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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생물 콘서트 - 사진으로 보는 생태다큐멘터리
한영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과연 몇 종이나 알고 있을까. 우리 땅 생물을 떠올리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호랑이가 생각난다. 이 자그마한 땅에 어떻게 그런 맹수가 살 수 있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옛부터 우리에게 친숙하게 많은 설화에 등장했던 호랑이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할까. 너무 친숙해서 그랬을까, 우리 손으로 그들을 내쫓아버렸던 것은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멸종된 생물도 꽤 많다. 예전에는 생물 하나 멸종되는 것이 무어 그리 나쁠까 생각하기도 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내 등이 따시고 내 배가 부르니, 이 땅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생물에 대해 그리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씩 들다보니, 그리고 이 책을 보니 생물학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한 예로 소나무를 들 수 있다. 소나무는 우리 인간에게는 반가워할 만한 물질을 내뿜는다. 이를 통틀어 피톤치드라 부르는데, 테르펜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에 탁월하고 항균 작용, 면역 기능 향상, 중추신경 안정 및 탈취 효과 등의 효과가 있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소나무으로 인공 조림을 조성하는데 이 소나무의 피톤치드를 싫어하는 병원균, 해충, 곰팡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무나 풀, 심지어 곤충들까지도 소나무 근처에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소나무만 심어진 산에 자연 재해가 닥쳐 소나무만 모조리 죽었다면 다른 생물이 살 수 없었던 그 곳에는 민둥산만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솔잎혹파리와 같은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복작거리며 살아야 건강할 수 있는데 단일 생물만 있으면 해충에 취약해진다. 또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도 없애고 있고, 소나무 자체가 다른 활엽수에 비해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홍수와 산사태에 무방비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또한 산불이라도 난다면 휘발성 기름 정유가 흘러나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여 생물학적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도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듯이, 생물들도 다양한 종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토양도, 불의의 사고도 대비할 수 있다. 다행히 소나무가 생존 전략으로 내뿜는 피톤치드에 별로 민감하지 않은 참나무류의 나무들이 있어 소나무만으로 삭막했던 산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었다. 넓적한 잎을 무성하게 만들어내는 참나무는 그늘진 계곡에 모여 살게 되고, 그늘을 싫어하는 소나무는 척박한 양지바른 산마루에 자리를 잡게 되어 산이 새로워졌다. 그에 따라 소나무만 있었을 때는 얼씬도 하지 못했던 다른 생물들이 더불어 존재할 수 있게 되니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에서는 문제가 점차 사라지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호랑이 같은 맹수가 사라지니 그 밑의 초식동물들이 크게 번성한 것도 사실 문제이다. 고라니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북동부에만 서식하는 세계적으로 귀중한 동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말썽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상급 포식자가 없어짐에 따라 개체 수가 많아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점차적으로 먹이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산에 쉽게 먹이를 구하지 못하자 고라니가 선택한 곳은 인간들이 경작하는 농작물이었다. 농작물 연간 피해액이 216억 원이라고 하니, 그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지 않은가. 산야에서 쉽게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개발했던 인간에게 1차적인 책임은 분명 있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농가들의 파산이 줄줄이 생길 것을 우려해 정부에 유해야생동물 포획을 건의하기도 했단다. 사람의 생존도 분명히 존중받아야 할 것처럼 이들의 원래 터전이었던 곳에서 농작물에 손을 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훨씬 건강한 삶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우리가 너무나 싫어하는 모기일지라도 그 한 생물이 없어지면 그 윗 포식자들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더불어 살아갈 건강한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