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시대 석학이라 할 수 있는 최재천 교수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를 알긴 하지만 그리 자세히는 알지 못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특히 그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아주 큰 일이 날 것처럼 구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볼 때, 그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이전까지는 그는 내게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개미와 말한다」의 저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대학에서 강의를 한 세계적인 샹물학자이고, 최교수가 전공한 동물행동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에서는 최정상급 대학 중에서 1,2위를 다투는 미시간대학에서 교수로 부임했고 또한 명예교우회 특별연구원으로 선임되어 3년간 원없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겨우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자연과학자’란 소개가 정말 무색하지가 않는 분이셨던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표지에 쓰인 그 문구가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가보다. 본인이 말씀하셨듯이, 강의과 관련된 곳이 아니면 대중 매체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사실 한 번도 TV속에서 본 적이 없기에 안철수 소장님이나 박경철 선생님처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아니라 많이 무지했다. 역시 바보상자는 바보상자일 뿐인데, 보이기만 기다렸던 것이었나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아쉬움은 그 분을 「무릎팍도사」같은 토크쇼에서 뵙기는 무리여도 좀 더 권위있는 SBS나 MBC의 스페셜 같은 방송 매체를 통해 뵙고 싶다는 것이었다. 최교수님처럼 많은 개구쟁이 아이들, 그 중 심각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방송에서 롤모델로서 소개가 되신다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꿈을 더 잘 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들, 영상 매체에 휩싸여 사는 아이들에게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지 못한다면 열이면 열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폭격에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런데 그들에게 책과 함께 하는 꿈이 어디에 있겠는가. 생태학, 진화생물학 등의 큰 생물학 분야가 취약한 우리 나라 자연과학 현실에서 그런 분야가 더욱 활발히 연구되기 위해서라도 최재천 교수님은 후대를 양성하시는 데 더 힘을 쏟으셔야 한다. 대학생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저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하시는 것이 더욱 큰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최교수님이 열광하셨던 분야는 딱, 말 그대로 딱 동네 개구쟁이들의 염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한 가지 바람은 좀 더 대중매체에 많이 등장하시는 것도 그리 나쁘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들은 책보다는 TV와 같은 영상매체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겠는가 말이다.

 

일단 이 책을 흥미롭게 보기 위해서는 현재 최재천 생물학자에 대해서 조금 알아야 한다. 서울대 동물학과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생태학부 석사,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박사로 이어지는 완전히 이과적인 이력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한 성적이 보거나 성향 테스트를 해봐도 수학에 비상한 머리를 지녔음에도 영혼만은 완전히 시인에 버금가는 문과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 사람이다. 언변이나 지도력이나 글을 쓰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음악을 하는 것까지 이과적인 성향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문학적 · 예술적 소양을 갖춘 그가 어떻게 생물학과 교수가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시인을 꿈꾸며 고향인 강릉에서 자연과 벗삼아 살아왔던 촌놈이 한국문학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내면화된 감수성으로 무장하곤 서울 명문중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 목적 없이 방황하다가 서울대 의예과에 두 번이나 낙방하여 가까스로 동물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어릴 적 꿈과는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된 행보에 정처없이 방황만 하며 대학생활을 다른 의미로 알차게 보내다가 4학년이 되어서야 동물학과에서 제 능력을 펼쳐보이리라 마음을 먹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자크 모노란 생물학자가 쓴 철학책 같은 「우연과 필연」이란 수필을 만난 것이었다. 평생을 연구실에서 썩으면서 살아갈 미래가 자신없이 온몸을 던지지 못했던 생물학 분야에서 이런 철학적인 사색을 담은 글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지금이야 통섭이니 통합이나 상반된 것을 연결하는 것이 화두가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였지 않은가. 나도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란 수필 같은 생물학책을 보고 엄청난 감동과 지식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최 교수님께는 인생을 바꾼 하나의 계기가 바로 책이었다!! 

 

그 이후 여러 만남이 거듭되면서 미국에서 자연과 벗삼아 연구할 수 있는 큰 생물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무리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미친듯이 연구할 수 있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 중의 압권은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고 올곧은 최씨 고집으로 석사 학위만 받고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하버드 학위가 그에게 쏟아지는 여러 스포트라이트의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의 고집이 나쁘지만은 않았겠지만 좀 더 지혜롭게 처신했으면 여러 관계에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어쨌거나 유학 온 지 10년이 넘어서 박사 학위도 받고 전임강사로 일하게 되는 등 다른 세계, 즉 배우기만 하는 차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차원으로 성큼 성장해버릴 수 있었다. 그가 그런 식으로 제가 가야 할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는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내면화된 장남의 책임감과 대학 때 발휘되었던 추진력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바로 책이 아닐까.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 꾸게 해준 것도 책이요, 그의 인생을 바칠 전공을 정한 것도 바로 책이니까!! 그러고 보면 최 교수님을 키운 8할은 바로 책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정말 책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을 아는 나도 어릴 때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 정말 후회스럽다.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책을 좀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경험은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것이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릴 때 책을 좀 더 읽었다면 지금에 알고 있던 많은 지혜가 활용될 수 있었을 거라고, 현재와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들, 아니면 초등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몇몇 부모님들은 이 책을 사다 좋은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권하시겠지만, 난 그 방법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들을 몇몇 봤는데 먹기 싫은 약을 억지로 먹는 듯한 표정에서 이미 난 알아버렸다. 꿀도 약이라고 하면 쓰듯이, 가장 좋은 책 읽히는 방법은 책 밖에 놀 것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부모님들이 항상 책만 보고 있는 것도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는 최재천 교수님도 쓰시는 방법인데, 4형제 중 한 명 빼고 다 교수님이시고 아내도 교수인 그 집안에서 할 것이라곤 책 보는 것말고는 없겠지만 하여간 제일 안 좋은 교육 방법이 나는 바담 풍 할 테니, 너는 바람 풍 해라가 아닐까 한다. 나도 학창 시절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졌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내일이 시험이라고 공부하라고 방에 들여놓고선 밖에선 낄낄 웃으며 드라마를 본다면 할 마음이 안 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공부하는 몇몇 노력 영재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환경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으니, 부모님들이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면 공부하란 소리, 책 보란 소리를 하지 말고 같이 TV를 시청하던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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