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과학을 탐하다 - 우리가 궁금해 하는 그림 속 놀라운 과학 이야기
박우찬 지음 / 소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큐레이터를 지낸 박우찬 씨가 이번에는 ‘과학’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미술에 대해서 들고 나왔다. 이제껏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과거에 출간한 책들을 보니까 번번이 좋은 화제성을 골라 책들을 출간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책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미술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이 과학과 밀접하게 접목된 미술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꾸며져 있어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어려운 미술 사조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쉽고 재미있고 좋은 책이라는 누군가의 추천평을 봤는데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나는 미술과 과학을 각각 따로 좋아했기에 골랐던 책이었지만 이렇게 미술이 과학적인 지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인 방법은 오로지 원근법 하나만을 생각해왔던 나로서는 이 책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지식을 알려 주었다. 전체적으로 정리된 것도 쉽게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각 시대마다 유행했던 사조에 대해서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따라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바로크나 인상파 사조, 심지어 초현실주의가 왜 그런 이름이 붙었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사조는 이해하기에 무척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터라 그 과정이 정말 쉬워서 놀라웠다.

그래서 특별하게도 이 책은 순서대로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고지식했던 나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다양한 구성과 시도를 하는 책이 많아 ‘순서’를 꼭 살피게 되는데 이 책은 순서가 중요한 책이다. 읽다보면 순서대로 따라갈 수 있어서 따로 암기할 필요도 없이 그냥 머릿속으로 그냥 이해되어지는 책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어렵게 쓰는 것은 쉬워도 알기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 저자는 대단한 내공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이전까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많이 민망하다. 내가 청소년일 때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요즘 청소년들 중에는 교양도서를 많이 챙기면서 보는 것도 같다. 그들이 미술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과학이나 다른 상식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참 좋은 책이 될 것이다. 그 당시에 어떤 그림을 그렸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고 어떤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했는지를 알면 그 당시의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에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구교와 신교의 전쟁에서 이겨 신교들의 나라가 된 네덜란드가 왕과 귀족계급까지 없고, 성화를 중시하지 않는 신교 덕택에 많은 화가들이 굶어죽었던 반면, 똑같은 17세기의 다른 지역 즉 가톨릭권의 화가들은 유명하고 돈 잘 벌고, 높은 지위를 누렸다는 사실을 알면 종교나 정치 체계가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예술’이란 단어는 과거엔 없었고 그저 ‘기술’이란 단어에 통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미술이라는 영역이 복잡미묘한 성격을 가진 분야임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라는 창의성이 중시되었다기 보단 처음에는 세밀하게 현실을 베껴그리는 기술적인 능력이 더 중시되었음을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후르륵 국수를 먹는 것처럼 휙휙 지나간다. 15세기 이전의 화가들이 생생하게 현실을 옮기려는 목적 하에 그림을 그려 생생하긴 했지만 원근법이 없어 실제와 같지는 못했는데 마사초가 처음 원근법을 사용해 16세기 르네상스를 열어, 길이와 폭이라는 이차원으로밖에 화면 공간을 인식하지 못했던 그때까지의 미술이 길이와 폭, 깊이라는 삼차원의 영역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17세기에는 물체의 질감까지도 재현하려는 바로크 미술이 등장하여 카이로스큐로라는 명암법으로 카라바조라는 천재 화가의 작품이 나타났고 카메라 옵스큐라의 등장으로 베르메르의 놀랍도록 사실적인 그림의 비밀도 풀어낼 수 있었다. 바르비종파로 대표되는 19세기의 객관적인 사실주의는 화가의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사진처럼 묘사하길 원했다는 것, 사진의 발달이 인간에게 순간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주어 순간이나 빛의 인상을 파악하는 인상주의까지 일사천리로 전달된다. 그러나 미술 영역 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피카소가 창시한 큐비즘부터 달리의 초현실주의, 미디어를 이용한 비디어아트 같은 현대미술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부분도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내 눈에도 하나씩 구별해서 알려주어 쏙쏙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미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과학도도 이제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다만 중요한 것은 예술적인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교육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아무래도 예술적인 소양을 깔아뭉개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 하에서는 과학도나 선생님이 예술가가 되긴 어렵지 않나. 그래서 이것은 우리 각자 한 사람이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예술적인 감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 어릴 때 생각해보면 벽에 낙서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하루 일과였던 우리가 예술적인 감성이 없진 않을 거라는 반증이 아닐는지.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가능성이 무한대다. 이 책과 더불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것도 좋은 시간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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