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경제교과서 - 한 권으로 끝내는 대한민국 경제사
손해용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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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외국인이 말했던가. 한국인들은 스스로에게 폄하하려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자랑스러운 몇몇 분야에 대해 생각만 해도 스스로를 너무 치켜 세워주는 것 같아 오히려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떤 외국인이 말했던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정말 박하게 주는 것은 맞다고 본다. 이런 사고 방식의 바탕에 깔려있는 생각에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민족주의자들이기 때문인 듯 싶다. 외국인들은 자신들을 조국과 개별적인 존재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무슨 행동이나 사건을 민족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 자랑스러운 것도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운 것이고, 한 개인이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면 나라 전체가 망신살이 뻗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를 겪고 나서 우리 스스로를 개별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고 민족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지난 60년간의 대한민국 경제사를 돌아보면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도 많이 세웠지만 우리 스스로는 독재 정치라는 이유로 그런 역사적 족적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재 정권으로 표현되는 박정희 대통령 때는 우리 나라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양한 방면으로 마련해두었을 때이지만, 그것이 긍정적으로만 평가되지 않아 안타깝다. 우리 나라와 같이 큰 전쟁을 겪고 몇 십년 만에 이런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도 없을 뿐더러, 후발 주자로 시작한 나라로서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란 불가능하다는 통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근 200년이란 시간을 민주주의를 꽃피우는데 노력했던 미국만 해도 현재 경제가 엉망인데, 우리 같이 전쟁 후에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하고자 했다면 이만큼도 살지 못했고, 민주주의도 그다지 달성하지 못했을 것을 이젠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과거를 돌아보아 경제의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파악해보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를 쓸어버리지 않아 나중에는 그들의 후손이 잘 되는 부작용을 낳는 등 사회 위화감만 조성한 대통령으로만 생각했으나 한국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의 휴전에 반대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국의 경제지원을 이끌어내 한국을 지켜낸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민주주의의 절대 악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로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경제 대통령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광주민주화항쟁 때 민간인을 짓밟았던 한국 사상 가장 악랄하다고 평가받고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 급 성장 후 물가 안정에 올인해서 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덜 앓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노태우 대통령은 세계적인 냉전 속에서도 북방외교를 펼쳐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를 맺었다. 후에 중국이 한국의 제1교역국이자 제1수출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외환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 정책 중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를 밀어부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했다. 금융실명제를 국회에 상정하는 것은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긴급조치를 발동해 초스피드로 실현시켰다. 김대중 대통령은 카드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하게 했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한의 위협으로 우리 나라 상품과 기업이 제값을 못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을 안겨줬으니 그 내막을 알지는 못했기에 놀라웠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우리 어머니가 제일 미워하시는 노무현 대통령은 디지털 정보기술 즉 IT기술과 지식정보화 강국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한 · 미 FTA 체결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와 FTA를 추진해 경제영토를 확장한 공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 강 논란도 그렇고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개발독재자란 오명을 뒤집어 쓸 정도로 복지와 환경을 생각하기 보다는 경제 영역에만 치우친 정책을 펼쳤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적절한 처방 때문이었다.

 

이렇듯 전직 대통령의 혁혁한 경제 성과는 여타 다른 영역의 문제로 인해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이고 다른 영역에서 잘한 것은 제대로 평가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과거 독재 정치였다고만 생각했던 때에 대단한 불굴의 의지로 한국의 기술을 끌어올린 개개인의 역량이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과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면면을 새로 알게 된 것도 좋았다. 안되면 되게 하는 과거 여러 인물들을 노력 덕분에 우리가 현재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해야 하겠다. 실제로 지금은 헝그리 정신이 퇴색해 많은 인재들이 소위 철통 밥통만을 노리는 사회 현상이 두드러져 앞으로의 경제 성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 않는가. 국가를 위해 노벨상을 포기하고 와서 카이스트를 세운 1세대 과학자들부터 각 기업의 경영자들, 이름도, 빛도 없이 온몸을 바쳐 다리를 세우고 조선을 만든 기술자와 노동자들, 중동에 가서 더위와 싸우며 수도를 건설해내고 건물을 세운 이들, 외환 위기 때 집에 모셔둔 금붙이를 모두 나라에 헌납해 외환위기를 이겨낸 아줌마, 노인 할 거 없는 모든 국민들... 이런 모든 이들이 모여 우리 경제를 뒤받침해냈다. 아마도 이 책을 쓴 저자는 과거의 경제를 되돌아보아 우리 경제의 일등 공신은 우리가 스스로 구해내려고 했던 의지였음을 분명히 하고 싶었나 보다. 물론 역대 대통령들의 혜안도 한 몫했겠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우리를 구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무얼 하느냐고. 저출산 시대에 더 이상 아이디어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청년을 대표하지 않는 이 때에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경제를 물려줄 것이냐고. 앞으로 우리가 누렸던 경제 호황을 우리 후손에게도 물려주려면 우리도 안정된 직장만이 아니라 우리의 가능성을 점쳐봐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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