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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모든 역사 : 한국사 - 1월에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ㅣ 12개월의 모든 역사 1
이종하 지음 / 디오네 / 2012년 1월
평점 :
한국사라고 하면, 정말 할 말이 많은 인간이 나다. 어쩌면 그렇게 한국사를 못하는지, 진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했던 점수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이 고1인지, 고3인지는 모르겠으나 수능 모의고사에서 몇 문제도 안 되는, 그래서 총점이 한국사만 15점 만점이었던 그 문제들 중에서 딱 9점을 맞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공부를 잘하지도, 성적에 연연해 하지도 않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이제껏 맞아본 적이 없었던 극악무도한 점수였기에 그렇게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까지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것도 같다. 그 때부터였다, 억지로라도 한국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가. 그러나 마음에서 멀어진 과목이 어디 점수가 팍팍 올라가는 경우가 있던가. 그러고도 한동안 바닥에 머물다가 한국사에 흥미를 갖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교탁에서 반 엎어진 상태로 강의를 하시던 국사 선생님께서 그 구성진 목소리로 마님과 상놈의 목소리 연기까지 펼치신 적이 있었다. 무척이나 바쁘고 진도 빼기에도 벅찬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었을 텐데도, 어찌된 일인지 그 때는 한 소절 구연 동화를 펼쳐주셨다.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배우고 있는, 이 미치도록 머릿속에 박히지 않았던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의 인생이자 이야기이자 생명력 넘치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 사건이 있은 후, 미친듯이 한국사를 파고들고 나서야 겨우 성적이 올라갔지, 그저 그 재미만 느꼈다고 성적이 오르는 그런 천재적인 머린 아니었지만 그때까지 한국사에 대해 가졌던 모든 오해와 편견이 풀려 내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마도 한국사를 친근하게 여길 수 있었던 것은 한 편으론 정리하길 좋아하는 내 못말리는 습성과, 일단 적기만 하면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 대략 기억이 나는 황당한 기억력 덕분이겠지만 이 때부터 한국사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올 수 있었다. 너무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 때 그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나는 평생 한국사와 담 쌓고 살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참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사는 그냥 들으면 들을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으며 톡톡 튀는 맛이 제법인데, 한국사는 그런 맛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조금 유별나게 뛰어났던 것이 세계사를 좋아하게 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때의 나는 존재감이 없던 아이었으나 세계사를 배우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너무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더 강해져서 한국사에 대한 책을 더 많이 보는데 이 책도 참 좋았다. <1월의 모든 역사 : 한국사>는 사실 한국사가 더 이상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는 해도 빡빡하게 쓰여진 한국사 책을 보기엔 아직 시기상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보의 양은 많으면서도 읽기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보면 눈치챌 수 있듯이, 1월의 1일부터 31일까지 인물의 탄생이나 사망, 사건, 사고 등을 제대로 모아두었기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의 이름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내가 시인 박목월이 1916년에 돌아가셨는지도 몰랐고 그가 얼마 전까지 교사를 했다고 하니, 의아할 뿐이다. 작품 생활을 하면서 다른 일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바쁘게 작품 생황과 교사 생활을 했을까 하는 어려움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또한 2011년 1월 21일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던 삼호주얼리 호의 선원들이 구출된 역사적인 날인데, 그들의 얼굴이 아직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선장이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가 현재는 다 나아서 얼마 전에 퇴원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수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많으면 그냥 책장이 넘겨질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깊이가 있는 책이니 조금만 분발하면 좋겠다. 책 편집은 사건의 중요성에 따라 분량을 분배했다고 하니까 다소 많은 분량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만약 1월이 자기 생일이 있으면 그 날을 보고 재미를 누려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하루라도 역사가 아닌 날이 없음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