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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세계사 -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이성주라는 저자의 책을 예전에 한 권 정도 읽은 것도 같은데, 그 때는 그다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역사의 치명적인 배후, 성>이란 주제에 맞춰서 글을 쓰다보니까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제목에 이끌려서 고르긴 했는데 이 내용이 쉽사리 혹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한동안 책을 묵혀두고만 있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생각해본 적은 없어도 인생의 아이러니쯤은 한 번씩 경험들 하지 않는가. 아이러니만큼 인생이 씁쓸한 것이 없는데 왜 또 굳이 역사까지도 아이러니를 찾으려 했을까 자책 비슷한 것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게 왠걸, 읽기 시작하자마자 350페이지 분량의 책을 후딱 다 읽어버리지 않았겠는가. 그만큼 흥미있는 내용을 적절하게 뽑아놓았고, 편집도 잘 버무려 놓았는데다가 가장 중요한 것인,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쓰는 가상의 대화가 모조리 현대어로 되어 있다. 현대어도 아이들이 쉽게 쓰고 이해하는 속어나 비어를 이용해서 구성해냈기 때문에 정말 쉽게, 아니 재밌게 이해가 된다. 그러니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그저 심심풀이 땅콩을 먹는 것처럼 콩트를 대하듯이만 한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가 있다. 여기에 적당한 호기심만 가미하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가 된다.
물론 기본적인 역사적인 지식이 갖추어진 사람이 읽는다면 훨씬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내가 찾기론 딱 두 부분밖에 안 되어서 역사 초보자가 읽기에도 아주 수월했다. 내 경우에는, 그 첫 번째가 신라와 백제의 마지막 전쟁으로 유명한 황산벌 전투이었는데, 이 전투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서 마지막에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기는 했던 계백 장군이 왜 졌고, 어떤 방식으로 개죽음을 당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는 책이 조금 야속했다. 내가 먼저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으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바가 얼마나 놀라운 일이고 범상치 않은 것인지까지도 제대로 알 수 있었을 것을, 그것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없다고 해서 아예 책을 읽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여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솔직히 학창시절에 역사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모든 내용을 다 외워야 하는 상황을, 특별히 머리가 좋거나 어렸을 때 많은 역사 책을 읽어놨거나 하는 방식으로 뛰어넘지 못한다면 역사는 항상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과목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재미난 대화글을 들려주면서 역사가 단지 고루하고 들쳐봐야 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아닌 것을 알려준다면, 누가 역사를 싫어하거나 못할까 싶다. 진정한 스토리텔러라 부르고 싶은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저자 이성주가 말하는 '역사'란 살아남은 자들, 즉 권력 잡은 자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그는 항상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앞에 두고선 정말 이것이 맞는 내용인지 일일히 딴지를 걸고 확인하고 자료 조사해봐아야 한다. 그런 일련의 작업들이 진정한 역사 앞에 도달할 수 있는 단 하나 뿐인 방법이고 기회이라는 것이다. 계속 의심해봐야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의 틀을 깨버릴 수 있으니 앞으로도 역사를 바라볼 때는 엉뚱하게 생각해보고 현대 상황으로 바꾸어 봐서 진정한 역사에 도달해봐야겠다. 일단 이성주가 쓴 책을 위주로 많이 읽는 것이 우선이겠다. 이 바쁜 나날동안 언제 역사에 딴지를 걸고 있겠나. 이미 걸고 넘어뜨린 이야기를 읽으면 더 수월할 것을.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