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역사 - 왜 상식은 포퓰리즘을 낳았는가?
소피아 로젠펠드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상식이 어떤 방법을 통해 포퓰리즘을 낳았을까? 포퓰리즘이란 대중주의라고도 하며, 인기영합주의·대중영합주의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대중적인 인기,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하여 지지도를 이끌어내고 대중을 동원시켜 권력을 유지하거나 쟁취하려는 정치형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지속적이고 일관된 어떤 정책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선동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정치에서 설득의 한 형태로 보여진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민주주의가 중우정치가 되어 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용어였는데, 이제는 좌파나 우파 모두에게서 들려오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이현령 비현령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사실 상식, 커먼센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상식이란 단어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연유했을까?

 

영국에서 명예혁명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정치는 일부 지식인의 손에만 달려있는 고급 기술에 속했던 것이다. 그 당시 지식인들은 21세기에 대중들이 정치에 참여할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음이 틀림 없다. 그랬기에 모든 사람들이 식별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동의하고 잘 아는 몇 가지 근본적인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식에 대한 신뢰를 받아들이기엔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이란 용어는 17세기 말 영국의 명예혁명과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사이에 있었던 인민주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출현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었는데 그 시작은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에 모든 인간은 5가지의 기본적인 감각,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과 그 모든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는 공통된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공통감각의 기능은 다섯 가지 감각들이 받아들인 인상들을 서로 비교 통합하여 이성과는 별도로 감각의 대상물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그런 인식이 11세기 페르시아 철학자 이븐 시나와 스콜라 철학으로 이어져 내려와 결국 17세기의 인민주권과 결부되어 지금에 이르는 상식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식은 그 시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해왔다. 17세기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은 영국에 폭넓게 퍼져가는 회의주의와 무신론에 대해 자신들의 신앙과 진리를 지키기 위해 상식을 동원했고 반면에 유럽에서는 주로 진보주의자들이 현상 타파를 위해 상식을 내걸었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상식이 전투명령이 되어 미국혁명의 불씨를 제공했고, 그 20년 뒤 프랑스에서는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상식을 내걸고 혁명을 공격했다. 이렇듯 상식은 보수주의자들의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급진주의자들의 현재의 정치질서를 뒤엎거나 다시 세우기 위해서 이용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혁명에 불씨를 제공했던 급진적 사상가인 토마스 페인이 사용했던 상식의 의미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시작되었던 상식과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양쪽 다 상식을 하나의 보편적인 능력이자 역사의 밖에 위치해서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페인의 상식은 역사를 초월하지도 보편적이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페인의 상식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줘서 세상을 다시 시작할 미래 지향적인 무기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에 의해 미국혁명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프랑스 혁명에서 사용했던 상식의 의미는 오히려 혁명 전으로 돌리기 위한 의미로 사용되었으니, 이성을 공격하는 상식이 되어 버릴 정도였다. 이러니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의미가 그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상식이 점차 공격을 받아 사라지던 시점, 제2차 세계대전과 원자폭탄 시대에서도 상식은 다시 부활을 맞았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개념은 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 ·이해력 ·판단력 및 사려분별로 여겨지는 상식의 의미가 또 어느 때에 어떤 의미로 쓰일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용어 하나에 명확한 정의가 내리지 못해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니 항상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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