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니얼 퍼거슨은 참으로 놀랄만한 저작물을 완성해냈다. 과거 1400년대에 융성했던 명나라를 본다면 600년이 지난 오늘날 서양 세계가 동양 세계를 완벽히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서양화되지 않은 동양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의복이나 식생활에서까지, 음악이나 미술까지 인류의 전 영역에 걸쳐서 서양화되지 않은 분야가 없다는 그 사실, 그 놀라운 이유에 대해서 밝혀보는 저작물을 완성해냈기 때문이다. 1420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50만에서 100만 사이의 인구를 자랑하는 난징이었을 것이며 이에 만족하지 않은 명나라 영락제가 새로이 구성한 수도, 베이징에 자금성을 완성했을 때는 그 어떤 누구도 동양이 서양보다 훨씬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리장성과 같이 어마어마한 구조물은 물론이거니와 양쯔 강에 건설된 대운하를 지나는 수하물들은 연간 1만 2,000척의 곡물이었고, 과학분야에서도 종이, 폭탄, 화학 살충제, 낚시 릴, 성냥, 자석 나침반, 칫솔, 일륜차 등의 다양한 발명품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시계나 활판 인쇄기, 파종용 조파기와 같은 실생활과 직결되는 기술들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같은 시기 즉 15세기의 영국에서는 흑사병으로 런던의 인구가 4만여 명으로, 난징 인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로 급감했으며 발진티푸스, 이질, 천연두 등 여러 전염병의 온상이었고, 살인 사건도 높은 비율로 일어났고 사방에 전쟁이 발발해 1540년부터 1800년까지 영국인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불과했다. 중국에서는 백신이 발달하지 않은 대신 사람의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모아 텃발의 퇴비로 썼던 위생적인 환경인 것에 비해 유럽인들의 삶은 훨씬 더럽고 열악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300년후 18세기에는 명나라가 무너지며 서양이 훨씬 더 발달된 양상을 띠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품고 여러 사회학자들이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높은 문화를 향유했던 서양 문명들이 바싹 추격해오는 동양 문명에 의해 무너질 것을 경고하는 입장에서 니얼 퍼거슨이 이 책에서 그 원인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즉, 1) 경쟁 2) 과학 3) 재산권 4) 의학 5) 소비 사회 6) 직업윤리 가 그것인데, 어쩐지 많이 미진해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살펴보면 각각의 항목들은 많은 부분의 함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2) 과학 분야에서는 학문이 기독교라는 종교와 분리되어 별개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 자연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서양 사회를 변화시킨 방식을 연구하는 분야로, 다른 무엇보다도 서양에 군사적 강점을 제공하였던 분야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여섯 분야만 독파하고 나면 좀 더 쉽게 서양 세계가 지난 600년 동안 어떠한 방식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생각해본다. 동양 세계에서도 소수민족인 한반도에서 서양식 의복을 입고 물론 김치와 된장찌개를 식탁에서 밀어내진 않았어도 서양의 식습관을 가지고 서양식 침대에서 생활하는 이러한 행태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말이다. 역사에서 만약이란 물음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지만 만약 우리 민족이 과학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다수의 인간들이 한식을 먹고 한복을 입고 황토와 온돌로 만든 집에서 한지를 발라 살고 있었을까. 더불어 국제적인 공용어는 한글이고 자연과 공생하는 방식대로 세계가 돌아가고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런 상상이 허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우위에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서구화로 대표되는 서양 문명이 어떻게 동양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해본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역으로 이 책에서 나온 힌트로 다시금 동양 세계가 서양 세계를 재패할 수 있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예나 지금이나 아는 것이 바로 힘으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1부 경쟁 편에서는 15세기 명나라와 유럽의 신항로 개척을 비교해, 정치적으로 안정되었던 명나라에서는 대외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척박한 지형에 작은 나라들이 복닥복닥 붙어있던 유럽에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신항로 개척이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경쟁이 새로운 나라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바로 이런 경쟁심이 서양 세력에 우위를 선점해주었다. 또한 명나라로 대표되는 강력한 정치적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데, 유럽에서는 분권적으로 세력이 존재했지, 강력한 세력은 없었기에 강력하게 신항로 개척을 금했던 중국의 전제권력과 같은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명나라의 건륭제 때만 해도 영국의 대공이 다양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발명품을 가져가 선물로 바치면서 무역을 할 것을 바랐지만 건륭제와 그의 신하들은 그런 물품에 대해 시기심만 나타낼 뿐 그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큰 문제였다. 역시 강력한 전제 정권이 많은 발전 가능성을 저해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현재 중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무역을 하고 발전을 꾀하고 있지 않은가. 역시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런 여섯 가지 이이갸를 통해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이 북아메리카가 아닌 은이 많은 남아메리카를 점령했다면 민주주의 제도는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희한한 사실도 알 수 있어, 이 시대의 역사가 지나온 길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주저없이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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