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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전해 준 쪽지 ㅣ 탐 청소년 문학 4
게리 폴슨 지음, 정회성 옮김 / 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주인공 '나'에게는 남과는 다른 조금 독특한 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방학 동안에 대화하는 사람이 열 명으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든가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기보다는 책에 푹 빠져서 지내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 등 그 또래 청소년과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른 개성 만점의 남학생이다. 게다가 일 하면서 야간 대학에 다니시는 아빠와 요양원에 계시면서 대학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할아버지까지 이렇게 남자만 셋 있는 요상한 집안에 태어나기도 해서 여자와의 인연은 평생 동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도 하다. 또한 가늠해보건대 아빠의 나이가 많이 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니까 대학도 가기 전에 일을 쳤고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와 할아버지가 갓난쟁이를 키웠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어딘가 모르게 심리적인 불안감이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여자의 보살핌 없이 평생을 살아 여자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십대 남자 아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그렇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는 대로, 적당히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가면서 살았던 그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숫기가 없어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아이 녀석이 건설현장 인부들이 여럿 모여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모금 활동을 하지 않나, 짝사랑의 대상인 여자아이와 마주 치기라도 할라치면 나무 근처라도 숨어버릴 녀석이 그녀에게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말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질 않나, 평생의 취미라곤 독서말곤 모르던 다소 통통했던 그가 남을 위해 3종 철인 경기에 대타로 뛸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질 않나 이렇게 평소와 같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과감하게 해내게 되었다. 물론 그런 과감성 속에는 밍기적거리는 소심함이 분명 들어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한 발짝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을 평소에 믿지는 않지만, 그의 경우에는 그 격언에 맞아떨어져가는 것 같다. 실제 주인공 핀은 여러 가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일회성일 뿐 그의 본성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닐 것이기에 어쩌면 확실하고 짠 하고 변하는 성장 소설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로 재듯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 매일 매일의 삶이 쌓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니 충분히 그의 인생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소설에서의 놀라운 점은 핀이란 약간의 소심증과 게으름증이 있는 소년의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해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대충만 계산해봐도 일흔이 넘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심리 묘사를 게리 폴슨은 정확하게 해낸다. 소설을 읽을 때 딱히 전작주의를 고집하지는 않지만 이 사람의 소설은 꼭 읽고 싶을 정도로 첫 만남이 아주 좋았다. <손도끼>라는 소설로 만난 그의 작품은 어쩐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모험 소설로 유명한 <15소년 표류기>를 읽고 행복했다면 이 책도 당연히 읽어야 할 소설이다. 소년이 홀로 남아 (마음만)청년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성장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금상첨화이고, 뭔가를 만들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모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다소 아쉬운 것은 처음 만난 <손도끼>의 감동이 더했던지 지금 본 이 소설의 감동은 전작만 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