단점이 있다. 가장 최악은 경제학에 대해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먼저 접한 다음에,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외국 경제책에서 소리 높여 주장했던 것들이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을 말아먹기 위한 방법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경제학 분야는 외국 책보다는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으로만 골라 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런 이유로 이번에 만난 책은 다시 없을 기회였다.
저자가 교수라는 이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인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서 기초 개념부터 착실히 밟아나가는 방법으로 글을 정리해주는데 그 부분은 정말 세심하다. 글에는 그 사람의 개성이 묻어난다는데, 이 글로만 보면 이승훈 교수님은 더할 나위없이 지적이고 이성적인데다가 섬세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여튼 경제 이해력 검증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둔 책이라고 하는 만큼 미시 경제든 거시 경제든 제대로 설명이 되어 있다. 시장경제, 기업, 재산권 보호, 소득 분배, 국내총생산, 금융, 세게화까지 총 7번의 꼭지를 두고 경제 용어를 풀어주는데 각각 두 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에 중복해서 어려운 혹은 생소한 개념을 풀어주니 아주 상세하다. 게다가 각각의 주제 안에서는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설명이 진행되는데 전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바로 한 장만 넘기면 해결되어 나오니, 그리 손쉬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 나라가 가야할 경제 정책의 방향까지도 조금씩 들어준 것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진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일만큼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이니, 적당한 장미빛 환상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봐야할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